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코 3D: 죽음의 동영상 Sadako 3D (2012)


사실 전 지금 [링] 영화 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1편은 비교적 생생해요. 하지만 원작소설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의 영화들의 인상은 흐릿하기만 합니다. 어차피 집에 DVD 세트가 있으니 다시 보고 확인하면 되지만, [사다코 3D: 죽음의 동영상]의 리뷰를 쓰기 위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언젠가 다시 보긴 하겠지만.

영화는 전통적인 J-호러의 패턴을 따릅니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연달아 자살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알고 봤더니 그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수상쩍은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나요. 인터넷 어딘가에 있기는 한데, 찾아서 클릭해보면 '404 File Not Found' 오류만 뜨는 이 정체불명의 동영상에 담겨 있는 건 인터넷 아티스트인 카시와다 세이지의 자살 생중계 장면. 제자의 죽음을 파헤치던 고등학교 교사 아유카와 아카네는 어쩌다가 이 동영상 때문에 죽을 뻔한 다른 제자를 구하게 되는데, 그 때 동영상 속 여자 목소리가 '바로 너!'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됩니다.

[링] 시리즈를 마스터하지 않아도 별 탈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사다코가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냥 성질이 지독하게 더러운 남자가 세상을 망치려고 불러내는 악령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자잘한 디테일은 놓치겠지만 이야기 이해엔 큰 문제가 없어요.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즈키 코지가 자신의 [링] 월드를 완성하기 위해 새로 집필 중인 3부작 시리즈의 첫 권인 [S]와 동시에 계획한 영화라고 하는데, 영화와 소설의 연관성이 어떻게 되고, 이전 시리즈와의 연관성은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판을 이렇게 크게 벌려놨으니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엄청나게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겠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영화 자체에는 그런 복잡성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다코 팬들은 실망할 겁니다. 작정하고 사다코의 기존 이미지를 망쳐놓고 있는 영화지요. 이 영화에서 공포 효과를 내기 위해 등장하는 사다코는 기형적인 몸을 가진 돌연변이 좀비 집단에 가깝습니다. 초자연적인 귀신보다는 실험실에서 창조된 괴물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움직여요. CG 사다코가 이리저리 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기보다는 웃음이 나옵니다. 척 봐도 얘들은 패러디예요. 진지한 무언가가 아닌 겁니다. 주인공 아카네가 '여전사'처럼 다양한 무기를 휘두르며 사다코들을 처치해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

제목부터가 3D이니, 3D 효과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영화의 효과 대부분은 작년에 유행했던 호랑의 웹툰들을 상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갑자기 평면 화면에서 손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는 식이죠.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그리고 척 봐도 순전히 3D 효과를 내기 위해 삽입한 장면인 게 역력하고요. 재미있기는 한데,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이건 영화보다는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 더 어울려요. 너무 인공적이라 얄팍하죠.

장점이 있다면... 음... 여자배우들이 예쁘다는 거요. 아카네 역의 이시하라 사토미도 예쁘게 나오고, 아카네 아역으로 나오는 배우도 예쁜 거 같고... 그리고 막판에 하시모토 아이가 사다코로 나올 때는 완전 미모작렬이더군요. 근데 그런 걸 고려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배우 수준이 그렇게 좋은 영화는 아니에요. 배우들보다는 연기지도와 각본 문제라고 보는 게 옳겠지만. (12/06/08) 

★★

기타등등
영화를 보고나니, J-호러 끝물이었다는 00년대 중반에 나왔던 카도카와 호러 영화들이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적어도 그 중 몇 편은 [사다코 3D]보다는 훨씬 나은 영화들이었어요.

감독: Tsutomu Hanabusa, 출연: Satomi Ishihara, Kôji Seto, Tsutomu Takahashi, Shôta Sometani, Hikari Takara, Yusuke Yamamoto, Ryôsei Tayama, Ai Hashimoto

IMDb http://www.imdb.com/title/tt184402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003

    • 한창 일본에서 홍보할 때부터 왠지 영화가 형편없을 것 같더니 역시나였나 보군요.
      본문에서 세이지 카시와다 -> 카시와다 세이지, 아카네 아유카와 -> 아유카와 아카네로 표기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 3d로 나온다고 할 때부터 좀 불안하긴 했어요. 그치만 스즈키 코지가 원작을 썼다 그래서
      아주 멍텅구리는 아니겠구나, 수줍게나마 기대했던 내가 바보져. 오리지널 링 이후 사다코는 너무 많이 우려먹어져서 이제는 무섭지도 않아요. J호러 귀신들 그나마 신비주의로 먹고 살았는데 이젠 내줄 떡밥도 없고...
      위에 올려주신 사진에 사다코 팔만 봐도 진짜 좀비스럽네요. 저몸을 하고도 어중이 떠중이들한테 쫓겨다니면서 퇴치나 되려고 또 우물에서 기어나오셔야 한다니 안타깝네요...
    • 익스트림 무비에서는 새 사다코를 사다콥등이라고...
    • 하시모토 아이 미모작렬이라니... 이쁘다는 생각 때문에 공포를 못 느낄 것 같네요;;;
    • 사다코가 시구도 하고 거리 행진도 하면서 홍보에 열올리던데 그래도 어쩔수 없나보네요..
    • 우려하던 일이.. 그런데 제목에 3D를 붙여도 될 만큼 뭘 보여줄게 많은 시리즈였나요? 전 분위기가 꽤 조용했던 걸로 기억나는데요- 피라냐3D랑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된건가;; 어쩌다 여름 한탕용 영화로..(홍대에서 사다코가 나눠주는 물티슈를 받았답니다..쩝..)
    • 전혀 안 조용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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