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디오 (2011)


왕년의 아이돌 그룹 퍼플의 멤버였던 신진아는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의 DJ입니다. 임신한 PD가 자리를 비우자 열혈 PD 재혁이 그 자리에 투입되어 대대적인 개편을 선언합니다. 재혁의 압박에 못 이긴 진아는 청취자들이 직접 출연해 사연을 노래로 전하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라는 새 코너를 만들죠.


이 정도 소재라면 새롭지는 않아도 아기자기 재미있는 전통적인 스크루볼 코미디가 나올 법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각본가 이재익은 [두시탈출 컬투쇼]의 PD로, 이 동네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아는 사람입니다. 청취자들이 잘 모르는 뒷이야기를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영화가 안 나옵니다.


뭐가 재미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우선 주인공 이민정은 예쁘고 귀엽습니다. 재미있는 장면도 꽤 되고 중간중간에 노래도 해요. 팬들은 불만 없을 거 같습니다. 매니저로 나오는 이광수와 호흡도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음, 그게 전부인 거 같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평균을 걷습니다. 내부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 라디오 방송의 뒷이야기는 거의 안 나와요. 모두 일반적인 관객들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죠. 그렇다고 영화가 이 세계를 조금 더 깊이 팔 생각이 있는 거냐. 그것도 아닙니다. 팔 재료가 있어도 겁이 나서 안 하는 거 같아요. 대신 각본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나르시시즘으로 빠지는 거죠. 보다 보면 거의 SBS 라디오 홍보물처럼 보입니다. 오골오골해요.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진아 캐릭터는 코미디를 위해 충분히 막나갈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은 그걸 못해요. 척 봐도 관객들이 진아를 싫어할까봐 겁 먹어 하는 게 보입니다. 그 때문에 아무리 이민정이 노력해도 진아는 한없이 평범한 인물로 남습니다. 진짜 재미있을 수 있는 선을 넘지 못해요.


게다가 이미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이 선수를 쳐버렸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룹을 해체하고 혼자 튀어나왔다가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진아의 캐릭터를 보면서 [최고의 사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캐릭터 설정만 비슷한 게 아니라 설정과 봉합 방법도 비슷해요. 당연히 조금 맥이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척 봐도 구애정이 신진아보다 더 재미있거든요. 둘 다 캐릭터 설정의 가능성을 제대로 못 살린 건 비슷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로서도 겁이 많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로맨스는 있으나마나입니다. 이정진의 캐릭터 재혁은 개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허수아비이고, 재혁과 진아 사이엔 케미스트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코미디만 남는데, 아, 어쩌면 좋아요. 이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코미디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듯) 코미디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엔 간이 너무 작습니다.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눈물을 쥐어짜야 한다고 믿죠. 그 때문에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 코너는 지독하게 감상적인 눈물밭이 됩니다. 그 이후 진아가 겪는 일들에는 코미디가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고요.


아무래도 각본가의 경력과 경험을 너무 믿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때는 오히려 냉정한 제3자의 관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영화는 간이 너무 작아요. (11/12/21)


★★


기타등등

1. 정말로 끔찍한 코미디 음악들이 몇 개 나옵니다. 그냥 안 쓰면 안 되나. 이런 거 쓰지 않으면 관객들이 웃지 않을까봐 겁이 났나. 네, 다시 이 이야기로 돌아가는군요. 겁쟁이들.


2. 카메오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조금 헛갈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 나오는데, 어떤 사람들은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으니까.


3.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퍼플의 노래는 너무 뻔해서 조금만 조사해도 시비 걸만한 비슷한 노래가 수십 곡은 나올 거 같아요. 

 

감독: 권칠인, 출연: 이민정, 이정진, 이광수, 정유미, 김해숙, 김정태, 김병옥, 서영, 안미나, 정만식, 조정은, 강성호, 다른 제목: Wonderful Radio, Love on Air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Wonderful_Radio.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4899

    • 한여운 씨 본명이 안미나였군요. 무대인사 하는데 안미나라고 소개해서 어라? 했는데 영화 <라디오 스타>의 그 분 맞네요.
    • 차라리 이광수를 남자 주인공으로 삼아 라디오 스타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 이민정은 참 이뻐요.

      별두개 역시나...뭐 영화프로에 나오는 것만 봐도 대충 사이즈가 나오긴 했었습니다.
    • 싱글즈의 히트 덕인지 저 감독은 그래도 그럭저럭 영화를 계속 찍는군요. 예전에 영화잡지 기자 친구 말로는 싱글즈 나왔을 때 주연배우들 인터뷰하는데 다시는 저 감독과 영화 안 찍는다고 이를 갈았다더라고요. 성격이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무능하다고...
    • 찍는 동안은 어땠는지 몰라도 싱글즈는 재미있는 영화였죠. 결점이 좀 있긴 했지만 그 뒤에 나온 영화들도 그럭저럭 재미있었고. 근데 이번 영화는 일관성이 보이면서도 오골오골함이 좀 심하더라고요.
    • 그냥 각본이 나빴어요.
    • 리뷰에 비해 별점이 너무 후한거 아니에요? 이민정때문인가..
    • 싱글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영화가 그리 재미없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아무래도 거기 남자들이 "너무 착하게" 나오는 바람에 이야기가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는 점이 가끔 있었어요. 이것도 그 감독의 간이 작은 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 http://djuna.cine21.com/xe/?_filter=search&mid=board&search_keyword=%EC%9D%B4%EB%AF%BC%EC%A0%95&search_target=title_content&page=2&document_srl=1636308

      이런 이민정이 노래를 부른다고요?
    • 당연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과학의 힘을 빌리죠.

      http://www.youtube.com/watch?v=mQBvXzkqy8c&feature=youtube_gdata_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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