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준환

주연
신하균....강운도
원웅제....김대리
신철진....부장
김동연....진아
정은표....걸인
김선아...뒷모습 여기자

운도

[털]의 주인공 운도는 가슴털을 갖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 가슴에 털만 난다면 짝사랑하는 김양의 마음도 빼앗을 수 있을 것 같고 싸나이의 자존심도 설 것 같죠. 다음의 와글 서비스를 이용해 털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검색한 운도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발모제를 뿌리면서 가슴털이 날 날만 기다립니다.

운도는 전형적인 장준환식 주인공입니다. 지루한 현실 세계에 몸을 박고 있지만 머리는 엉뚱한 환상 속을 헤엄치고 있지요. 단지 운도는 [2001 이매진]의 자칭 존 레논이나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보다는 진취적입니다. 적어도 환상과 현실을 구별할 줄 알고 자신이 품은 꿈을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현실화시키려고 시도하니까요. 운도라는 이름부터가 '운명에 도전한다'라는 뜻이라나요.

그가 이만큼 '진취적'일 수 있는 건 그의 욕망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가슴털을 과시하며 여자들을 쟁취한다!"는 말하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단순하고 원초적인 남성 판타지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마치 해결책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운도가 흥미로운 인물인 이유는 비교적 도식화된 욕망의 대상 때문이 아닙니다. 그걸 정말로 심각하게 원하고 그걸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죠.

유감스럽게도 장준환은 그 가능성을 완벽하게 탐색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영화의 이야기가 너무 평이하죠. 반전을 눈치 채기 쉬워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결말이라 드라마에 충분한 낙차를 제공해주지 않는 겁니다. 짧은 러닝타임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털의 왕국' 장면 이후에 나오는 운도의 판타지 장면들이 다소 밋밋하고 발전이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조금 더 모험을 해볼 수 있었을 거예요. 극단적인 개성 과시의 장이었던 앞의 두 작품들과는 달리 [털]은 비교적 도식적인 '장준환 영화'입니다. (04/10/19)

DJUNA

기타등등

다음 작품은 허진호의 [나의 새 남자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