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만 Michael Mann

주연
윌리엄 L. 피터슨....윌 그레이엄
William L. Petersen....Will Graham
톰 누넌....프랜시스 달러하이드
Tom Noonan....Francis Dollarhyde
데니스 파리나....잭 크로포드
Dennis Farina....Jack Crawford
조운 앨런....리바
Joan Allen....Reba
브라이언 콕스....렉터 박사
Brian Cox....Dr. Lecktor
킴 그리스트....몰리 그레이엄
Kim Greist....Molly Graham
스티븐 랭....프레디 라운즈
Stephen Lang.... Freddie Lounds
데이빗 시먼....케빈 그레이엄
David Seaman....Kevin Graham
벤자민 헨드릭슨....칠튼 박사
Benjamin Hendrickson....Dr. Chilton

그레이엄

[맨헌터]는 어떻게 보면 운이 없는 영화입니다. 그 자체로 상당히 좋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늘 [양들의 침묵]의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니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양들의 침묵]의 차석에 불과한 작품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한니발]이 그런 영화죠. [맨헌터]는 오히려 [양들의 침묵]과 너무 달라서 그 이름 밑에 묻혀버린 영화입니다. 마이클 만은 지금도 조금은 억울할 거예요.

[맨헌터]는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렉터 삼부작]의 첫번째 작품인 [레드 드래건]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왜 제목을 [맨헌터]로 바꾸었는지 모르겠어요. 전 [레드 드래건] 쪽이 더 좋거든요. 영화 역시 그런 제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결말 부분은요.

내용은 해리스의 다른 연쇄살인마 이야기와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뒤의 두 소설에 비해 다른 점이 있다면 비교적 무개성적이라는 것일까요? 하지만 [레드 드래건]이 삼부작의 첫 작품이고, 해리스 역시 이 시리즈가 어디로 튈지 몰랐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무개성적인 느낌은 당연합니다.

영화는 '이빨 요정'이라는 연쇄살인범의 등장과 함께 시작합니다. 두 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한 이 살인범이 다음 가족들을 노릴 때까지는 앞으로 3주가 남았습니다. FBI의 잭 크로포드는 그 동안 범인을 잡기 위해 은퇴한 행동분석가인 윌 그레이엄을 불러옵니다. 윌은 범인을 추적하다 도움을 받기 위해 그가 체포한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방문하는데, 렉터는 이 사건에 대해 또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니발 렉터

한니발 렉터를 만나기 위해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실망하셨을 겁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렉터의 비중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거든요.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윌 그레이엄과 연쇄 살인마 프랜시스 달러하이드이며, 렉터는 무시무시하지만 부분적으로만 등장하는 어두운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뒤의 두 작품과는 달리 렉터의 역은 비교적 하찮습니다. 렉터를 연기한 브라이언 콕스도 우리가 아는 한니발 렉터와는 전혀 다른 미치광이 살인마를 연기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콕스의 렉터는 안소니 홉킨즈의 렉터에 비해 미약한 존재일까요? 정말 약하기는 하지만 꼭 쉽게 깔아뭉갤 수도 없습니다. 원래 이 영화에서 비중이 작다는 걸 생각하면 그 미약함은 당연하고 또 브라이언 콕스의 절제된 연기는 마이클 만의 이 영화에 썩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마이클 만의 스타일은 토머스 해리스의 저널리스틱한 스타일에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삼부작 중 가장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작품일 거예요. 마이클 만 특유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세요. 각본은 무덤덤하고 건조하게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정작 화면은 만 특유의 우울하고 강렬한 '무드'로 젖어 있는 것입니다. 냉철한 남자들의 프로페셔널한 게임이라는 점을 봐도 해리스의 원작은 만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달러하이드와 리바

살인자 달러하이드의 이야기도 훌륭하게 구현된 편입니다. 물론 원작에 비해 설명이 부족하고 (관객들은 종종 입을 가리는 달러하이드의 동작으로 그의 핸디캡을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나오는 부분도 짧지만 톰 누넌은 훌륭한 살인마입니다. 그저 엽기적인 짓으로 시선을 끄는 얄팍한 요새 살인마들과는 달리 상당히 동정심을 자극하는 깊이도 있습니다. 그것말고도 우리는 이 스토리 라인에 고마워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관객들은 조운 앨런이라는 훌륭한 배우를 여기서 소개 받았을테니까요.

그러나 이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양들의 침묵]에 비해 인상이 약합니다. 심지어 훨씬 범작인 [한니발]에 비해도 약해요. 그만큼이나 한니발 렉터라는 사람이 [양들의 침묵]에서 우리의 뇌에 박은 인상이 강렬한 것입니다. 렉터가 드라큘라나 셜록 홈즈처럼 거대한 문화적 상징이 되어 대중들의 집단적 무의식에 박히는 동안 [맨헌터]는 여전히 '좋은' 스릴러 영화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잊혀지는 게 당연했어요. 게다가 이제 할리우드 사람들은 [레드 드래건]을 다시 만들면서 [맨헌터]의 흔적을 일부러 지워버리려고 작정한 모양이더군요. (01/05/08)

DJUNA

기타등등

새로 출시된 비디오는 아나모픽이더군요. 와이드스크린 텔레비전이 없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