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웹툰: 예고살인 (2013)


김용균의 [더 웹툰: 예고살인]의 원래 제목은 [이야기]였다고 하더군요. 밍밍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라 바꾸어야 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더 웹툰: 예고살인]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별 생각 없이 시류를 따르는 티가 역력해요. 웹툰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과시하면 웃기죠. 제목이 많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영화의 이야기는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아시아 호러 영화가 끝도 없이 써먹는 기성품입니다. 주인공 지윤은 다음 포털에 히트 웹툰 시리즈를 연재해 스타가 된 만화가로 새 호러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데 최신 에피소드의 원고를 보내자마자 지윤의 편집장이 그와 똑같은 상황에서 살해되고 말아요. 사건을 맡은 형사 기철은 지윤을 의심하지만 CCTV나 현장의 증거들은 자살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윤의 웹툰과 똑같은 상황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순서고요. 

보기도 전에 결말까지 다 알 것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영화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공을 들이는 작업이 완결되기 전에 끝나버린 것 같다는 거죠. 다양한 이야기선이 엇갈리는 복잡한 플롯의 호러 추리물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 같은데, 최종 시나리오는 구멍도 많이 보이고 종종 설명이 임시방편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재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듬고 정리해야 할 최종작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장르 클리셰 자체가 지겹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영화는 주어진 러닝타임 안에서 빈칸을 남겨두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합니다. 귀신도 나오고 드라마도 나오고 추리나 스릴러도 나오고, 하여간 늘 부지런해요. 그게 꼭 세련되거나 창의적인 건 아니에요. 아이디어도 괜찮은 것에서 진부한 수준 사이를 오가는 정도고요. 하지만 영화가 그 익숙한 재료들을 난폭하게 저글링하는 걸 구경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페이스가 좋고요.

웹툰의 활용도 괜찮습니다. 기능이 많아요. 일단 '예술가 호러'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죠.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배포되는 그래픽 매체'라는 웹툰의 성격은 이전 매체와 조금씩 차별화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니까요. 첫 번째 살인 묘사처럼 잔인한 살인 장면을 검열 없이 화려한 붉은 색으로 그려내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15금의 수위를 유지하는 재주를 부리기도 합니다.

비슷비슷한 표현에 무의미한 부사들을 덧붙여 반복하는 것 같긴 한데, [더 웹툰: 예고살인]은 엄청나게 새롭거나 창의적이지는 않아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빠르고 겁없는 영화입니다. 그 노력이 관객들을 예측할 수 없었던 어딘가로 이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동네 단골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한 번 타고 스트레스 푸는 정도의 재미는 줘요. 그런 재미도 나쁠 건 없죠. (13/06/17)

★★☆

기타등등
중간중간에 감상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트는 음악은 심하게 [장화, 홍련] 식이라 좀 그렇더군요.

감독: 김용균, 배우: 이시영, 엄기준, 현우, 문가영, 권해효, 김도영, 김소현, 다른 제목: Killer Toon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Killer_Toon.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917

    • 저도 괜찮게 봤습니다. 근래 이렇게 성의있는 국산호러는 기담 이후로 처음이지 싶어요.
    • 문제가 있자면 그 공을 들이는 작업이 완결되기 전에 끝나버린 것 같다는 거죠.
      있다면?

      15금의 수위를 유지하는 재주도 부리기도 합니다.
      재주를?
    • 제목 보고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 싶었는데 이정도면 호평이네요. 꼭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 타란티노가 좋아한다던 분홍신의 감독님의 신작이군요. 타란티노가 이 작품은 어떻게 볼지 궁금하네요 ㅎ
    • 지금까지 공개된 것으로만 보면 2010년 방송한 조선X파일:기찰비록 ep5 봉인된 소설의 설정과 똑같네요. 전기수를 웹툰작가로 설정했죠.
    • 워낙 흔한 이야기여서요.
    • 한국 호러 영화의 가장 큰 문제 첫째는 등장인물들이 모조리 인간 쓰레기라는 겁니다. 호러가 '쎈' 장르라서 '쎈'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주인공까지 포함해서 모조리 저런 비호감 캐릭터로 만들어버리면 곤란하죠.
      두번째 문제는 결국 신파로 가려한다는 건데 그게 첫째 문제랑은 또 굉장히 안 맞아요. 그렇게 '쎈' 사람들이 나오는 데 또 훌쩍이는 신파를 노리는 게 계산이 이해가 안 가고요. 저런 인간 말종들이 나오다 보니 신파도 제대로 될 리가 없죠. 그냥 말종이 말종이어서 한 행동인데 그게 슬프고 안타까운 비극이라고 우기면 안되는 거죠.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화재 속에서 뭔가를 하는 후반부, 엄청 슬픈 음악이 오래도 깔리는 데 그게 슬프고 안타깝습니까? 그냥 미친 거고 악한거고 인간말종인거지.. '존만한 청춘' 캐릭터의 타락도 짜증나고 그 이야기 때부터 개연성도 급속도록 떨어져 버리고.. 전 <화이트>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화이트는 그래도 공포효과 몇 개랑 유머 한 두개는 기억에 남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어요.
      • 저는 좀 의견이 반대되는데요... 한국 호러 영화들을 많이 보지 않아서 보편적 특징들은 잘 모르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 인간 쓰레기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영화가 시사하는 내용은 '인간은 누구나 탐욕적이다.'라는 것이었거든요. 호러 웹툰 작가로서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친구 '서현'을 죽인 것 자체는 잘못됐지만 막 미워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두 형사도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에 의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영화는 인간의 그런 탐욕적 속성들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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