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Conditions (4X02)

각본
마티 녹슨 Marti Noxon

감독
데이빗 그로스먼 David Grossman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대그니 커....캐시 뉴먼
Dagney Kerr....Kathy Newman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세스 그린....오즈
Seth Green....Oz
애덤 카우프먼....파커 에이브럼즈
Adam Kaufman....Parker Abrams
페이지 모스....베루카
Paige Moss....Veruca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버피는 기숙사 룸메이트 캐시 때문에 미칠 지경입니다. 끝도 없이 셰어 CD를 반복해서 틀어대고, 심지어 냉장고 안의 계란에까지 자기 이름을 써놓는 이 신입생은 정말 끈적거릴 정도로 버피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녀를 괴롭힙니다. 캐시와 최근 들어 반복해서 꾸게 된 악몽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간 버피는 결국 캐시가 악마라고 믿어버리게 되지요. 버피의 친구들은 가까스로 버피를 잡아 가두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캐시는 정말로 악마였으니 말이에요.

룸메이트
[버피] 시리즈 기둥 성격들 중 가장 자주 지적되는 것은 주인공 또래 아이들이 겪는 인생 역경을 공포 영화의 공식으로 은유화시키는 수법입니다. 이런 수법의 대상이 되는 소재는 성적 자각이나 부모 세대와의 대립과 같은 거창한 것일 수도 있고, 작고 비교적 하찮아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절실한 어떤 것일 수도 있습니다.

'Living Conditions'은 후자입니다. 한마디로 이 에피소드의 주제는 '짜증나는 룸메이트'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혼자 방을 쓰며 편하게 보내던 아이들이 생판 첨 보는 아이와 방을 나누어 쓰게 되면서 겪게 되는 거칠거칠한 경험을 생각해보세요. 'Living Conditions'은 여기에 [버피]식 반전을 두었을 뿐입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은 룸메이트가 정말로 다른 차원에서 올라온, 영혼을 빨아먹는 악마였던 거예요.

이런 은유는 은근히 마티 녹슨식이기도 합니다. 녹슨은 [버피] 작가들 중 직접적인 은유를 가장 남용하는 작가니까요. 녹슨의 영향력이 커진 시즌 6의 가장 큰 문제점도 그런 직접적 은유의 남발이었습니다.

하지만 'Living Conditions'에서 그런 직접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작은 스케일과 경쾌한 코미디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 일대일의 고지식한 비유도 농담의 일부가 되는 거죠. 유감스럽게도 'Wrecked'같은 심각한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제어 장치가 없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는 녹슨적인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또다른 트릭도 발견됩니다. 녹슨은 코미디를 쓸 때 캐릭터의 코믹한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핑계를 도입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에서 서니데일의 여자들이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르는 건 에이미의 주문 때문이었습니다. 'Buffy vs Dracula'에서 잰더와 자일즈가 바보짓을 저지른 것도 드라큘라와 '드라크 베이브'들의 최면술 때문이었지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버피가 반쯤 미친 코미디를 벌이는 것도 악마 룸메이트가 밤마다 영혼을 조금씩 빼앗아 갔기 때문입니다. 우린 이 예들을, 녹슨이 체질상 코미디 전공 작가가 아니라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설정에서 쉽게 코미디를 끌어내지 못하는 작가라는 뜻이니까요.

작가로서, 녹슨의 체질이 어떻건, 'Living Conditions'은 여전히 흥겨운 코미디입니다. 버피와 캐시의 유치찬란한 싸움은 내용상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의 신경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이야기는 둘 다 영혼없는 존재라는 핑계를 바탕에 깔고 신나게 과장됩니다. 시청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실성과 요란한 코미디를 가능하게 하는 과장이 적절한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거죠.

캐시라는 악역도 여기서는 예외는 아닙니다. 나중에 캐시가 악마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자기 성격을 일부러 위장한 악마는 아니었거든요. 캐시는 그저 부모에게 반항하는 젊은 악마에 불과합니다. 캐시가 아빠한테 대들면서 외쳐대는 마지막 항변을 들어보세요. "I'm 3000 years old! When are you going to stop treating me like I'm 900?"

영혼
여기서 영혼의 문제를 다시 따져봅시다. 마티 녹슨은 여기서 꽤 재미있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버피는 캐시가 영혼을 빨아먹는 동안 점점 미쳐갑니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폭력적이 되고 상식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지요. 어쩌다보니 버피의 추측은 모두 맞았지만, 그렇다고 버피가 그 동안 덜 미쳤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린 영혼없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를 다시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혼없는 뱀파이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죄의식의 결여입니다. 앤젤이 영혼을 되찾은 뒤 맨 처음 느꼈던 것도 죄책감이었고요. 그런데 윤리적 행동이란 기본적으로 이성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버피버스에서 영혼은 이성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일까요?

오늘의 대사
아, 전 버피의 이 횡설수설을 좋아해요. "She has parts that can grow after they're detached. She irons her jeans. She's evil. She has to be destroyed. Lite FM! Love songs! Nothing but love songs!"

기타등등
버피버스의 밥맛 왕자 파커가 이 에피소드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오즈는 처음 만난 베루카에게서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요. 슬슬 이 캐릭터는 퇴장을 준비 중입니다. (02/08/09)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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