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쿠마자와 나오토 Naoto Kumazawa

주연
이치하라 하야토....키시다 토모야
Hayato Ichihara....Tomoya Kishida
우에노 주리....사토 아오이
Juri Ueno....Aoi Sato
아오이 유우....사토 카나
Yû Aoi....Kana Sato

토모야와 아오이

[무지개 여신]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이와이 슈운지 영화들의 설정들을 적당히 섞은 것 같은 영화입니다. [러브레터]처럼 죽은 연인/친구를 회상하고 있고, [하나와 앨리스]처럼 가볍고 느슨한 코미디이며, [4월 이야기]처럼 대책없고 수동적인 짝사랑을 그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인가? 글쎄요. 그는 이 영화를 기획했고, 각본에 참여했고, 제작을 맡았지만 감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와이 월드'에 속해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죠.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그가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전통에 충실한 작품일 수 있겠습니다. [무지개 여신]은 처음부터 고객들과 시장을 고려해서 만든 기성품 영화입니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토모야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친구 아오이를 회상하면서 시작됩니다. 사고 소식이 전달되고 유족들을 만나는 등의 껄끄러운 일들이 진행되다 영화는 그들이 처음 만난 과거로 건너 뛰죠. 당시 아오이는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생으로 일하는 영화 동아리 회원이었고 토모야는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의 스토커였죠. 아오이와 토모야는 엉겁결에 친구가 되고 나중에 토모야는 아오이가 감독하는 8밀리 단편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의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졸업 이후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빈둥거리던 토모야는 아오이가 일하는 회사에 취직을 하고 아오이는 미국에 유학을 떠납니다. 그러다 거기서 비행기 사고를 당한 거고요.

이렇게 열거하니 내용이 참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이들의 공식 경력이 드라마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 줄로 엮을 생각도 하지 않아요. 영화는 느슨하게 연결된 열 개의 에피소드들로 나뉘어져 있고, 그 에피소드들은 각각의 내용과 주제에 충실할뿐 일관성과 전체적 균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해요.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라는 건 아니에요. 무심하고 둔감한 토모야와 그를 짝사랑하는 아오이의 감정 흐름은 그 밑에서 계속 흐르죠.

[무지개 여신]은 전체보다 찰나에, 구체적인 로맨스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가능성과 그 회한에 집중하는 영화입니다. 정말 아무런 무게없이 가볍고 깔끔하고 투명하고 하얗죠. 그만큼 예쁘기도 하고 적절하게 삽입된 유머도 속이 빈 유리구슬처럼 가볍게 통통 튀며 표면에서 흐릅니다. 그렇다면 기성품 이와이 슈운지 로맨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완벽하게 달성된 것이겠죠. (06/11/17)

DJUNA

기타등등

MBC에서 미니 시리즈로 만든다더군요. 이 시리즈의 투명한 가벼움이 우리나라 연속극의 과장된 진지함으로 어떻게 전환될지 궁금하긴 합니다. 볼 생각은 들지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