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opy (6X18)

각본
드루 Z. 그린버그 Drew Z. Greenberg

감독
제임스 A. 콘트너 James A. Contner

주연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앰버 벤슨....타라
Amber Benson....Tara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제임스 마스터즈....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미셸 트라첸버그....던
Michelle Trachtenberg....Dawn
대니 스트롱....조나단
Danny Strong....Jonathan
애덤 부쉬....워렌
Adam Busch....Warren
톰 렝크....앤드루
Tom Lenk....Andrew
칼리 로샤....할프렉
Kali Rocha....Halfrek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다시 복수 악마가 된 아냐는 자기를 버리고 떠난 잰더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복수 악마는 자기 소망을 들어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잰더를 해칠 소망을 비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하죠. 그러는 동안 버피와 던은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려 시도하고, 윌로우와 타라는 다시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Entropy'
'Entropy'에는 때려잡아야 할 악당이 없습니다. 전체 에피소드가 스쿠비 갱의 멜로드라마틱한 연애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죠. 가장 6시즌다운 에피소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6시즌 전체의 질을 생각해보면 결코 칭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아냐
오늘의 주인공은 아냐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복수 악마가 된 아냐가 잰더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도 자기 속을 쉽게 감추지 못하는 아냐가 굉장히 노골적인 태도로 친구들에게 잰더를 저주하게 하려고 시도하는 장면들이고요.

엠마 콜필드는 그 사람의 장기인 직설적인 코미디를 여기서 아주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습니다. 복수의 잔인무도함과 솔직한 감정이 섞여 아주 귀엽게 느껴지는 대사들("Wish his penis would explode?", "So. Tell me more about wishing Xander's brains and guts would go blooey"...) 과 짓궂은 디테일(카페에서 윌로우와 타라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아냐가 들고 나가는 커피는 사실 윌로우의 것입니다)도 이 사람의 캐릭터에 아주 잘 맞아요.

대부분의 음모가 실패하자, 아냐는 스파이크를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순전히 잰더를 해치는 소원을 얻으려고 한 것이지만 결국 쿵작쿵작 죽이 맞기 시작하다가 결국 섹스로 연결되지요. 이런 관계도 비교적 자연스러운데, 둘은 원래부터 능력을 잃은 초자연적인 존재라는 공통된 사연 때문에 비교적 잘 통하는 편이었기 때문이지요. 4시즌 에피소드였던 'Where The Wild Things Are'를 기억하시는지요?

기크 트리오의 카메라 덕택에 아냐와 스파이크의 섹스가 서니데일 전체에 생중계되는 장면은 포르노 분위기보다는 소프 오페라의 느낌을 더 강하게 풍깁니다. 그건 섹스 자체보다는 섹스를 하는 사람들의 정체가 더 중요하고, 이 즉석 포르노 생중계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버피와 던
버피와 던은 드디어 서로에게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서머스 자매가 쇼핑가를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들의 관계가 그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장면은 'Older and Far Away' 뒤에 나오는 편이 더 좋았을 겁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리둥절합니다. 던은 엉뚱하게도 정상적인 자매 관계 이상을 원합니다. 버피의 슬레이어 일을 돕겠다는 거죠.

던의 소망은 6시즌 결말로 이어지고 7시즌 스토리로도 연결되지만, 여전히 말이 안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첫째로 정신이 제대로 박힌 언니라면 일단 들어줄 리가 없고, 둘째로 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엄청나게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들이 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잰더, 스파이크, 버피
드디어 버피와 스파이크의 관계가 폭로됩니다. 아냐와 스파이크의 즉석 섹스가 발각되는 통에 엉겁결에 그들의 관계 역시 드러나고 마는 거죠. 아냐와 버피가 모두 스파이크랑 섹스했다는 걸 알자 잰더는 마치 자기가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질려버리던데, 이 친구는 그럴 입장이 아니죠. 이 모든 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이 에피소드에서 잰더는 정말 밥맛이었습니다. 아냐에게 늘어놓는 변명엔 후회 따위는 섞여 있지 않고, 아냐와 스파이크를 윽박지를 때는 위선이 극을 달렸으며, 제대로 방어도 할 수 없는 스파이크에게 도끼를 휘둘러댈 때는 따분할 정도로 비겁했어요.

윌로우와 타라
윌로우와 타라의 관계는 썩어들어가는 아냐, 잰더, 스파이크, 버피의 이야기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중독에서 거의 빠져나온 윌로우와 타라가 학교에서 오해를 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귀엽고 화사합니다. 둘이 카페에서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아냐의 코미디가 양념처럼 더해져서 유쾌하고요.

이들의 이야기는 에피소드 마지막에 갑작스러운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예고없이 윌로우의 방을 찾아온 타라의 긴 대사와 함께요.

TARA: Things fall apart. They fall apart so hard.
WILLOW: Tara?
TARA: You can't ever... put them back the way they were.
WILLOW: Are you okay?
TARA: I'm sorry, it's just... You know, it takes time. You can't just... have coffee and expect...
WILLOW: I know.
TARA: There's just so much to work through. Trust has to be built again, on both sides... You have to learn if... if we're even the same people we were, if you can fit in each other's lives. It's a long... important process, and... can we just skip it? Can, can you just be kissing me now?

타라의 대사는 기승전결과 근사한 반전까지 갖춘 로맨틱한 드라마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드루 Z. 그린버그가 한 작업들을 대충 돌이켜보면, 이 사람은 [버피] 역사에서 이 마지막 대사로 기억될 것 같아요.

타라의 대사는 곧 윌로우와 타라의 열정적인 키스로 이어지는데, 이 키스신은 [버피] 역사상 가장 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방송국에서 끝의 몇 초 정도를 잘라냈다고 하더군요.

기타등등
아무리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십여세기 동안이나 이 일을 해온 아냐가 자기 능력의 한계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요? (03/01/23)

DJUNA

reviews | season 6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