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탐정사무소 (2012)


[영건 탐정사무소]는 키노 망고스틴의 세 번째 영화입니다. [에일리언 비키니]에서 완성된 영건 캐릭터(물론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가 이번엔 탐정으로 나오지요. 보도자료에 따르면 [에일리언 비키니]가 유바리에 갔을 때, 영화감독 하야시 카이조가 탐정물을 만들면 제작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만든 거랍니다. 그래서인지 크레딧에 일본 이름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탐정이 주인공이라지만, 추리물보다는 SF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탐정인 주인공 영건에게 송현이란 여자가 나타나 어떤 남자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영건은 당연히 그 의뢰를 거절하지만 송현은 곧 교통사고로 죽고 말아요. 죄책감을 느낀 영건을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데, 분명 죽는 걸 봤던 송현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답은 타임머신입니다. 단청무늬가 있는 목재퍼즐처럼 생긴 작은 타임머신이 시공간을 뒤집으며 괴상한 사건들을 유발하고 있었던 거죠.

영화는 이 소재를 비교적 영리하게 쓰고 있습니다. 일단 타임머신의 토착화에 성공을 했지요. 며칠 사이의 시간을 두고 바느질하듯 오가는 시간여행에서 발생하는 패러독스도 영화에 잘 비벼 넣었어요. 전편과는 달리 스케일도 큽니다. 앞의 두 영화를 찍었던 방을 완전히 떠났고, 서울 여기저기로 제한되긴 했지만, 로케이션 촬영의 비중도 늘었습니다. 전편들에서도 예상외로 좋다고 느꼈던 액션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더욱 발전했습니다. 이제 나름 이름이 있는 최송현 같은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할 여유도 생겼어요.

단지, 이러고 나니, 이전 키노 망고스틴 영화들이 갖고 있는 개성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람들의 영화에서 가장 눈에 뜨였던 건 정말 열악하기 짝이 없는 조건 하에서 장르 영화를 만들려는 노력 중 발생하는 강한 긴장감이었으니까요. 이 영화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괴상한 개성으로 보였을 많은 것들이 지금은 그냥 평범해 보입니다.

타임머신의 아이디어도 그렇게 편안하게 안주할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기간을 두고 시간여행을 하며 과거와 미래의 자기 자신과 만나는 형식의 이야기는 이제 거의 비디오 게임과 같습니다. 모두가 하고 있고, 사례도 무궁무진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긴 힘들죠. 주어진 조건 하에서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겁니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딱 거기서 끝나요.

키노 망고스틴의 영화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극저예산 B급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용납되었던 모든 예술적 선택을 점검해야 할 때가 온 것이죠. 전 그들이 빨리 올바른 답을 찾기를 바랍니다. (12/08/30) 

★★☆

기타등등
영건의 넥타이는 하야시 카이조의 선물로, 그의 영화 [탐정사무소 5]에 사용되었던 소품이라는군요.

감독: 오영두, 출연: 홍영근, 하은정, 최송현, 배용근, 다른 제목: Young Gun in the Tim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Young_Gun_in_the_Tim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386

    • 저는 이웃집 좀비나 에일리언 비키니나... 극저예산 비급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용낪해줄수가 없는 퀄리티였다고 생각해요... 극저예산으로 잘만들어야 훈장이지....극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건 아니죠...
    • 전 객관적 퀄리티를 떠나 그 영화들에 강한 b영화의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하죠. 특히 에일리언 비키니는.
    • IMDB링크가 링컨:뱀파이어 헌터예요. 



      전작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번 작품만 놓고 본다면 어색하고 애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각색, 연출, 연기 같은 영화 내적 측면 뿐만 아니라 키노 망고스틴 자신들의 정체성 면에서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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