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하와이 이름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기 때문에, [디센던트]를 보는 동안 저는 오프닝 크레딧에서 슬쩍 이름을 본 원작자 카우이 하트 해밍즈가 당연히 남자이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중년의 남자 주인공이 일인칭으로 독백을 읊는 영화이니 나름 일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니더군요. 제가 게으르고 단순했어요. 그래도 영화의 상당부분이 작가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 거 같습니다. 단지 그 경험은 주인공 맷 킹뿐만 아니라 그의 두 딸들, 그의 죽어가는 아내에게도 골고루 퍼져 있을 거예요.

가차없이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맷 킹의 아내는 모터보트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졌습니다. 뇌손상이 심해 살아날 가능성은 전혀 없죠. 이제 아내 대신 그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두 딸은 그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아내는 죽기 전에 그를 놔두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네요.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입니까. 지금까지 그는 하와이 명문가 출신에다 괜찮은 평판의 변호사로서 그럭저럭 삶을 잘 꾸려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물론 이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전형적인 알렉산더 페인식 코미디죠. 그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그의 코미디 소재는 우울하거나 어둡기 짝이 없는 것들입니다. 거기서 나오는 코미디는 '그런 와중에도 나오는' 게 아니라,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것들이죠. 주인공들이 우울하고 암담하다고 해서 그들을 둘러싼 상황들이 진지하기만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더 많겠죠.

다른 페인의 영화들에 비하면 [디센던트]는 친절한 편입니다.주인공은 여전히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어릿광대 노릇을 해야 하지만, 그는 비교적 평범한 남자입니다. 우린 그를 이해하는 데에 별다른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를 가장 평범한 페인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전 그게 특별히 나쁜 건지 모르겠습니다. 맷 킹은 여전히 좋은 캐릭터이고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고 가치가 있으니까요.

영화에 개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하와이라는 공간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시공간이죠. 영화는 하와이라는 무대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그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맷 킹의 부계 조상은 하와이 공주와 결혼한 백인으로 가족이 아직도 섬 하나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지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맷 킹의 사적인 고민은 가족 소유의 섬을 외부인에게 판다는 보다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가고 여기서 의미있는 해답을 찾게 됩니다. 이 연결성에 대해 말한다면, 전 그냥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고민과 그 뒤의 행동이 꼭 내용상 연결될 필요는 없어요. 무언가 의미있는 행동을 한다는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하와이는 드라마의 무대로도 좋지만, 코미디 재료로는 더 좋습니다. [디센던트]는 하와이안 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죽음과 가족과 역사와 의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영화입니다. 맷 킹은 하와이라고 사람들 사는 게 다르겠냐고 항변하지만, 주인공들이 심각하면 심각해질수록 하와이의 풍광과 태양은 그들 뒤에서 심술궂은 아이러니를 제공해줍니다. 얄밉게 선정된 하와이 전통음악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배우들은 언제나처럼 좋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이제 배우로서 완성형입니다. 그 자신으로서, 그가 연기하는 타입의 캐릭터로서 그냥 완벽하지요. 하지만 페인의 장기는 스타인 클루니가 혼자 있을 때보다, 그가 샤일린 우들리나 아마라 밀러, 보 브리지스, 로버트 포스터와 같은 배우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 더 빛이 납니다. 배우의 몸값이 어떻건, 장면 안에서 공평한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과시 없는 완벽한 앙상블을 이룰 때 반짝하는 바로 그 순간들 있잖습니까. (12/02/14) 

★★★☆

기타등등
우리에겐 정말 웃긴 하와이 농담들을, 하와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Alexander Payne, 출연: George Clooney, Shailene Woodley, Amara Miller, Nick Krause, Patricia Hastie, Beau Bridges, Matthew Lillard, Judy Greer, Robert Forst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03357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1834

    • 아 듀나님도 보셨군요
      전 저번 일요일 코엑스에서 봤지요
      페인의 오랜만에 작품이라 그런지 더 좋더군요 ^^
      조지 클루니의 오스카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 이거 봐야겠네요. 역사 부분과 섬 소유는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왕족과 결혼한 사람은 Charles Reed Bishop이라는 사람으로, 하와이가 미국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시기에 하와이에 와서 미국 영사의 일을 도우며 인맥을 넓혀 각종 이권에 개입하게 되지요. 하와이 시민권을 받은 최초의 서양사람이었고, 나중에 왕족인 Bernice Pauhai Paki와 결혼하며 하와이 왕족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아요. 하와이 최초의 은행을 세우고, 하와이 최초의 근대교육기관인 카메하메하 스쿨을 창립했고, 하와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가장 커다란 박물관인 비숍 박물관을 설립했어요. 지금도 그의 후손들이 와이키키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로열 하와이언 호텔과 로열 하와이언 박물관, 그리고 하와이의 정신이라고 불리우는 카메하메하 스쿨 등을 소유하고 있지요.
      섬소유는 라나이 섬 이야기인 것도 같은데, 파인애플로 유명한 돌이 라나이 섬을 사서 파인애플을 재배했지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인애플 플랜테이션 농장이었대요. 1985년에 Castle&Cook이라는 회사가 섬을 사서 지금은 그 회사 소유가 되어 있어요.
      아 그런데 영화를 봐야 더 제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하와이의 풍광은 그렇게 삶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어디든 사람사는 건 똑같은데 여기는 그냥 그게 쾌적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광속에서 일어날 뿐이지요.
      몇 년전에 하와이가 배경인 Forgetting Sarah Marshall을 (이 영화 한국제목이 좀 얼척없던데, 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이곳 극장에서 봤는데, 거기도 각종 하와이 농담들이 난무하는데, 거의 모든 농담에 관객들이 정말 손뼉을 치면서 좋아하면서 보더라구요. 빵빵 터져요. 이 영화에서 사용된 하와이 농담이 뭔지는 봐야 알겠지만, 아마 여기 사람들도 대부분은 즐기면서 볼 것 같아요. 스팸먹는 것 가지고 집요하게 놀려대는 <첫키스만 50번>도 거의 매일 어느 한 케이블에서는 틀어주고 있으니까요.
    • 별 관심없었는데 듀나님 리뷰랑 푸네스님 설명보고 나니 확 끌리는군요.
    • 영화가 그래도 많이 밝아요.
      샤일린 우들리가 너무 똑똑하고 듬직하고 약간 무섭게 나와서 좀 놀랐습니다.
      아버지의 보조를 아주 잘하더군요.

      저는 닉 크라우스가 연기한 시드가 좋았어요. 어바웃 슈미트에서 더모트 멀로니가 생각났는데 알렉산더 페인은 이런 악의없이 멍청한 캐릭터들을 참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이 자식이 무슨 말만 하면 분위기가 확 가라앉는데 동시에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수가 없었어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 일렉션의 크리스 클라인 캐릭터도 좀 닮은 거 같지 않습니까.

      샤일린 우들리 캐릭터는 영화를 위해 조금 다듬은 거 같습니다. 원작에서는 마약중독자 패션모델이라나요.
    • 첫번째 문단 마지막 줄에 주인곤->주인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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