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상일 Sang-il Lee

주연
마츠유키 야스코....히라야마 마도카
Yasuko Matsuyuki....Madoka Hirayama
토요카와 에츠시....타니카와 요지로
Etsushi Toyokawa....Yojiro Tanikawa
아오이 유우....타니카와 키미코
Yû Aoi....Kimiko Tanikawa
야마자키 시즈요....쿠마노 사유리
Shizuyo Yamazaki....Sayuri Kumano

키미코

...결국 전 [훌라 걸스]를 하나의 장르물로 보게 됩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는 오합지졸 무리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운도 따라서 마침내 꿈을 이룬다는 내용의 일본식 코미디 말이죠. 이 장르의 밑천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우리 동네 '출생의 비밀' 수준으로 남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죠. 하긴 책임감 없는 늙은이들이 아무 데나 씨를 뿌린 결과를 젊은애들이 뒷수습하며 고생하는 이야기보다야 자기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 이루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좋아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훌라 걸스]는 익숙합니다. 그만큼 많은 부분이 인공적이기도 하고요. 특히 클라이막스 이전의 갈등을 구성하는 무용선생 히라야마 마도카의 고난과 뒤에 이어지는 "선생님, 사랑해요!"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면전환과 감동을 주기 위해 조작된 기성품 멜로드라마 도구들이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다행히도 [훌라 걸스]의 인공적인 장치들 밑에는 단단한 현실의 기반이 깔려 있습니다. 몰락해가는 탄광 마을이 하와이안 리조트로 변신하고 그러는 동안 동네 처자들이 하와이안 댄스를 배워 프로 댄서들이 된 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죠. 이야기 대부분은 영화를 위해 새로 쓰여졌겠지만, 중요한 건 실화냐, 실화가 아니냐가 아니라 그 이야기에서 얼마나 현실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느냐입니다. 그런 면에서 [훌라 걸스]는 꽤 묵직해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엉뚱한 꿈을 꾸는 괴짜들이 아니라, 그들의 코앞에 닥친 컴컴한 현실의 위기와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삶의 전사들입니다. 그것도 그들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 전체의 운명이 걸려 있지요. 그 때문에 그들이 꾸는 하와이의 꿈은 더 강렬해보입니다. 아무리 황당해 보여도 그들에겐 그 꿈을 따르는 것 이외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소재가 되는 훌라 댄스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풋내기들의 서툰 몸놀림이 준전문가들의 노련한 댄스로 옮겨가는 과정은 설득력 있고, 클라이막스 이후에 이들이 제공하는 스펙터클은 근사합니다. 게다가 몇몇 배우들, 특히 리더인 키미코를 연기하는 아오이 유우는 자신의 춤동작을 드라마 연기와 유려하게 결합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훌라 걸스]는 전통적인 일본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보편적인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전자의 힘이 약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장점은 드라마 쪽에 쏠려 있지요. 그런 면에서 영화는 자주 비교 대상이 되는 [스윙 걸즈]보다는 [브레스트 오프]나 [빌리 엘리어트]와 같은 비슷한 소재의 영국 영화들과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들보다 훨씬 낙천적이긴 하지만요. (07/02/20)

DJUNA

기타등등

한국 관객들이 일본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에 즉각 반응하는 걸 오늘 처음 봤습니다. 심지어 히라야마 선생이 아이들의 사투리를 흉내내는 것까지 귀에 걸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