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 흡혈귀 페난갈 Penanggal (2012)


동남아시아에서는 잘린 목 밑으로 내장이 길게 나와 있는 떠다니는 머리 형태의 여자 뱀파이어들의 전설이 있는데요. 이들은 페난갈, 팔리식, 레약과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중 팔리식의 전설은 저번 부천에서 본 [파이브 히스테리아]에서 본 적이 있죠. 다 까먹었지만.

[산파 흡혈귀 페난갈]은 말레이지아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를 보면 우리나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 에피소드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무르니라는 젊은 여자가 저주를 받아서 페난갈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괴물이 된 무르니를 쫓아내고, 무르니는 어떻게든 구원을 받고 싶은데... 통속적이고 달짝지근하더라도 이 정도 소재라면 관객들을 적당하게 자극하는 괜찮을 멜로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 것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무르니가 마을에서 쫓겨나는 오프닝 부분부터 수상쩍은 징조가 감지됩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무르니의 집에 불을 지르려는 것까지는 괜찮아요. 하지만 갑자기 어린 소년 한 명이 뛰어나와 이렇게 외치는 거예요. "알라는 위대하시다!"

그 뒤로 영화는 진짜로 이슬람 선교 영화로 흐릅니다. 앞으로 평생동안 들을 '알라'라는 소리를 이 영화에서 다 미리 들은 것 같아요. 그것도 머리 나쁜 선교 영화에서 주로 그렇듯 가장 상상력 부족하고 지루한 방법으로 같은 소리를 죽어라 반복하는 겁니다. 

그래도 이해해주려고는 했습니다. 많은 유태/기독교 문화권의 호러 스토리가 종교의 틀 안에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니까요. 심지어 무르니가 이슬람 교에 귀의해서 구원을 얻으면 그러려니 해주려 했어요.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이 간단한 일도 망쳐버립니다. 우선 주인공 뱀파이어 무르니에게 집중을 못 해요. 영화는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있는 형제를 등장시키고 이들 중 한 명을 무르니와 만나게 하는데, 형제, 중간에 있는 여자, 무르니 사이를 바쁘게 오가느라 어느 쪽 캐릭터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특히 무르니의 분량은 어이가 없을 정도.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무서워해야 하는 건지, 걱정해야 하는 건지도 확신이 안 서죠. 그러는 동안 다들 "알라는 위대하시다" 따위나 늘어놓고 있고.

이 난장판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선교 영화의 틀이 멀쩡한 이야기를 망쳐놓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후자 같아요. 영화에서 '알라는 위대하시다'만 잘라내도 주인공들에게 정상적인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주어지거든요. (13/07/29)

★☆

기타등등
전 아직도 내장 끌고 다니는 머리라는 형태의 뱀파이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섭다기보다는 거추장스럽게 생긴 괴물이잖아요.  


감독: Ellie Suriaty Omar, 배우: Umi Nazeera, Azri Iskandar, Zul Arifin, Fasha Sandha,  Datuk Sharifah Aini, Kuswadinata, Latif Borgiba, Yuswaizar, Normah Damanhuri, Jeff Omar,  Roslan Madun, Nadia Mustafar, Henzi Andalas, Ard Omar, Anne abdullah, Fauziah Nawi,  Rozie Othman, 다른 제목: Curse of the Malayan Vampire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1698

    • 네이버 영화 20자평에 '맨데이트 이슬람교 버전'이란 표현이 있길래 왠가 했더니;;;
    • 먼가 이국적인 호러일거 같아서 볼까말까 했었는데 역시.....부천상영작은 언제부턴가 지뢰밭천지네요......
    • 레약 버전은 인도네시아산 이 영화 http://www.imdb.com/title/tt0097942 가 유명한 거 같네요.
      저 80년대 영화 스크린 샷을 처음 접했을 때 "헐 저런 충격적인 비주얼이!"하면서 놀랐는데
      이렇게 메이저(?)한 전설을 기반으로 했을 줄이야...
    • 임산부에 접근해 신생아살해,혹은 병을 걸리게 하는 젊은 처자나 여사제같은 사람이 변해서 된 귀신이라는군요..영화가 다산을 권장하려는건지 다신교를 회유하려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 시놉시스 보고 볼려도 시간이 안맞아서 포기했는데, 그러길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 앞서 언급하셨지만, 예전에 무슨 만화였는지, 블로그 였는지 모르겠는데, 아시아권에서 머리만 날아 다니는 요괴가 흔하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어요.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국에도 있는데 중국버전은 낮에는 몸통이 다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지만, 밤에는 머리만 빠져나와 허공을 둥둥 떠돈다고 하더군요. 깔끔하게 머리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 장기를 주렁저렁 달고 있는 버전도 있고해서 오히려 중국쪽이 오리지날이고 동남아시아가 여기서 파생된 버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StAy 이런 형태의 귀신들과 관련해 위키에 나오는 지역중에 중국은 없네요..구글 찾아봐도 안나오고..혹시 잘못 보신건 아닐까싶기도 해요..

      페난갈도 낮엔 미인 밤에 귀신이 되고..큰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는데 이 부분은 한국에선 야차라 불리는 힌두나 불교의 약사의 변형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흥미가 생겨 더 찾아보니 흡혈귀 부분은 원래의 지역 전설이었을거 같네요..
      인도네시아의 Kuntilanak나 말레이시아의 Pontianak 등으로 불리는 여자흡혈귀는 보통 출산시 사망했거나 애가 등에서 나와서 죽은 여자가 원한을 품고 흡혈귀로 부활, 위의 사진처럼 긴 머리의 젊은 미인으로 마을을 기웃거리며 아이의 피를 빨아 먹는다고 하네요..긴머리인 이유는 출산시 등에 났던 구멍을 가리기위해..
      Sundel bolong도 거의 같은데 어원이 창녀와 흡사하다고 하네요..혹시나가 역시나..
      여전히 왜 목과 내장만으로 날아다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 타나토스// 부정확한 자료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일본쪽 소스 였던것 같아 검색해 보니, http://ja.wikipedia.org/wiki/%E9%A3%9B%E9%A0%AD%E8%9B%AE 이런게 잡히는 하는데, 제가 묘사한 부분은 일본쪽 창작이었을 가능성이 클것 같습니다.
    • /StAy 링크해주신 글에서 거쳐거쳐 발견한 중국과 일본의 요괴항목의 방대한 양을 보니 저야말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좁은 지식만 믿고 말씀드린거 같아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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