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다이어뮤드 로렌스 Diarmuid Lawrence

주연
케이트 베킨세일....엠마
Kate Beckinsale....Emma
마크 스트롱....나이틀리 씨
Mark Strong....Mr. Knightley
사만다 모튼....해리엇 스미스
Samantha Morton....Harriet Smith
올리비아 윌리엄즈....제임 페어팩스
Olivia Williams....Jane Fairfax
레이몬드 코트하드....프랭크 처칠
Raymond Coulthard....Frank Churchill
버나드 헵튼....우드하우스 씨
Bernard Hepton....Mr. Woodhouse
사만다 본드....웨스턴 부인
Samantha Bond....Mrs. Weston
제임스 헤이즐다인....웨스턴 씨
James Hazeldine....Mr. Weston
도미닉 로완....엘튼 목사
Dominic Rowan....Mr. Elton
프루넬라 스케일즈....베이츠 양
Prunella Scales....Miss Bates
실비아 바터....베이츠 부인
Sylvia Barter....Mrs. Bates
가이 헨리....존 나이틀리
Guy Henry....John Knightley
다이도 마일즈....이자벨라 나이틀리
Dido Miles....Isabella Knightley
루시 로빈슨....엘튼 부인
Lucy Robinson....Mrs. Elton

엠마

오늘 소개할 앤드루 데이비스와 수 버트휘슬 패거리의 [엠마]는 미라맥스 버전 [엠마]와 늘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나온 시기가 비슷한 데다가 워낙 해석이 판이하게 다르거든요. 데이비스/버트휘슬 버전이 손해를 좀 보는 셈이죠. 우연히 나온 시기는 비슷했지만, 이 시리즈가 특별히 미라맥스사의 계획을 훔치거나 한 것은 아니거든요.

줄거리는? 당연히 소설과 같습니다. 엠마는 중매장이 노릇을 하다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결국 끝에는 나이틀리 씨와 맺어지죠. 이것까지 다를 수는 없지 않겠어요?

하지만 영화는 미라맥스 버전과 전혀 다르게 흘러갑니다. 거의 거울상처럼 보일 지경이에요. 미라맥스 버전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엠마의 정신적 성숙을 담고 있기는 하기만 기본적으로는 엠마와 나이틀리의 밀고 당기는 러브 스토리죠.

그러나 데이비스/버트휘슬 버전은 로맨스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미라맥스 버전과는 달리 미니 시리즈의 나이틀리는 애인으로서는 낙제감입니다. 로맨틱한 구석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고 엄격하기만 해서 마치 시골 학교 교장 선생을 보는 것 같아요. 엠마와 나이틀리 사이의 로맨스도 미라맥스 버전만큼 큰 부분을 할당받지 못합니다.

결정적으로 이 시리즈는 엠마와 주변 사람들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기네스 팰트로라는 배우에 원래부터 반감이 있지 않는 한, 우리는 미라맥스 버전의 엠마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귀여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트 베킨세일의 엠마는 훨씬 어둡습니다. 사람들이 종종 안티-기네스라고 부를 정도죠. 물론 베킨세일은 무척 귀엽고 예쁜 배우이며, 이 작품에서도 그 사람 특유의 '엠마다움'이 넘쳐 흐르지만, 엠마의 정신적 미숙함과 짧은 생각을 애교로 커버하려는 시도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놀라울 정도로 가차없고 매정해요. 엠마만 그런 꼴을 당하는 게 아닙니다. 프랭크 처칠은 더욱 더 심한 꼴을 당합니다. 이 작품의 프랭크 처칠은 미라맥스 버전의 프랭크보다 서너 배는 더 형편없는 인간입니다. 끝에 가서 보면 제인 페어팩스가 불쌍해질 지경이에요.

다소 어두컴컴한 비전이기는 해도 이런 묘사는 제인 오스틴의 원작에 오히려 더 충실한 것입니다. 오스틴은 정말로 가차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제인 오스틴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엠마도 팰트로보다는 베킨세일에 더 가까울 거예요.

하지만 데이비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엠마나 처칠을 냉정하게 묘사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오스틴 세계가 속해있는 19세기초 시골 젠트리 계급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죠. 이 영화의 분위기는 데이비스/버트휘슬 패거리의 전작 [오만과 편견]보다는 [설득]에 가깝습니다. 하층 계급 사람들은 사방에 배경으로 깔려 있고 말없는 로버트 마틴은 엠마와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 조용한 증오심까지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닭도둑 이야기는 이런 분위기를 인정하는 서명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해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은 미라맥스 버전보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일단 베킨세일은 아주 좋습니다. 놀랄 일은 아니죠. 이미 우린 [콜드 콤포트 팜]을 통해 이 배우가 얼마나 엠마를 잘 연기할 수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해리엇 역의 사만다 모튼과 제인 역의 올리비아 윌리엄즈도 미라맥스 버전보다 더 역에 잘 맞습니다. 그러나 나이틀리 역의 마크 스트롱은 불만입니다. 그의 지나치게 뻣뻣한 나이틀리는 반감마저 들 정도입니다. 엠마와 나이틀리가 연애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연애 비중을 줄였다고해도 기초적인 감정 교류는 있어야죠.

미라맥스 버전의 [엠마]처럼 데이비스/버트휘슬 버전 [엠마]도 장단점을 모두 갖춘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두 작품은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소설을 읽기 싫다면 이 두 작품을 번갈아보면서 제인 오스틴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짐작해볼 수도 있겠죠. (01/04/05)

DJUNA

기타등등

사만다 모튼이 정말 연기를 잘하긴 했지만 이 작품의 해리엇도 엠마보다 훨씬 나이 들고 성숙해 보이는군요. 해리엇은 엠마보다 더 어리고 순진해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모튼이 실제로 어리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