감독
미켈레 소아비 Michele Soavi

주연
데이빗 브랜든....피터
David Brandon....Peter
바바라 쿠피치....알리시아
Barbara Cupisti....Alicia
도메니코 피오레....경찰서장
Domenico Fiore....Police Chief
로버트 글리고로프....대니
Robert Gligorov....Danny
미키 녹스....늙은 경관
Mickey Knox....Old Cop
조바니 롬바르도 라디체....브레트
Giovanni Lombardo Radice....Brett
클레인 파커....어빙 월래스
Clain Parker....Irving Wallace
로레다나 파렐라....코린
Loredana Parrella....Corinne
마틴 필립스....마크
Martin Philips....Mark
제임스 샘슨....윌리
James Sampson....Willy
울리케 슈베르크....베티
Ulrike Schwerk....Betty
메리 셀러스....로렐
Mary Sellers....Laurel
조 앤 스미스....시빌
Jo Ann Smith....Sybil
피에로 비다....페라리
Piero Vida....Ferrari
리처드 바클리....포터 박사
Richard Barkeley....Dr. Porter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빼미 탈 쓴 미치광이 살인마 아저씨

미켈레 소아비의 [아쿠아리스]는 하나의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연쇄살인범을 무대로 한 뮤지컬을 리허설하는 극단이 미치광이 살인마와 함께 사운드 스테이지 안에 갇힙니다. 감독의 명령을 받고 열쇠를 숨긴 극단원은 열쇠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기도 전에 살해당하고 그 동안 올빼미 탈을 쓴 살인마는 무대 스탭들이 쓰는 무시무시한 공구들을 발견합니다. 완벽한 슬래셔 무비의 세트가 완성된 것입니다!

80년대 호러 영화팬들에게 [아쿠아리스]는 당시 잔인무도함의 절정을 안겨주는 여러 편의 영화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올빼미 탈을 쓴 살인마 아저씨는 희생자의 목을 도끼로 자르고 입에 곡괭이를 찔러 박고 매달려 있는 희생자의 몸을 전기톱으로 두동강 냅니다. 그것도 겨우 30여 분 동안 말이죠.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잔인무도함은 약발이 좀 닳았습니다. 그 동안 호러 영화팬들의 신경이 무뎌진 것이죠. 사지가 절단나고 피가 쏟아지는 이 영화의 고어 장면들은 이제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게 꼭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다행히도 소아비는 잔인함만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은 아닙니다. 80년대 호러팬들은 이 영화의 피투성이 장면들에 열광했지만, 사실 그가 처음부터 잔인무도함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증거는 많아요. 위에서 말했지만 이 영화에서 피투성이 살육은 겨우 중간 30여 분 동안만 지속됩니다. 사지 절단이나 단두 장면이 직접 보여지는 경우도 거의 없고요.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살육장면들은 후반부의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를 위한 협박 겸 전희였던 셈입니다. [아쿠아리스]의 진짜 근사한 장면들은 혼자 살아남은 극단원 알리시아와 살인마가 벌이는 일대일의 대결에 몰려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갇힌 연쇄 살인마를 피하고 사라진 열쇠를 찾는다는 간단한 미션은 후반부의 액션에 상당히 근사한 구조를 제공하지요. 좋습니다. 서스펜스 넘치고요. 의무방어로 넣은 결말은 이해가 안 가지만.

소아비는 스승인 아르젠토만큼 노골적인 스타일리스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슬래셔 무비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스타일은 지니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뮤지컬 무대와 설정이 그를 위해 활용되지요. 연쇄살인마를 다룬 뮤지컬이 연쇄살인의 무대가 되는 설정은 인공적이지만, 소아비는 그 인공적인 설정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허구와 현실은 뒤섞이고 그 허구가 깨어진 뒤에도 현실은 허구의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조각난 시체들로 장식된 무대 위에서 살인마와 주인공이 거의 오페라와도 같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거죠.

[아쿠아리스]는 80년대에 나온 수많은 호러 영화들과 수많은 단점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기계적인 각본,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연기, 그저 그런 대사와 같은 것들 말이죠. 다행히도 이 영화에서 이 노골적인 단점들은 평균적인 이탈리아 호러 영화들보다 덜 눈에 뜨이는 편이고, 소아비는 이 평범한 재료들을 가지고 썩 재미있고 그럴싸한 장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그에게 기회가 더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05/09/30)

DJUNA

기타등등

소아비는 이 영화에 젊은 경관 역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