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 (2013)


윤종찬의 [파파로티]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니, 어딘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누군가가 [네순 도르마]를 부르는 유튜브 클립을 본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을 뿐, 영화의 내용은 실화와 그렇게 닮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 일이란 게 원래 진부하긴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니까요.

사제간 이야기입니다. 왕년에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될 뻔했지만 병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음악선생이 된 상진과, 어린 나이에 조폭이 되었지만 성악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 장호의 이야기입니다. 포인트는 후자죠. 주인공은 건달인데 클래식을 하는 건달인 것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양쪽에 동시에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하고, 거기에는 자신의 노력과 교사의 헌신이 따라야죠.

결말까지 가는 이야기는 지독하게 익숙합니다. 앞에 언급한 상진의 설정만 해도 안전하게 가려는 티가 팍팍 나지 않습니까? 장호의 결말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고요. 그래도 이 뻔한 신파극의 절정은 조진웅이 연기하는 장호의 '형님'인 창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둘이 드라마 안에서 의미있는 역할이 있다면, 강소라가 연기하는 숙희는 의무감으로 삽입한 장호의 여자친구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역할이라 배우가 불쌍해지기까지 합니다. 윤종찬이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 중 가장 진부한 부류일 거예요. 이 타협에 감독이 만족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윤종찬의 영화들 중 가장 밝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자친구 역인 강소라와 교장 역의 오달수는 오로지 코미디만 하기 위해 캐스팅된 배우죠. 그런데 전 영화의 코미디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윤종찬의 유머 감각을 따지기 전에, 사용된 코미디 자체가 뻔한 한국 영화의 코믹 릴리프 공식을 아무런 생각 없이 따르고 있어요. 시작하기 전부터 낡아있는 것입니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 정작 만드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해 별다른 애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장호가 [별은 빛나건만]이나 [네순 도르마] 같은 뻔한 노래들만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의미있는 레파토리의 탐색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영화는 클래식에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관객들을 타겟으로 삼고 딱 그 사람들이 알만한 것들만을 보여줍니다. 이건 그냥 게으른 것입니다. 그런 관객들도 이런 영화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그들이 아직 모르는 것들일 테니 말이죠.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도입부의 안내문 정도의 역할만 해야 합니다. 물론 진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것 상관 없이 이 분야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기서 끝입니다. 공부를 제대로 안 한 상태에서 의무방어만 간신히 한 것입니다. 

이제훈과 한석규는 좋은 배우들이고 이 통속극에서 내용과 어울리는 프로페셔널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제훈 팬들은 영화 보면서 팬질하고 싶다면 [분노의 윤리학]보다 [파파로티]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지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의 배우들도 우리가 아직 그들에 대해 모르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긴 이런 캐릭터와 이야기로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13/03/04)

★★☆

기타등등
제목이 [파파로티]인 건 파바로티 이름의 저작권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굳이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제목에 넣어야 했나?"라고 물으렵니다. 

감독: 윤종찬, 배우: 이제훈, 강소라, 한석규, 조진웅, 오달수, 양한열,  다른 제목: Paparoti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Paparoti.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640

    • 영화 내에서 한석규가 안경을 벗고 나오나 봐요?
      이 사람은 안경 없으면 뭐랄까, 좀 불량하게 보여요.
    • 제목에 파바로티를 넣은 건 실화의 인물이 '고딩 파바로티'라고 불리는 것도 있고, 기사를 찾아보면, 실제로 파바로티의 노래를 듣고 성악을 시작했다나.. 하여간 이유가 없는 건 아닌 듯 하더군요. (뭐 그렇다고 꼭 파바로티라고 지을 이유도 없긴 하지만 - 이조차 안전빵이겠군요)
    • 호로비츠를 위하여 에서 1g도 발전하지 않은 제목센스..



      덧붙여 클래식 매니아로서 그냥 클래식의 이미지만 차용하는 영화는 영 꼬롬하게 보게되네요.



      듀나님 리뷰만 보고도 왠지 그려져서 패스 ㅠ
    • 이름에도 저작권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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