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투이 David Twohy

주연
매튜 데이비스....오델
Matthew Davis....Odell
올리비아 윌리엄즈....클레어 페이지
Olivia Williams....Claire Paige
브루스 그린우드....브라이스 중위
Bruce Greenwood....Lt. Brice
홀트 맥컬러니....루미스 중위
Holt McCallany....Lt. Loomis
덱스터 플레처....킹슬리
Dexter Fletcher....Kingsley
스코트 폴리....쿠어스 중위
Scott Foley....Lt. Coors
앤드루 하워드....호그
Andrew Howard....Hoag
제이슨 플레밍....스텀보
Jason Flemyng....Stumbo
잭 갈리피아나키스....월레스
Zach Galifianakis....Wallace
닉 홉스....윈터즈 함장
Nick Hobbs....Captain Winters

오델과 클레어

잠수함은 '귀신들린 집' 장르를 위한 이상적인 공간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바깥 세계에 대해 장님이나 다름 없는 일단의 사람들이 출구없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는 겁니다. 무시무시한 수압이 배를 짓누르고 탁한 공기 속에서 정신도 멍한데 밖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우우우우~~~~.

이 멋진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귀신들린 잠수함 이야기가 없었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아마 다린 아로노프스키도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죠. 이 영화의 원안을 쓴 사람은 아로노프스키니까요. 처음엔 그가 감독까지 할 뻔한 영화였지만 나중에 데이빗 투이에게 넘어가고 말았답니다. 이 영화 대신 만든 작품이 [레퀴엠]이니 잘한 선택이긴 하지만 그가 만들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종종 궁금합니다.

[빌로우]의 시대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엽이고 무대는 미국 잠수함인 U.S.S. 타이거 샤크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당연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첨단 기기들로 가득 찬 핵잠수함 속에서 귀신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많이 죽지 않겠습니까?

타이거 샤크가 침몰한 영국 병원선의 생존자 세 명을 구출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탄 뒤로 잠수함 안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아무도 없는 방에서 갑자기 축음기가 돌아가고 잠수함이 멋대로 방향을 바꾸는 식이죠. 하필 위에서 독일군 전함이 잠수함 사냥을 하고 있는 동안에 말입니다. 이 모든 사건들의 범인은 세 생존자들 중 한 명일까요, 아니면 며칠 전에 사고로 죽었다는 함장의 유령일까요?

[빌로우]는 초자연적인 추리물입니다. 사방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들은 조금씩 며칠 전에 잠수함에서 일어났던 함장의 죽음에 접근해갑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이 모든 미스터리들이 풀리고 당사자들은 인과응보의 결말을 맞습니다. 물론 초자연적 현상 자체는 어정쩡한 경계선에서 미해결로 남지만요.

투이는 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발 루튼 식 접근법을 택합니다. 그는 자크 투르네의 영화들을 모델로 했다고 하지만 그게 그거죠. 직접적으로 유령을 등장시키는 걸 자제하고 간접적인 분위기 묘사를 통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택했다는 거니까요.

영화는 성공했을까요? 성공을 거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잠수함 내부를 그럴싸한 사실성과 시대성을 섞어 묘사해냈습니다. 영국 배우들과 미국 배우들이 적당히 섞여 있는 캐스팅도 효율적이고요. 아이러니컬한 결말을 끝에 단 미스터리 역시 잘 짜여져있고 바라보는 사람과 행동이 조금씩 어긋나는 거울 이미지와 같이 흥미로운 (아주 창의적은 아닐지 몰라도요) 장치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그냥 평범하기도 합니다. 깩깩 현을 그어대는 공포 영화 효과음이 무개성적으로 남발되고 종종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묘사된 유령들이 잘 쌓아놓은 분위기를 망치기도 해요. 종종 필요한 장면들이 부족해 스토리 전개가 덜컹거리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랍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저울질해보면 [빌로우]는 여전히 좋은 구식 호러 영화입니다. 적어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던 [고스트 쉽]보다는 훨씬 좋은 영화지요. 배급사인 디멘션에서는 이 작품을 거의 매장하다시피했는데, 전 아직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답니다. (03/06/03)

DJUNA

기타등등

영국 캐릭터들과 미국 캐릭터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억양들이 전쟁하듯 으르렁거립니다. 특히 이 영화의 미스 마플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인 간호사 클레어 페이지를 연기한 올리비아 윌리엄스의 엄격한 상류 사회식 억양과 미국인 수병들의 유들유들한 미국식 영어의 대립은 은근히 유쾌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