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시모야마 텐 Ten Shimoyama

주연
나카마 유키에....오보로
Yukie Nakama .... Oboro
오다기리 조....겐노스케
Jô Odagiri....Gen-no-suke
쿠로타니 토모카....카게로
Tomoka Kurotani....Kagerou
사와지리 에리카....호타루비
Erika Sawajiri....Hotarubi
시이나 킷페이....텐젠 야쿠시지
Kippei Shiina....Yakushiji Tenzen

겐노스케와 오보로

때는 1614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천하통일과 평화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지금까지 잘 부려먹었던 전설의 닌자 시노비들을 제거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요. 이들은 견원지간인 두 마을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는데, 초대 핫토리 한조의 약정에 따라 억지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다음 쇼군을 뽑는다는 핑계로 약정은 파기되고 각각의 마을에서 다섯 명의 고수들이 목숨을 건 대결에 나섭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각각의 수장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몰래 데이트 중이었다는 거죠.

원작이 있답니다.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굳이 정보를 수집할 생각도 없고요. 한가지 확실한 건 결코 길이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거죠. 영화 [시노비]는 보다 긴 이야기의 요약판처럼 느껴지거든요.

[시노비]에는 제대로 된 드라마가 없습니다. 주인공 오보로와 겐노스케는 프롤로그에서 벌써 사랑에 빠졌습니다. 중간중간에 사랑과 의무, 철학적 고뇌 때문에 갈등하는 부분이 조금 있긴 한데, 드라마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는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흐르지도 못합니다. 그냥 '나는 적과 사랑에 빠졌다. 고민된다'로 요약해도 잃는 내용이 거의 없어요. 두 마을의 갈등도 마찬가지. 두 연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고민이 전혀 없거든요. 이들의 대결도 자연스러운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게 아니라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처럼 철저한 대결 설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드라마가 발전하는 게 아니라 비디오 게임처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거죠.

그렇다면 액션은 괜찮으냐... 아뇨. 그렇지도 않아요. 이 영화에선 액션의 흐름도 없습니다. 각각의 고수들은 모두 자기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무슨 장기가 있었다'로 액션 자체가 모두 설명이 돼요. 설정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액션의 아이디어가 떨어져 버리는 겁니다. 구경거리가 없는 것도 당연한 일.

이 영화엔 제가 얼굴을 익힌 일본 배우들의 거의 절반 정도가 등장하는데, (사와지리 에리카의 경우는 얼마 전에 [유실물]을 봤기 때문이죠) 그들이 효과적으로 쓰였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연기할 거리가 전혀 없거든요. 그냥 예쁘게 포즈를 취하고 겉멋을 바른 설정 대사만 읊으면 됩니다. 그리고 전 본 작품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진지한 척하는 나카마 유키에의 모습에 적응이 잘 안되더군요.

남는 건? 폼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폼이에요. 거창한 현실 역사와 거창한 초능력과 거창한 특수 효과와 끝도 없이 등장하는 고유명사 자막들과 설정으로 이루어진 폼이지요. 프롤로그에서 몇 줄 대사만 읊고 퇴장해야 할 캐릭터가 죽치고 앉아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는 겁니다. (06/07/24)

DJUNA

기타등등

그렇게 서로 싸우고 싶다면 싸우고 싶은 애들만 한 군데 모아 싸우게 하고 남은 애들은 그냥 알아서 평화롭게 살면 안 되는 건가요? 죽고 싶어 환장하는 애들을 억지로 말리는 것도 좀 웃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