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 드레드 Dredd 3D (2012)


[저지 드레드]는 방사능으로 대륙이 오염되었고 인구 대부분이 거대한 대도시에 모여사는 컴컴한 미래의 미국이 무대인 만화 시리즈입니다. 무대는 미국이지만 영국 만화죠.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드레드는 경찰, 판사, 사형집행인을 다 합쳐놓은 '저지'로, 늘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1995년에 할리우드에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실패했고, 이번에 나온 건 두 번째 각색물입니다. 캐릭터 묘사와 같은 건 스탤론 영화보다 원작에 더 충실하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주연인 칼 어번은 스탤론과는 달리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영화는 드레드에게 막 학교를 졸업한 신참 저지인 카산드라 앤더슨을 평가하라는 임무가 부여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피치 트리스라는 거대한 마천루로 가는데, 그곳은 마마라는 악당의 소굴이죠. 마마는 피치 트리스의 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저지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레이드: 첫번째 습격]과 같은 설정입니다. 이 두 작품의 연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하여간 이렇게 닮았으니 두 영화를 비교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액션만 비교한다면 [레이드] 쪽이 더 좋습니다. [레이드]는 폭력의 종합 세트지요. 하지만 [저지 드레드]에서 드레드의 액션은 비교적 제한되어 있습니다. 헬멧을 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걸걸한 저음으로 중얼거리며 총을 쏘아대는 게 전부지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방에서 총알과 폭발물이 튀지만, 정작 드레드가 악당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의 양은 의외로 적습니다. 최종 악당을 제거하는 막판 액션의 카타르시스도 그렇게 센 편은 아니고요. 하긴 중무장한 칼 어반이 하늘하늘한 레나 헤디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면 그림이 아주 끔찍했을 겁니다.

영화는 캐릭터 묘사에 조금 더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저지 드레드는 거의 액션 피겨와 같은 인물입니다. 행동이나 사고는 극단적으로 단순하고 심지어 얼굴 표정도 읽을 수 없지요. 하지만 영화는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 돌연변이 카산드라 앤더슨을 그의 파트너로 붙여주면서 이 단순한 상황에 회색의 영역을 부여합니다. 초능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 앤더슨이 헬멧을 쓰지 않는 것도 고마운 일. 적어도 몰입하며 볼 얼굴이 하나 있는 셈이니까요. 악당인 마마도 드레드보다 재미있는 인물입니다. 살인에서부터 마약 밀매에 이르기까지 온갖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조직의 두목이지만 그 자신이 폭력의 희생자이며, 조금은 자기파괴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지요. 예상외로 직설적인 폭력보다는 그 폭력이 벌어지는 세계의 음영을 묘사하는 데에 신경을 쓴 영화입니다.

스탤론의 영화에 비하면 소품입니다. 거의 텔레비전 시리즈의 파일럿 같아요. 앞으로 콤비가 되어 활약할 두 주인공이 어떻게 만났고 그들의 캐릭터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다소 긴 에피소드 있잖습니까. 야심이 딱 거기까지이고 영화가 그 역할에 충실하다면 제가 거기에 불만을 품어야 할 이유는 없겠죠. 3D 효과는 좋은데, 효과 대부분은 밀폐된 콘크리트 공간 배경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폭력장면보다는 공간 묘사에서 효과가 더 두드러지죠. 감독 피트 트래비스는 종종 지나칠 정도로 요란한 기교를 쓰고 있지만 스토리를 망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단한 흥행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문과는 달리 망하지는 않은 영화라서 속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3부작을 의도하고 있다고 해요. 전 이대로만 밀고 간다면 괜찮은 영화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작은 스케일 안에서는 썩 괜찮거든요. 물론 액션만 즐기고 싶으시다면 [레이드 : 첫번째 습격]을 한 번 더 보시는 게 낫겠죠. (12/11/30) 

★★★

기타등등
건대입구 롯데시네마 1관에서 보았는데, 보는 내내 코가 막혀서 애를 먹었습니다. 영화 내내 입으로 숨을 쉬면서 폐소공포증을 온몸으로 체험했죠. 상영관에서 나오자마자 코가 뻥 뚫리더군요. 상영관 안에 도대체 뭐가 있었던 걸까요.

감독: Pete Travis, 배우: Karl Urban, Olivia Thirlby, Lena Headey, Rakie Ayola, Wood Harris, Warrick Grier, Jason Cope

IMDb http://www.imdb.com/title/tt134372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067

    • 속편 나올 수 있나요 ;ㅂ;d
    • 케이프타운에서 싸게 찍었으니까요. 손해는 안 봤다죠. 근데 속편 찍으려면 돈을 더 들여야 할 텐데?
    • 원제는 Dredd 인데 국내 상영명을 저지 드레드라고 해서 영화 검색할땐 스탤론의 '저지 드레드'와 2012년판 저지 드레드가 같이 딸려나오는 귀찮음이...
    • "나는 붜비다!!"
      리뷰를 보니까 레이드를 먼저 보고 싶어지네요.
    • 시각효과 비중 늘리고 비용은 줄이려고 하겠지요 (쓸쓸)
    • 실패라니요. 지금까지도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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