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권일순

주연
김서형....채민영
김유정....여주희
조영진....박병두
이황의....한창수
오종훈....최종석
박아인....강현미
김영선....박순옥
김민성....민구
조연호....생활지원센터과장
김주후....생활지원센터직원

주희와 민주

[네 번째 층]의 감독 권일순이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영화의 원래 배경은 아파트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작자 안병기의 신작 [아파트]와 겹칠까봐 오피스텔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영화의 설정이 안병기의 다른 영화 [폰]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해야할까요? 이 영화도 귀신들린 여자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다루고 있거든요.

이 정도만 말해도 이 영화의 각본이 심각한 독창성 결여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실 수 있을 겁니다. 혼자 직장생활하는 엄마가 딸을 데리고 직장 근처의 새 오피스텔의 5층에 이사왔는데, 그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결정적으로 애가 이상하게 변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네 번째 층]은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2월 29일]보다 훨씬 좋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안병기의 [아파트]나 [폰]보다 장점이 많은 영화이기도 해요. 김서형의 커리어 우먼 캐릭터 민주는 [아파트]의 허수아비와 같던 고소영의 캐릭터 세진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그 사람의 고민도 믿음직하게 묘사되었습니다. 모녀 관계의 묘사 역시 [폰]보다는 낫고요. 김서형과 김유정도 잘 캐스팅된 배우들이며 호러영화라는 장르에도 잘 어울립니다. 앞에 언급된 영화들보다 각본도 더 잘 쓰여졌어요. 적어도 전반부 3분의 2까지는요.

아이디어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습니다. 4층이 없는 현대식 오피스텔에 귀신이 사는 4층이 숨겨져 있다는 설정은 매력적입니다. 영화가 오프닝 크레딧에 사용하는 에셔의 그림처럼 흥미로운 공간 탐구가 될 수도 있지요. 무척 영화적인 소재인 겁니다. 감독인 권일순은 끊임없이 같은 층을 빙빙 도는 계단이나 어긋난 시공간에 겹쳐진 두 건물을 묘사하면서 은근히 그 비논리성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러영화의 관습에 억지로 끌려가지만 않았어도, [네 번째 층]은 훨씬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호러영화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이 영화의 가장 노골적인 단점은 바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호러영화 도구들이거든요. 따분하기 짝이 없는 살인장면들도 지겹지만, 관절염에 걸린 긴 머리 여자 귀신은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이 영화에서 진짜 공포와 불안감을 일으키는 건 귀신이 아니라 부조리한 공간 자체와 딸의 위기인 걸요. 너무나 완벽한 (그래서 오히려 어색한) 설명을 제공해주는 후반부는 그냥 맥이 풀릴 지경이지요. [아파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부분은 대사도 나빠요. '그녀'나 '그들'과 같은 어색한 인칭대명사들이 날아다니며 문어체로 굳어져버리죠.

아까워요. [2월 29일]은 처음부터 그렇게 가능성이 많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네 번째 층]은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주었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호러영화에 대한 의무감에서 벗어났다면 훨씬 더 좋은 호러영화가 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고. 의무감은 장르영화의 독이에요. 거기에서 벗어날수록 장르영화로서도 더 좋아지지요. (06/07/20)

DJUNA

기타등등

시사회와 부천 영화제가 겹쳐서 어쩔 수 없이 부천 영화제에서 봤던 영화였습니다. 그냥 용산 시사회를 볼 걸 그랬어요. 시사회와 시간이 겹쳤던 영화는 그냥 그랬거든요. 그래도 시사회와 부천 영화제 상영날짜가 같아서 스케줄엔 문제가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