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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연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Lovers Walk' 이 두 이야기를 다루는 댄 베버의 각본은 꽤 영리합니다. 그는 스파이크가 윌로우와 잰더를 납치해서 사랑의 묘약을 만들려고 하는 동안 버피와 앤젤이 친구를 구출하려고 한다는 소동을 꾸며놓고 이를 통해, 스파이크와 스쿠비갱을 서로에 대한 촉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소동을 겪는 동안 스파이크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스쿠비갱의 연애담은 파국을 맞거나 중간점검을 하게 되지요.
스파이크 'Lovers Walk'는 아직 스파이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였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드루실라와 스파이크의 관계가 끝난 게 버피와 스파이크의 로맨스를 준비하는 중간 단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런 계획 따윈 없었을 겁니다. 단지 그 편이 이야기를 끌어가고 계약을 맺기가 쉬웠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서 시작된 일련의 '스파이크에게 역할 주기' 실험은 스파이크가 버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5시즌 초반까지 끕니다. 하여간 베버는 2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스파이크라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있습니다. 쉽게 상처받는 철없는 소년과 위험한 정신병자 살인마의 자연스러운 결합이지요. 이 에피소드에서 스파이크는 상처받은 연인이지만 그는 이 심각한 설정 속에서 철저한 어린아이의 논리로 행동합니다. 여자친구가 떠났다고 징징거리다가 어거지를 부리며 사태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러다 한바탕 주먹질을 해서 어느 정도 아드레날린이 솟으면 고래고래 [마이 웨이]를 부르며 떠나는 거죠. 이 에피소드가 3시즌에 단 하나있는 스파이크 에피소드였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파이크는 등장하는 횟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효과적인 캐릭터란 말이에요. 이 에피소드에서 스파이크라는 캐릭터가 가장 흥미롭게 살아난 부분은 버피나 윌로우와 있을 때가 아니라 아직 스파이크의 정체를 모르는 조이스한테 신세 한탄을 늘어놓을 때입니다. 어떻게 보면 스파이크는 버피보다 조이스와 훨씬 이야기가 더 잘 통했고 조이스에 대한 감정도 훨씬 더 진실했어요. 전 아직도 조이스 옆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칭얼대다가 "You got any of those little marshmallows?"라고 묻는 이 친구의 모습이 좋습니다.
윌로우, 잰더, 코딜리아, 오즈 이 이야기의 기능은 보기보다 복잡합니다. 첫번째 기능은 윌로우와 잰더의 이야기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윌로우와 잰더는 2시즌부터 다른 길로 가고 있었지만, 이들의 관계는 1시즌부터 가장 중요한 스토리 라인 중 하나였으므로 언젠가 보다 그럴싸한 결말이 필요했어요. 3시즌 이후 윌로우와 잰더가 이상한 관계였던 건 정말 발전하는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종지부를 찍기 위한 준비운동이었지요. 두번째 기능은 코딜리아와 잰더의 관계를 끊는 것입니다. 이건 앞으로 나올 스핀오프 시리즈인 [앤젤]을 위한 사전 준비라고 할 수 있어요. 코딜리아를 앤젤과 함께 내보내려면 잰더와 계속 같이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코딜리아의 성장에도 잰더와의 결별은 필수적이었어요. 지금까지 아무런 불만없이 살아온 부잣집 딸이 세상의 험난함을 알아가는 과정의 첫단계라고 할까요. (요새 이 캐릭터가 놓인 상황을 보면 "그게 무슨 헛고생이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세번째 기능은 윌로우와 잰더의 캐릭터와 심리묘사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오즈의 관대함을 기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즈에 대한 윌로우의 어정쩡한 감정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윌로우와 오즈의 관계는 그들의 첫번째 섹스신에서 어느 정도 완성되는 것 같고 사실 그게 작가들의 의도이기도 했지만 지금와서 보면 이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관대하고 진지한 감정을 품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 있는 것이지요. 잰더의 경우는 보다 기회주의적입니다. 잰더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작가들은 어떻게든 잰더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어야했는데, 윌로우가 잰더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이 바로 그거였죠. 윌로우가 잰더를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에 잰더의 캐릭터로서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Lovers Walk'는 그 절정이었어요. 하지만 그 뒤로 잰더는 제대로 된 역할을 거의 찾지 못한 채 방치되었습니다.
버피, 앤젤, 스파이크, 드루실라 우선 이 에피소드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크와 드루실라의 관계입니다. 사실 스파이크와 드루실라가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전 실망했답니다. 둘은 정말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사이 같았으니 말이에요. 버피와 스파이크의 관계는 더 공들여 디자인되긴 했지만 스파이크와 드루실라의 관계만큼의 설득력은 없습니다. 나중에 작가들은 'Fool for Love'에서 이들의 파경을 보다 자세히 묘사하긴 했는데, 솔직히 그 때도 억지로 붙인 설명이라는 느낌이 강했지요. 그래도 베버는 이 파국을 통해 스파이크의 상심을 근사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She wouldn't even kill me. She just left. She didn't even care enough to cut off my head, or set me on fire! I mean, is that too much to ask? Some little sign that she cared?"라는 스파이크의 대사는 한마디로 완벽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Fool for Love'의 묘사가 변명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지만요. 도대체 버피가 들어갈 구석이 없잖아요. 스파이크는 그러는 동안 지금까지 이전의 감정을 날려버린 척하는 앤젤과 버피의 심정을 뚫어보기도 합니다. 베버는 또하나의 그럴싸한 대사를 스파이크에게 주어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어요. "You're not friends. You'll never be friends. You'll be in love 'til it kills you both. You'll fight, and you'll shag, and you'll hate each other 'til it makes you quiver, but you'll never be friends. Love isn't brains, children, it's blood. Blood screaming inside you to work its will. I may be love's bitch, but at least I'm man enough to admit it." 하지만 이 대사는 그럴싸한 것만큼 정곡을 찌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파이크와 드루실라의 관계나 나중에 나오는 스파이크와 버피의 관계엔 맞을진 몰라도 버피와 앤젤의 관계는 2시즌 후반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진 않았죠. 특히 3시즌의 앤젤은 시청자들이 그를 보기만해도 자기 하품에 질식해 죽을 정도로 따분했으니...
기타등등
DJU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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