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크롬웰 John Cromwell

주연
타이론 파워....벤자민 블레이크
Tyrone Power....Benjamin Blake
진 티어니....이브
Gene Tierney....Eve
조지 샌더스....아서 블레이크 경
George Sanders....Sir Arthur Blake
프랜시스 파머....이자벨 블레이크
Frances Farmer....Isabel Blake
엘자 란체스터....브리스톨 이자벨
Elsa Lanchester....Bristol Isabel
케이 존슨....헬레나 블레이크
Kay Johnson....Helena Blake
존 캐러다인....케일렙 그린
John Carradine....Caleb Green
해리 대븐포드....에이모스 키더
Harry Davenport....Amos Kidder
더들리 디기스....바솔로뮤 프랫
Dudley Digges....Bartholomew Pratt
로디 맥도월....어린 벤자민 블레이크
Roddy McDowall....Young Benjamin Blake

이브와 벤자민

벤자민 블레이크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총포공인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삼촌이라는 아서 블레이크 경이 그를 데려와 저택의 마굿간지기로 박아두고 죽도록 괴롭혔습니다. 아서경이 그를 데려왔던 건 의무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벤자민이 형의 진짜 상속인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까이두고 후환을 방지하려 했던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악당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예측할 수 있는 상상력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아서 경이 벤자민을 자기 집으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벤자민은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평생 총포공으로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삼촌의 학대 속에서 벤자민은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이로 성장합니다.

영화 내내 벤자민은 삼촌에 대항하며 복수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죠. 일단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교활한 삼촌에 대항할만큼 머리가 좋지 못합니다. 곧장 말하면 꽤 멍청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자기 성미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러대는 단순한 청년에 불과해요.

다행히도 그에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고 운도 꽤 따릅니다. 덕택에 저택에서 탈출해 선원으로 전세계를 떠돌다가 구슬만한 진주들이 발에 채이는 남태평양의 섬에 도착할 수 있었죠. 참, 그 섬에 온 몸에 물감칠을 하고 원주민인 척하는 진 티어니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던가요?

현대적인 관점에서 [분노의 아들]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복수극이 아닙니다. 일단 벤자민이 하는 일이 별로 없어요. 일들은 다 남들이 대신하고 클라이맥스도 뻔뻔스러운 기계장치 신의 도움을 빌리죠. 결국 그 뒤에 사악한 삼촌과 일대일로 맞장을 뜨긴 하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결판이 다 난 뒤의 일인 걸요.

영화는 교훈극으로 보는 게 더 그럴싸합니다. 유럽의 문명사회에서 불의와 차별의 희생자가 되어 분노에 쩌들렸던 주인공이 남태평양의 천국과도 같은 섬에서 성미를 고치고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고,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얄팍한 루소주의가 너무 노골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순진하게 21세기 기준의 정치적 공정성을 기대하지 마시길.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언제나처럼 타이론 파워는 안정된 스타 파워를 과시하지만, 그래도 시선이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향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조지 샌더스는 정말 한 대 쳐주고 싶을만큼 야비하고, 아직 정신병원에 끌려가기 전의 프랜시스 파머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도도하며, 타이론 파워가 길을 걸어가는 동안 사방에서 엘자 란체스터와 존 캐러다인, 더들리 디기스가 튀어나오는 걸요. 파워의 아역은 또 로디 맥도월이에요. 노출 심한 원주민 아가씨로 나오는 진 티어니에 대해서는... 전에도 말했죠. 전 이 사람이 이렇게 이국적인 역으로 나오는 걸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나올 때까지 50분이나 기다려야 하지요. (08/02/07)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의 감독 존 크롬웰은 배우 제임스 크롬웰의 아버지입니다. 감독의 아내인 케이 존슨이 영화 초반에 조연으로 나와요. 제임스 크롬웰은 외탁을 했더군요.

2. 남태평양이 주무대들 중 하나이니 타이론 파워가 자주 벗는다는 건 당시 관객들도 예측했겠죠. 하지만 영화가 웃통 벗은 조지 샌더스의 권투 장면으로 시작된다는 건 알았을까요? 안 벗을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벗고 나오면 좀 당혹스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