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2 The Descent: Part 2 (2009)


도대체 [디센트 2]가 만들어져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답니까? 전작 [디센트]는 재활용 가능한 괴물이나 주인공 때문에 유명해진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괴물들은 무서웠고 캐릭터들도 좋았지만 그건 [디센트]라는 드라마의 유기적 연결체 안에서나 그랬습니다. 괴물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들을 본편에서 떼어내면 뭐가 남습니까. 골룸 클론이란 말입니다. 그런데도 속편이 나왔으니 영화판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우리와 다른 모양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수상쩍습니다. 아니, 제목부터 수상쩍죠. [디센트 2]의 원제는 [The Descent: Part 2]입니다. 그냥 속편이 아니라 본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인 겁니다. 벌써부터 맥이 풀립니다. 본편에서 듀얼 엔딩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요? 시작부터 본편을 잡아먹고 시작할 겁니까? 


그래도 전 관대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가, 마지막 생존자인 사라가 무사 탈출에 성공한 리얼리티를 따라가는 걸 용납하기로 했습니다. 동굴에서 살아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고 기억상실증에 걸려 정신이 불안한 여자를 무작정 안내인으로 삼아 동굴로 들어가는 구조대의 설정도 용납하기로 했고요.  


이후의 이야기는 본편과 비교를 포기하면 대충 견딜만 했습니다. 캐릭터들은 단순했고 괴물들도 전형적이었지만 그래도 B급 괴물 영화의 자극적인 재미가 있었죠. 전편을 보지 않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아마 꽤 즐겁게 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점점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특히 영화 중반에 또 다른 동굴 생존자가 등장한 뒤부터는요. 연장방송으로 축축 늘어지는 연속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종결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이어가면 잘 만들어진 전편의 드라마까지 함께 파괴해 버리죠. 물귀신이 따로 없습니다. 


결말까지 가면 '본편을 잊고 보자'라는 태도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자폭이거든요. 영화는 제대로 이야기를 맺을 생각없이그냥 폭발해버립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어쩔 수 없이 이 프로젝트에 말려든 사람들이 숨겨 놓은 메시지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만들어도 막판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모를 수가 없죠. (10/07/27)



기타등등

아, 보안관 참 민폐예요.


감독: Jon Harris, 출연: Shauna Macdonald, Natalie Jackson Mendoza, Krysten Cummings, Douglas Hodge, MyAnna Buring

IMDb http://www.imdb.com/title/tt107310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117





    • "표기하면"이 "포기하면"의 오타같은데, 오타맞나요?;
    • 이 영화나 REC2나 본편의 미덕을 말아먹은 것 같아요.
      2편 기획한 사람은 1편 엔딩에 왜 감탄했나 모르고 그냥 크리쳐 프랜차이즈 새로 하나 개발했다는 생각에 반가워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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