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5 : 최후의 심판 3D Resident Evil: Retribution (2012)


벌써 다섯 번째 [레지던트 이블] 영화입니다. 이 시리즈의 스토리를 온전하게 따라가시는 분들 계신가요? 전 아닙니다. 볼 때마다 늘 여기저기에서 복습을 해가지고 가야 합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줄거리가 싸악 승화되어 버리는 그런 시리즈죠. 그걸 만드는 사람도 알아서 이번엔 시리즈 내용을 다 까먹은 저 같은 관객들을 위한 시리즈 줄거리 요약이 앞에 붙어 있습니다.

하여간 어설프게 해피엔딩처럼 끝나는 줄 알았던 4편의 결말은 순식간에 급반전해서, 앨리스는 다시 엄브렐러사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앨리스에게 탈출 기회를 제공해준 건 엉뚱하게도 앨리스의 숙적 앨버스 웨스커. 회사의 컴퓨터 레드 퀸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걸 막기 위해 일단 앨리스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이죠. 웨스커는 앨리스를 돕기 위해 자기 측 요원인 에이다 웡을 캄차카 반도의 얼음 바다 밑에 있는 회사의 기지에 먼저 잠입시키고 위에서는 따로 구조대를 파견합니다.

영화의 액션은 대부분 이 기지 안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곳은 실용성보다는 오로지 영화의 액션을 위해 지어진 곳이에요. 도쿄, 베를린, 뉴욕, 모스크바와 같은 대도시의 일부분을 정교하게 모방해 지어졌고, 이 안에서 회사가 바이러스 실험을 했다는 설정인데,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오로지 앨리스와 동료들에게 다양한 도시 배경의 액션을 제공해주기 위한 핑계일 뿐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액션은 모두 와이어 액션, 뮤직 비디오 편집, 컴퓨터 그래픽, 스테레오코픽 효과의 과시입니다. 어차피 스토리 때문에 보는 영화는 아니지 않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심심함은 쉽게 용서받기 어렵습니다. 스토리가 그 자체로 재미있지는 않더라도 액션에 리듬과 긴장감을 제공해주기는 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것도 못해요. 설정 자체가 막는 겁니다. 도쿄에서 한 판 액션을 벌이면, 뉴욕으로 넘어가고, 뉴욕에서 액션이 끝나면, 모스크바로 넘어가서 다음 판을 기다려야 하니 흐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심지어 원작 게임보다 더 게임스러운 영화인 겁니다.

호러영화 측면에서도 영화는 손해를 많이 봅니다. 물론 사방에서 좀비/언데드들이 몰려오니까 기본적인 호러는 제공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괴물의 순수성이 떨어져요. 모두 게임에 투여되는 기성품 클론들에 불과하니까요. 중반 이후 이들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동 중지될 기계의 부속품처럼 보입니다.

이런 공허함 속에서 그나마 드라마의 동기를 제공해줄 수 있는 건 기지 안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다 죽은 앨리스 클론의 딸 베키입니다. 앨리스는 베키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아이를 보호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에일리언 2]의 리플리와 뉴트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결코 깊이 다루지 않죠. 후반부에 장황하게 이어지는 액션신만 봐도 앨리스는 베키의 존재를 잠시 까맣게 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 그 장면은 정말 지겹게 길더군요.

영화를 지탱하는 건 언제나처럼 앨리스 역의 밀라 요보비치입니다. 이 영화에서 전력질주를 하는 거의 유일한 배우지요.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어색한 자세로 대사를 씹고 있는데, 보기가 참 그렇습니다. 리빙빙이야 영어가 서툴러서 애를 먹는다고 해도 다른 배우들은 핑계가 뭐랍니까. 특히 웨스커 역의 숀 로버츠는 걷거나 서있는 동작도 어색해서 그냥 CG처럼 보입니다. 정말 CG인지도 모르겠어요.

5편이면 끝날 줄 알았건만, 아니더군요. 영화는 이번에도 클리프행어로 끝이 납니다. 이어지는 다른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뭔가 찜찜하고 그러겠어요. 제발 6편으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로 벌써 10년이에요. 주연배우의 나이도 있는데. (12/09/14) 

★★

기타등등
전 오토바이 타고 동시에 총까지 쏘는 좀비는 인정 못 합니다. 세월이 아무리 수상하지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 건데.

감독: Paul W.S. Anderson, 출연: Milla Jovovich, Sienna Guillory, Michelle Rodriguez, Aryana Engineer, Bingbing Li, Boris Kodjoe, Johann Urb, Robin Kasyanov, Kevin Durand, Oded Fehr, Shawn Roberts

IMDb http://www.imdb.com/title/tt185532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741

    • 저같은 구닥다리 순수주의자들이 볼 때는 '새벽의 저주'에서 좀비들이 뛰기 시작하면서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 이런,또 클리프행어인가요?이시리즈는 차라리 원작게임이 더 영화같고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가 보군요.하긴 4편을 마지막액션중에 하나는 원작에서 통째로 복사해온것도 있었으니 할말없지만요.
    • 그래도 전 이 막장 시리즈가 좋아요. 어쨋든 밀라 요보비치를 다시 볼 수있거든요- 다만, 나이도 있고 여전사 물이 빠지면 어떻게 될지 좀 걱정스럽습니다. 좀 더 좋은 영화에서 만나고 싶긴해요..
    • 밀라 요보비치는 이미 [스톤] 이라는 영화에서 에드워드 노튼 여편네역으로 나와서 로버트 드 니로 보석감찰관을 유혹하는 연기를 보였죠 그 영화에서는 전혀 모델 출신 그런 핸디캡 짊어진걸로 보이지 않습니다.
    • 3편까지는 즐겁게봤는데 4편보고 gg 쳤어요. 6편까지 나올 분위기라니 끔찍하군요.
    • Q/ 모델 출신의 핸디캡이라기 보다 제5원소이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밴드걸로 기억 하고 있을 만큼 액션배우의 잔영이 짙다는 것이죠. 이후 잔다르크,레지던트이블시리즈,삼총사등 상업적 커리어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 '쎈 여전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도 합니다. 그녀는 물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중량급 배우이고 스톤의 배역도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와 이미지에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른 장르에서 보다 납득할만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야 뭐 붕붕 날아다니는 것도 좋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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