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펑 샤오리엔 Xiaolian Peng

주연
원천....완옥
Quan Yuan....Wanyu
하우....아천
Yu Xia....Chuan

완옥

[상하이 룸바]는 [상하이 여인들], [상하이 이야기]의 뒤를 잇는 펑 샤오리엔의 [상하이 삼부작]을 맺는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 분류인지는 모르겠어요. 펑 샤오리엔이 그 뒤로 상하이를 무대로 한 영화를 안 만든 것도 아니고, 이 영화는 현대 상하이를 무대로 하는 앞의 두 작품보다 초기작 [옛날옛적 상하이에서]와 더 가깝거든요. 주연배우도 같고 시대배경도 비슷하며 심지어 [옛날옛적 상하이에서]에 나왔던 사건이 영화 촬영 현장이라며 그대로 재구성되기도 합니다.

[상하이 룸바]의 소재는 영화입니다.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해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숨막히는 삶을 살고 있는 배우 완옥은 오디션에 합격해서 영화를 찍죠.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작품은 정부를 속여가며 몰래 찍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입니다. 완옥은 그 영화를 찍으면서 서서히 영화 작업과 그 영화가 반영하는 현실 사회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되고 공연하는 배우인 아천과 사랑에 빠지죠.

영화의 의도는 [옛날 옛적 상하이에서]와 거의 비슷합니다. 과장된 로맨티시즘과 정권찬양을 섞는 거죠. 이번에도 그렇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전작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국민당의 부패와 그에 대항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스트들'의 대립이 묘사되고 있지만 그게 직설적인 정권찬양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여전히 일차원적이고 단순하지만 그래도 "우리 앞으로 새 정부의 지도하에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보아요!"보다는 낫죠.

로맨스로서 영화는 그렇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40년대 상하이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잔뜩 들어가 있지만, 정작 두 주인공이 매력이 없어요. 여자주인공 완옥은 남의 영향에 쉽게 말려들어 가는 수동적인 인물이고, 남자주인공 아천은 설교가 잦고 혼자만 올곧은 척하는 정의파인데, 하는 행동은 그냥 재수가 없네요. 이들이 무슨 선택을 하건 제가 알 바 아니고.

영화는 전체적으로 서툴러요. 하긴 지금까지 제가 본 펑 샤오리엔의 영화 대부분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았죠. 왜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할 거면서 과시적인 테크닉을 그렇게 많이 쓰는지 모르겠어요. 어울리지도 않고, 효과도 없고... (08/04/18)

DJUNA

기타등등

[세 여자 이야기]만 빼면 이번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펑 샤오리엔의 영화는 모두 본 셈인데요. 전 다 그냥 그렇더군요. 제가 못 본 [세 여자 이야기]가 그 중 가장 뛰어난 영화일 수는 있어도 일부러 확인할 생각은 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