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마코위츠 Robert Markowitz

주연
팀 로스....찰스 스탁웨더
Tim Roth....Charles Starkweather
페어루자 볼크....카릴 앤 푸게이트
Fairuza Balk....Caril Ann Fugate
브라이언 데니....존 맥아더
Brian Dennehy....John McArthur
랜디 퀘이드....엘머 쉴
Randy Quaid....Elmer Scheele
케이트 리드....팬시 스트리트
Kate Reid....Pansy Street
로버트 블러섬....거스 마이어
Roberts Blossom....Gus Meyer
톰 보워....마리온 바틀렛
Tom Bower....Marion Bartlett
론디 리드....조네트 폭스
Rondi Reed....Jonette Fox
라이언 커트로나....C. 로어 워드
Ryan Cutrona....C. Lauer Ward
앤지 볼링....클라라 워드
Angie Bolling....Clara Ward
제이크 카펜터....로버트 젠슨
Jake Carpenter....Robert Jensen
헤더 카프카....캐롤 킹
Heather Kafka....Carol King
돈 블룸필드....바비 콜버트
Don Bloomfield....Bobby Colvert
존 허시....젠센 씨
John Hussey....Mr. Jensen

1957년 말에서 1958년 초에 이르기까지, 19살의 찰스 스탁웨더는 14살짜리 여자 친구 카릴 앤 푸게이트를 끌고 다니며 11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그중에는 카릴이 자기와 사귀는 걸 원치 않았던 카릴의 어머니와 의붓 아버지, 갓난아기였던 여동생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이 경악스러운 살인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찰스와 카릴은 체포된 뒤로 끝도 없이 진술을 바꾸어가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으니까요. 찰스는 유죄판결을 받은 뒤 사형에 처해졌고 카릴은 14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카릴은 70년대말에 가석방되었고 지금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찰스 스탁웨더는 악몽이었습니다. 50년대 말의 문화적 분위기를 생각해보세요. 당시 기성세대에게 스탁웨더는 엘비스와 제임스 딘의 후광 속에 서서히 태어나고 있던 정체불명의 무시무시한 신세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옆친 데 덮친 격으로 스탁웨더는 제임스 딘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팬이었고 의식적으로 그를 흉내내기까지 했죠.

하지만, 가는 길마다 시체를 뿌리고 다녔던 이 십대 범죄자들은 후대의 영화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테렌스 말릭의 대표작 [황무지]는 그 시작이었지요. 데이빗 린치의 [광란의 사랑],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 도미닉 세나의 [칼리포니아], 토니 스코트의 [트루 로맨스], 탐라 데이비스의 [건 크레이지]와 같은 작품들 역시 찰리 스탁웨더와 카릴 앤 푸게이트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트랜드 연쇄 살인 사건 (좋은 번역제는 아닙니다. 이 제목은 관용어일 뿐, 정말로 하틀랜드라는 곳에서 살인이 벌어졌다는 뜻이 아니니까요)]은 찰스 스탁웨더와 카릴 앤 푸게이트 사건을, 픽션을 섞지 않고 직접 다루고 있는 유일한 작품입니다. 드라마넷에서는 4부작으로 방영되었지만 사실은 2부작이지요. 1부에서는 찰스와 카릴의 살인 행각을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그들이 체포된 뒤 벌어진 재판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카릴의 재판을 중심으로요.

영화는 카릴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적어도 제1부는 카릴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요. 카릴은 두번째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찰스와 헤어지려 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부모와 동생이 살해되었는지 모릅니다. 1부가 끝날 때까지 카릴은 단 한 번도 피를 묻히지 않습니다. 관객들 역시 '왜 쟤는 달아나지 못하는 거야? 왜 경찰에 전화를 걸지 않지?"라고 갑갑해할 뿐, 카릴의 심정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제2부에서 영화는 법정 싸움으로 옮겨가는데, 여기서 이야기가 휘기 시작합니다. 1부에서는 핵심이라고 할 만한 캐롤 킹과 로버트 젠슨 살인사건을 슬쩍 건너뛰고 있는데, 법정 장면에서 영화는 찰스와 카릴의 관점 모두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제1부에서 카릴의 무죄를 주장하던 부모 살인도 찰스의 관점에서 다시 보여주고요.

한마디로 영화는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자신이 없는 듯 합니다. 제1부는 단순하고 분명한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제2부는 1부가 그렇게까지 단순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런 라쇼몽식 접근은 러닝타임의 절반을 들여 만들어낸 드라마를 망칠 뿐입니다. 그러려면 차라리 2부를 위해 1부를 보다 불분명하게 만들거나 했어야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럴 생각도 아닌 듯하죠? 법정 장면에서 잠시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카릴의 무죄를 믿는 듯 하니까요. 그렇다면 왜 애당초부터 카릴의 관점으로 일관하지 않았을까요? 혹시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카릴이 진짜 살인범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요?

한마디로 '실화를 만든다'는 것에 걸려 넘어진 셈이죠. 하긴 실화를 다룬다는 것이 다른 '스탁웨더-푸게이트 장르' 영화들과 이 작품을 차별화하는 가장 큰 차이니 이걸 빼먹을 수도 없었겠지만요.

그래도 이 미니 시리즈는 여전히 꽤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일단 스탁웨더-푸게이트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해주죠. 팀 로스와 페어루자 볼크의 호연 역시 돋보이고요. 입장을 조금만 더 분명하게 했다면, 스탁웨더라는 살인마가 태어날 수 있게 한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를 조금만 더 상세히 제공해주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겠지만요. (00/09/12)

D&P

기타등등

이 작품에 나온 대로라면 카릴 앤 푸게이트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은 문제가 많은 듯 합니다. 상황 증거밖에 없으면서 14살 짜리 정서불안의 소녀를 그런 식으로 다루어서는 안되지요. 요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