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H/S/2 (2013)


작년 부천에서 상영되었던 호러 앤솔로지 시리즈 [V/H/S]의 속편이 부천을 찾았습니다. 원래는 제목이 [S-VHS]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던 영화죠. 실망스럽게도 최종 제목은 무난한 [V/H/S/2]. 왜 그랬는지 모르겠군요. 재치가 지나치다고 생각한 걸까요.

사이먼 베렛이 감독한 액자 에피소드인 "Tape 49"는 이 앤솔로지 영화의 설정을 소개합니다. 두 명의 사립탐정이 실종된 대학생을 찾으러 그 사람이 살던 집에 몰래 잠입한다는 거죠. 그 집에는 1편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광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노트북 컴퓨터가 있고 수상쩍은 비디오테이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거죠.

비슷한 역할을 하는 비슷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전 이게 전편 액자 에피소드보다는 낫더군요. 두 주인공은 닳아 빠진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번 에피소드에 나왔던 쓰레기들과는 달리 참고 봐줄 만 합니다. 이런 이야기의 공포 조성에 필요한 감정이입도 어느 정도 되고요. 무엇보다 액자 노릇을 더 성실하게 잘 해줍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Phase I Clinical Trials"은 SF로 시작합니다. 오른쪽에 인공눈을 이식한 남자의 이야기지요. 아직 실험적인 기술이라서 그가 보는 모든 것들은 연구를 위해 녹화가 됩니다. 이런 식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지 설득력있게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아이디어인 모양인데, 꽤 쓸만해요. SF적인 설정이 초반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긴합니다만. 

이야기 자체는 [디 아이]의 짝퉁입니다. 새로 눈을 이식한 남자는 집에 돌아온 날부터 귀신을 봅니다. 다음 날 저녁 인공 귀를 이식한 여자가 찾아와 이런 테크놀로지의 부작용에 대해 알려주죠. 그날 밤 다시 귀신들이 주인공들에게 닥치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평범한 소재이고 대단한 이야기 발전도 없지만 그래도 경쾌하게 술술 넘어가는 단편입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새로운 장치도 나쁘지 않고 호러의 감각이 좋습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유머도 성공적이고요.

[블레어 윗치]의 공동 감독이었던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역시 [블레어 윗치]의 제작자였던 그렉 헤일과 손을 잡고 만든 두 번째 에피소드 "A Ride in the Park"는 좀비 이야기입니다. 카메라가 장착된 헬멧을 쓴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운 없게도 좀비에게 물려버립니다. 좀비가 된 남자는 도와주려고 온 다른 사람들을 물고 순식간에 주변은 좀비판이 되어버립니다.

전형적인 좀비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제 관객들은 좀비의 관점에서, 아니, 더 오싹하게 좀비의 머리에 달린 카메라의 관점에서 이 모든 소동을 구경하게 됩니다. 1인칭과 3인칭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썩어가는 좀비의 시점에 아주 가깝긴 한데 그 자체는 감정없는 냉정한 기계의 시점인 거죠. 완전히 새로운 구경거리가 열린 겁니다. 새로울 뿐만 아니라 신나고 끔찍하고 사정없이 웃깁니다.

[레이드]의 가렛 에반스와 [마카브르]의 티모 티야얀토가 만든 "Safe Haven"는 수상쩍은 종교 집단에 잠입한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터뷰용 카메라와 여기저기 숨겨놓은 스파이 카메라들이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라, 이 영화에 수록된 작품들 중 가장 복잡합니다. 가장 인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특히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폭로되는 장면에서는 억지가 좀 심하다는 생각. 다행히도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의도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소 느릿한 초반부를 거치면 피투성이 폭발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터는 롤러코스터나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이 파국을 끌어가는 교주를 연기한 에피 쿠스난다르의 캐스팅이 그럴싸합니다. 순진무구한 어린애 같으면서 변태스럽기 짝이 없는 그 괴이한 이미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그리고 이야기가 다 끝났을 무렵엔 악동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 최종결말이 남아있습니다.

[산탄총을 든 부랑자]의 감독 제이슨 아이스너가 만든 마지막 에피소드인 "Slumber Party Alien Abduction"는 제목이 내용 대부분을 설명하는 영화입니다. 슬럼버 파티에 모인 한 무리의 시끄러운 아이들이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것이죠. 단지 이 모든 것들은 그 집 애완견인 탱크의 머리 위에 묶인 카메라를 통해 보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외계인보다는 십대 아이들의 난폭함이 극에 달한 주인공 애들이 더 무섭던 에피소드였습니다만, 그래도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요란법석함을 잘 전달한다 할 수 있는 작품이고, 또 개의 관점은 신선합니다. 그 때문에 결말에 이르면, 앞의 에피소드들에서 느낄 수 없는 애잔함이 살짝 보이기도 하고요.

결론지어 말하면, 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편보다 여러 모로 더 좋은 작품입니다. 전편이 장르 게토 안의 악동들이 모여 노는 것으로 그쳤다면, 이번엔 작품성도 고려하고 대중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썼다고 할까요? 전작의 변태스러움은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온화해진 건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R등급 호러는 더 늘었어요. 놓친 건 없고 얻은 건 많으니 이거야 말로 모범적인 속편인 거죠. (13/07/31)

★★★

기타등등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개 탱크를 연기한 멍멍이 배우 이름은 라일리 아이스너. 감독 개인가 봅니다.


감독: Simon Barrett, Jason Eisener, Gareth Evans, Gregg Hale, Eduardo Sánchez, Timo Tjahjanto, Adam Wingard, 배우: Lawrence Michael Levine, Kelsy Abbott, L.C. Holt, Simon Barrett, Mindy Robinson, Mónica Sánchez Navarro, Adam Wingard, Hannah Hughes, John T. Woods, Bette Cassatt, Dave Coyne, Wendy Donigian, Fachry Albar, Hannah Al Rashid, Oka Antara, Andrew Suleiman, Epy Kusnandar, Rebecca Babcock, Riley Eisener, Zack Ford

IMDb http://www.imdb.com/title/tt245018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884

    • 마지막 문단에 놓친 건 없고 잃은 건 많으니-> 놓친 건 없고 얻은 건 많으니..로 고쳐야 문장이 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공포 영화를 못보는 사람이라 아쉽네요.
    • 반영했습니다. 이상한 오타군요.
    • 그래도 전 이제 전편 액자 에피소드보다는 -> 그래도 전 이게 전편 액자 에피소드보다는
    • 전 1편은 보지 못했는데 2편, 이렇게 점잖게 쓰셨지만 저에겐 정말 막나가는 영화였고,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더라고요. 아마 2,3번째 이야기 중간중간의 유머때문에 숨통이 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편이 나오면? 궁금은 할텐데 또 볼지는... 앱덕션 당하는 4번째 이야기의 마지막은 좀 놀랐습니다. 그래도 죽이지는 않을 거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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