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링컨 Young Mr. Lincoln (1939)


스필버그의 [링컨] 이야기를 하면서 링컨의 신화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시작하면 존 포드의 [젊은 날의 링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헨리 폰다가 아직 수염을 기르기 전의 젊은 변호사 에이브러햄 링컨을 연기하는 영화지요. 한마디로 [링컨] 프리퀄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링컨의 젊은 시절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식료품상 가게 직원이었던 링컨은 독학으로 법률 공부를 하다가 첫 사랑인 앤 러틀리지가 죽자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스프링필드로 갑니다. 그곳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사무실을 연 그는 미래의 아내인 메리 토드와 정적인 스티븐 더글러스를 만납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은 링컨의 실제 전기적 사실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페리 메이슨과 같은 법정물에 속해 있어요. 독립기념일 축제 때 싸움이 벌어져 한 사람이 죽고 맙니다. 살인범으로 몰린 두 형제는 린치에 처해질 뻔하지만 링컨의 개입으로 무사히 법정에 서게 됩니다. 링컨은 그들의 변호를 맡지만, 형제는 누가 범인인지 말을 하지 않고, 그 사건을 목격한 엄마도 증언을 거부합니다.

실화냐고요? 일부분만요. 링컨은 1858년에 살인죄로 체포된 윌리엄 '더프' 암스트롱이라는 사람을 변호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린 것과 비교적 비슷한 방법으로 이겼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 사건을 링컨 최초의 사건으로 만들었고 이야기를 보다 장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거의 존 딕슨 카나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나올 정도죠. 실제로 크리스티는 이와 아주 유사한 트릭의 단편소설을 쓴 적 있습니다.

전 이런 식의 유명인사 프리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젊은 날의 링컨]이 무척 아름다운 영화이고, 이 간촐한 이야기 안에서 링컨이라는 인물을 신화화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포드가 그리는 링컨은 민주주의 국가의 영웅입니다. 타고난 정치가이고 연설가이며 앞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을 운명이지만 평범한 출신에 평범한 욕망을 가진 평범한 젊은이지요. 영화가 전형적인 포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프링필드에 그를 집어넣고 이 두 가지 상반된 면을 무심한 듯 조율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노련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물론 이는 거의 완벽하게 캐스팅된 헨리 폰다의 덕을 보았지요.

[젊은 날의 링컨]에서 링컨의 전기적 사실을 찾는 것은 [마이 달링 클레멘타임]에서 와이어트 어프의 전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입니다. 전 이 영화가 교묘하게 만들어낸 신화적 허구에 무조건 끌려가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전 포드가 그린 링컨의 초상을 믿고 싶어집니다. 사실이기 때문에 아니라 그만큼이나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13/02/26)

★★★☆

기타등등
포드는 링컨이 어린 존 윌크스 부스와 만나는 장면도 찍었다가 없앴다는데, 그 장면이 들어갔다면 진짜 프리퀄 만화 같았을 겁니다. 

감독: John Ford, 배우: Henry Fonda, Marjorie Weaver, Alice Brady, Arleen Whelan, Eddie Collins, Pauline Moore, Richard Cromwell, Donald Meek, Eddie Quillan, Spencer Charters, Ward Bond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215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9984

    • 39년에 너무 전설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아쉽게 묻힌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54 터널 Địa Đạo: Mặt Trời Trong Bóng Tối (2025) 818 04-28
2453 리 크로닌의 미이라 Lee Cronin’s The Mummy (2026) 1 771 04-28
2452 살목지 (2026) 1 998 04-28
2451 제 98회 아카데미 상에 대해 몇 가지... 5 2,229 03-17
2450 호퍼스 Hoppers (2026) 1,688 03-12
2449 브라이드! The Bride! (2026) 1 1,616 03-06
2448 센티멘탈 밸류 Affeksjonsverdi (2025) 1 1,627 03-05
2447 아르코 Arco (2025) 1,206 03-03
2446 귀신 부르는 앱: 영 (2026) 1 1,001 03-02
2445 왕과 사는 남자 (2026) 2 2,040 03-01
2444 햄넷 Hamnet (2025) 1,406 02-28
2443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2026) 1,557 02-22
2442 휴민트 (2026) 1 2,466 02-13
2441 지느러미 (2025) 1 1,449 02-02
2440 솔 서바이버 Sole Survivor (1984) 963 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