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소니 밍겔라 Anthony Minghella

주연
주드 로....W.P. 인만
Jude Law....W.P. Inman
니콜 키드먼....에이다 먼로
Nicole Kidman....Ada Monroe
르네 젤위거....루비
Renée Zellweger....Ruby
아일린 앳킨스....매디
Eileen Atkins....Maddy
브렌든 글리슨....스톱로드
Brendan Gleeson....Stobrod
필립 시모어 호프먼....비지
Philip Seymour Hoffman....Veasey
나탈리 포트먼....사라
Natalie Portman....Sara
조바니 리비시....주니어
Giovanni Ribisi....Junior
도널드 서덜랜드....먼로 목사
Donald Sutherland....Reverend Monroe
레이 윈스턴....티그
Ray Winstone....Teague
캐시 베이커....샐리
Kathy Baker....Sally
제임스 가몬....에스코
James Gammon....Esco Swanger
찰리 허냄....보시
Charlie Hunnam....Bosie
잭 화이트....조지아
Jack White....Georgia
이든 서플리....팽글
Ethan Suplee....Pangle

인만과 에이다

찰스 프레이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안소니 밍겔라의 영화 [콜드 마운틴]은 남북전쟁을 무대로 한 [오디세이아]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인만과 에이다는 남부 버전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입니다. 끔찍한 전쟁에 질린 인만이 탈영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동안, 에이다는 인만을 기다리며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거죠. 끝도 없이 에이다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민병대의 티크는 페넬로페에게 수작을 거는 청혼자쯤 될 겁니다.

아마 [잉글리시 페이션트]나 [리플리]의 뻔뻔스러운 로맨티시즘을 기대한 분들은 실망했을 겁니다. 이 영화는 결코 격정적인 로맨스가 아닙니다. 인만과 에이다는 그렇게까지 뜨거운 연인들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렇게 오래 만난 사이도 아니고 서로를 잘 아는 편도 아닙니다. 아마 전쟁이 없었다면 그들의 싱겁고 밋밋한 연애는 중간에 활기를 잃고 주저앉았을지도 모릅니다. 인만과 에이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남북전쟁의 험악한 역사 흐름 속에서 그들을 지탱하게 도와줍니다. 그들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 또는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은 과거의 아름답고 평온했던 삶을 상징하는 귀환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야무지게 논리를 깔아도 관객들이 인만과 에이다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의 감정은 너무나 추상화되어 있고 실체가 없어서 러닝타임 대부분 동안 따로 진행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기엔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따로 진행되는 인만과 에이다의 이야기는 사실 꽤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주드 로와 니콜 키드먼이 연기하는 두 주인공들보다는 그런 여정과 투쟁 속에서 만나는 독특한 개성의 조연들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의 덕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인만의 오디세이에 필립 시모어 호프먼, 조바니 리비시, 나탈리 포트먼, 지나 말론, 아일린 앳킨스가 연기하는 인물들이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제공해준다면, 에이다의 이야기에서는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루비나 브렌든 글리슨의 스톱로드같은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거죠. 그 때문에 인만과 에이다는 오히려 이런 인물들을 등장시키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기대했던 대로 아주 좋습니다. 루마니아에서 대부분을 찍었다는 로케이션 장면들은 아름답고 초반의 전투 장면도 전쟁에 대한 인만의 혐오감을 특별한 설명없이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그러나 이 믿음직한 질적 수준에도 불구하고 [콜드 마운틴]은 여전히 차가운 영화입니다. 영화는 좋은 배우들과 훌륭한 전문가들에 의해 능숙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피가 끓는 하나의 드라마보다는 아카데미 회원들을 위한 또 하나의 미라맥스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아카데미용 미라맥스 영화의 노골적인 의도에 특별히 불편해할 필요는 없지만 이 거창한 멜로드라마에 깔려있는 건조한 매너리즘의 흔적은 쉽게 무시하기가 힘들군요. (04/02/26)

DJUNA

기타등등

니콜 키드먼은 여기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