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야구치 시노부 Shinobu Yaguchi

주연
우에노 주리....스즈키 토모코
Juri Ueno....Tomoko Suzuki
히라오카 유타....나카무라 유타
Yuta Hiraoka....Yuta Nakamura
칸지야 시호리....사이토 요시
Shihori Kanjiya....Yoshie Saito
토시마 유카리....타나카 나오미
Yukari Toshima....Naomi Tanaka
모토카리야 유이카....세기구치 카오리
Yuika Motokariya....Kaori Sekiguchi

토모코

야구치 시노부의 전작 [워터보이즈]가 그랬던 것처럼 [스윙 걸즈]도 조합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엉뚱한 도전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도전의 대상은 빅 밴드 재즈이고 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음악이나 재즈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 골빈 일본 여자 고등학생들입니다. 말이 좀 거칠게 들리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렇게 험한 말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기본적인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얘들이 다니던 고등학교 밴드부가 상한 도시락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립니다. 유일하게 도시락을 먹지 않은 심벌즈 주자 유타는, 순전히 여름 수학 보충수업을 땡땡이치기 위해 도시락 배달을 자청해 이 사고를 일으킨 열등생들을 강제로 밴드에 가입시킵니다. 얼떨결에 이들은 빅 밴드 재즈를 연습하게 되고, 이들의 재즈에 대한 열정은 진짜 밴드 단원들이 돌아온 뒤에도 계속 이어지죠. 결국 이들은... 뭐, 나머지 이야기는 알만하죠? 세상에서 가장 뻔한 이야기니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스윙 걸즈'는 한마디로 바보들의 집단입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 틴에이저 여성들에 대한 가장 지독한 선입견을 그대로 부풀린 것일 수도 있어요. 쇼핑과 수다 떠는 것 이외엔 특별한 관심도, 능력도 없는 교복 입은 인형들인 거죠. 반대로 보면 이건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롤리타이즘과 교복 페티시가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그대로 물화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히 전 이들을 마음 편하게 좋아하지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대충 무시하고 본다면 이들의 바보스러움은 괜찮은 드라마의 낙차를 제공해줍니다. 주인공들이 너무나 무능하고 주변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줄 사람들도 없기 때문에, 그들이 더듬더듬 얻어가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최종 클라이막스의 성취가 더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이겠죠. 이런 말은 가난한 장애인 스포츠 선수의 인간 승리 드라마에 써먹어야 하는 건데... 이 영화에도 어느 정도 통합니다.

[스윙 걸즈]는 승리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들은 청소년 음악회에 참가해 연주를 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아무 단체나 신청만 하면 갈 수 있는 행사이고 영화는 그들이 정말 우승을 했는지도 알려주지 않죠. 중요한 건 그들이 정말로 빅 밴드 재즈라는 엉뚱한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그걸로 어느 정도 성취도 이루었으며 관객들과도 소통했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면 꽤 건전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건전해서 뻔하지만요.

뻔한 이야기와 일차원적인 캐릭터들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되는 건 극도로 키치적인 농담들입니다. 유명한 [매트릭스]식 멧돼지 사냥 장면이 대표적이라면 대표적이겠죠. 이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선호도는 이런 식의 일본식 코미디에 대한 선호도와 상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한테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40년대 미국 스윙 음악과 정말 구제불능에 아무 짝에도 쓸모 없었던 것 같았던 여자아이들의 결합입니다. 쇼핑과 최근 유행가들만 간신히 뚫고 있을 법한 한심한 아이들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고 유행과도 무관한 옛 스윙 음악과 사랑에 빠지고 그걸 위해 온 몸을 바치는 과정을 지켜 보는 건 무척 흐뭇한 경험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걔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것 봐, 세상엔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것보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구!" (05/11/10)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오는 연주곡들은 배우들이 직접 연주했다고 하더군요. 그 때문에 몇 달 동안 집중 교육을 받았고 영화 홍보를 위해 콘서트도 했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