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Lincoln (2012)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선언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률적 기반이 따라야 했지요. 그 결과 뒤를 이은 것이 노예제를 전면으로 금하는 수정헌법 13조였습니다. 이는 1864년 4월 8일에 상원을 통과했고, 1865년 1월 31일에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이 시대배경으로 선택한 시기는 수정헌법 13조가 하원을 통과하기 전후입니다. 그 뒤에 이어진 암살까지 다루기는 하지만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바로 하원의 투표이죠. 링컨의 전인생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고르시는 게 좋죠.

링컨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입니다. 이야기가 워낙 파란만장했고, 정말로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이었으며, 괴상할 정도로 신성화되었고, 그 때문에 그에 반발하는 수정주의적 해석도 많은 편이죠. 

스필버그는 이들 중 어느 쪽도 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지를 심하게 바꾸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에이브러햄 링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과 많이 비슷한 인물입니다. 심지어 영화는 습관적인 신성화를 일부 남겨놓고 있습니다. 링컨의 거대한 뒷모습을 실루엣으로 잡는다거나,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마다 존 윌리엄스가 장엄한 음악을 깔아준다거나, 결정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옛날 역사화 스타일의 구도를 취한다거나...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그를 현실세계의 인간으로 그립니다. 그는 불행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끊임없는 인용벽으로 주변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상사이기도 하고 (견디다 못한 장관 중 한 명은 "또 이야기를 하려 하는군요!"라고 외치면서 뛰쳐나갑니다), 무엇보다 교활하기 짝이 없는 정치가입니다. 

영화가 집중해서 보여주려하는 것도 바로 그 정치가로서의 모습입니다. 영화 속의 링컨은 할 수 있으면 뻔뻔스럽게 법을 멋대로 비틀고, 감언이설과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여넘기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상대편 사람들을 매수하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좋게 말하면 그는 정치라는 것이 세상의 편견에 가득 찬 불완전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무언가 이루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그런 핑계를 통해 미국의 정치환경에 음흉한 선례를 남긴 것이고요. 영화는 전자를 따르고 있습니다만.

영화가 그리는 링컨의 묘사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스티븐 스필버그, 토니 커쉬너,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정확한 묘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수정헌법 13조의 통과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링컨과 당시의 시대를 믿을 수 있는 3차원적인 존재로 구현하는 데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링컨]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좋은 이야기를 올바르게 그린 멋진 영화입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미국인들을 위한 미국의 신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 관객들은 이 영화의 소재에 어느 정도 심드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당시엔 수많은 나라들이 이 영화에서 그렇게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링컨과 같은 신화적 해방자의 도움 없이도 이미 노예해방을 이루었으니까요. 아무리 남부의 경제 구조를 고려한다고 해도, 전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그렇게 오래 끌 수 있었다는 것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답니다. (13/02/23)

★★★☆

기타등등
결말은 사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암살이 빠진 링컨 영화가 단두대가 빠진 마리 앙트와네트 영화처럼 허전해보일 수도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드라마는 수정헌법 13조의 통과와 남부의 항복으로 끝나요. 그렇다면 다 아는 이야기를 더 이상 끌 필요는 없죠.

감독: Steven Spielberg, 배우: Daniel Day-Lewis, Sally Field, David Strathairn, Joseph Gordon-Levitt, James Spader, Hal Holbrook, Tommy Lee Jones, John Hawkes, Jackie  Earle Haley, Bruce McGill, Tim Blake Nelson, Joseph Cross, Jared Harris, Lee Pace, Peter McRobbie

IMDb http://www.imdb.com/title/tt044327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5722

    • "링컨의 전인생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고르시는 게 좋죠."
      이 대목에서 웃었어요. 하하!

      만약 미국이 공화국이었다면 황제가 "내 말대로 무조건 해!" 하면 다 끝났을 지도 모르죠.
    • 하긴 영국에는 윌리엄 윌버포스가 있었죠.
    • 그래도 이미 19세기초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노예무역을 금지했고, 노예제도도 없어지는 중이었지요.
    • 첫 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상원하원 통과년도가 1900년대로 쓰였어요.
    • 예언사냥꾼 / 공화국이 아니라 군주국 아닌가효
      • 제국도 있죠.

        내가 왜 공화국이라고 했지...
    • '그는 불행한 가장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고,'에서 '가장'이 아니라 '가정'이 맞지 않을까요?
    •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에요.
      '이는 1864년 4월 8일에 상원을 통과했고, 1864년 1월 31일에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상원 통과가 하원 통과보다 날짜 순으로는 느린 데, 문맥 순으로는 앞으로 나와 있어서 혼란스러워요. 법이 하원에서 상원으로 올라간건가요?
    • 둘 다 오타입니다. 수정했습니다. 하원 통과는 1865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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