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펑 샤오리엔 Xiaolian Peng

주연
왕조현
Joey Wang
정진요
Zhenyao Zheng
조유량
Youliang Zhao
고미화
Josephine Koo
풍원정
Yuanzheng Feng

탕 부인과 샤오메이

[상하이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식 대저택입니다. 상하이에는 이런 곳들이 많죠. 옛날엔 부자들이나 외국인들이 살던 곳이지만, 1949년 이후 공산당의 사적 재산의 공유화 방침에 의해서 다가구 주택으로 바뀐 겁니다. 전 늘 이런 저택이 무척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대도시의 소시민들이 예전엔 호사스러웠던 구식 저택을 공유하며 살면서 서로의 삶에 조금씩 침범한다는 설정을 상상해보세요.

이상한 일이지만 펑 샤오리엔은 이 설정을 거의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탕부인이라는 노인의 가족들로 제한되어 있어요. 같은 저택에서 사는 이웃들은 엑스트라로 앞뒤에 잠시만 나올 뿐이지요. 처음부터 가족만의 이야기라면 왜 자막까지 동원하면서 이 저택의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건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한국 주말 연속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죽을 날을 앞둔 탕부인의 네 자식들이 엄마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모이죠. 그들은 그렇게 성격이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툭하면 싸우고 엄마의 사랑과 재산 때문에 실랑이를 벌입니다.

영화가 진척되면 이들이 묻어두고 있던 가족사가 드러납니다. 그들은 문화혁명 당시 박해를 받았던 상류사회 지식인 출신이에요. 이들 중 몇 명은 순전히 출신성분 때문에 아직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고요. 영화 후반에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동원되는 진실 폭로 장면도 하나 있습니다. 여기선 과거의 역사를 간직한 저택도 나름 한 몫을 하죠. 여전히 수평적 현재는 외면하고 있지만.

주말연속극식 가족사와 문화혁명 수난기의 연결은 자연스러운가? 그렇지 않아요. 이들이 나름대로의 자체 논리에 따라 연결되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조금씩 과거 역사적 격변기의 상처가 드러나는 과정을 추적하는 건 분명 매력적이죠. 하지만 그걸 알고 봐도 여전히 가족 연속극은 가족 연속극이고 문화혁명 수난기는 문화혁명 수난기인 걸요. 핵심인 후자를 살리기엔 연속극이 너무 평범하고 산만해요. 스토리 전개의 대부분이 등장인물들의 고백과 신세 한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지겹고. (08/04/16)

DJUNA

기타등등

왕조현의 살찐 모습을 담은 파파라치 사진이 뜬 게 이 영화 직후죠,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