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r Bad (4X05)

각본
트레이시 포브스 Tracey Forbes

감독
데이빗 솔로몬 David Solomon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애덤 카우프먼....파커 에이브럼즈
Adam Kaufman....Parker Abrams
세스 그린....오즈
Seth Green....Oz
마크 블루카스....라일리
Marc Blucas....Riley
페이지 모스....베루카
Paige Moss....Veruca
린지 크루즈....매기 월시
Lindsay Crouse....Maggie Walsh
브라이언 컵릴....로이
Bryan Cuprill....Roy
에릭 매서니....콤
Eric Matheny....Colm
스티븐 M. 포터....잭
Stephen M. Porter....Jack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아직도 파커 때문에 상심해 있는 버피는 잰더가 일하는 술집에서 만난 상급생들과 술판에 빠지게 됩니다. 문제는 그들이 마시던 맥주는 잘난 척하는 대학생들에 짜증이 난 술집 주인이 그들을 놀리기 위해 마법을 건 것이었다는 거죠. 맥주의 마법에 걸린 버피와 상급생들은 서서히 원시인들로 변해갑니다.

'Beer Bad'
'Beer Bad'는 전설적인 [버피] 에피소드들 중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공인된 [버피] 최악의 에피소드죠. 가끔 이를 능가할 정도로 형편없는 에피소드들이 나와도 사람들은 여전히 'Beer Bad'를 옹호합니다.

요새 보면 'Beer Bad'에 대한 비난은 어느 순간부터 에드 우드의 영화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독특한 감정 비슷한 것으로 변질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사람들은 'Beer Bad'를 놀려대는 걸 즐깁니다.

그런데 'Beer Bad'가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에피소드일까요? 결코 좋은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마법에 걸린 맥주는 너무나도 뻔한 도구이고, 알콜에 대한 경고는 거의 공익광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맥주를 마시고 술취한 원시인이 된다는 설정은 그냥 기가 막힐 뿐이죠.

하지만 언제부터 [버피]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시리즈였던가요? 반대로 이 시리즈는 늘 노골적인 캠피함을 상표처럼 내세웠습니다. 전 'Beer Bad'가 특별히 [버피]의 성격에 어긋나거나 특별히 눈에 뜨일 정도로 못쓰여진 에피소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적어도 전 별다른 고통없이 'Beer Bad'를 DVD로 반복 시청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버피]에는 그러기도 힘든 에피소드들이 수두룩합니다.

버피
버피는 아직도 파커 때문에 기가 죽어 있는데, 이 이야기는 대충 세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거창하고 로맨틱했던 앤젤과의 관계를 끝내고 보다 현실적이고 불안정한 성인들의 관계로 접어드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두번째는 버피의 여성성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일단 형편없는 남자친구를 하나 등장시켜 나중에 버피의 남자친구가 될 라일리 핀을 보다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이죠.

물론 이 모든 기능을 위해선 파커 이야기를 시원스럽게 끝내야 합니다. 'Beer Bad'의 진짜 역할도 그것이죠. 여기서 맥주 원시인 소재는 두 가지 상반된 방식으로 파커를 때려 눕히는 도구가 됩니다.

첫번째는 '남자들은 짐승'이라는 거칠고 직설적인 은유의 기능입니다. 파커의 감언이설에 녹아나는 것 같던 윌로우가 갑자기 일어나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먼저 보세요.

WILLOW: Me too. I mean, with you. You know, I'm wondering something. About you.
PARKER: What?
WILLOW: Just how gullible do you think I am? I mean with you gentle eyes and your shy smile and your ability to talk openly even to me! You're unbelievable!
PARKER: What?
WILLOW: This isn't sharing. This isn't connecting. It's the pleasure principle. That's right I got your number ID boy. The only thing you're thinking about is how long you can jump on my bones.
PARKER: Look, if you think that I'm...
WILLOW: I mean, you men. It's all about the sex! You find a woman, drag her to your den, do whatever's necessary just as long as you get the sex. I tell you men haven't changed since the dawn of time.

(이 때 맥주 원시인들이 여자들을 잡아 끌고 술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쿵쿵, 쿵쿵...)

Willow: You see?

윌로우의 논증에 이보다 더 완벽한 증거가 있을까요?

다른 하나는 버피를 맥주 원시인으로 만들어서 파커에게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괜히 맘을 썩히는 현대인 버피와는 달리 원시인 버피는 아주 간단하게 이 딜레마를 해결합니다. 파커의 머리를 몽둥이로 후려치는 것이죠. :-D

윌로우
윌로우와 오즈의 관계는 서서히 위기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오즈와 베루카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걸 윌로우가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죠. 베루카의 정체는 다음 에피소드인 'Wild at Heart'에서 밝혀집니다.

하여간 윌로우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오즈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것은 사실이니, 결국 남성 전체를 향한 윌로우의 공격은 나름대로 핑계가 있는 셈입니다.

잰더
위에서, 맥주 원시인 이야기가 일종의 페미니스트 복수극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종류의 복수극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윌로우와 버피가 대학에 진학하고 잰더가 고졸로 남으면서, [버피]는 계급차별이라는 주제를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는 대충 평등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다르죠. 어느 정도 선택된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니까요. 현대 사회에서 고등교육은 사람들의 계급을 구분하는 일종의 채입니다. 잰더의 소외감이라는 주제는 4시즌의 다른 에피소드들에도 반복됩니다.

'Beer Bad'는 학교에서 배운 거창한 말들로 다른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건방진 대학생들과 잰더와 잭으로 대표되는 노동자 계급 사람들의 대립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에피소드의 맥주는 잘나빠진 대학생애들을 원시인으로 만들어 작은 수준의 계급 혁명을 끌어내는 도구인 것입니다.

기타등등
원시인 버피가 중얼거리는 대사 "Fire bad"는 3시즌 피날레인 'Graduation Day (2)'에서 버피가 하는 대사인 "Fire bad, tree pretty"의 메아리처럼 들립니다. (03/01/20)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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