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타이어 Rubber (2010)


[광란의 타이어]의 주인공의 이름은 로버트라고 합니다. 그의 직업은... 음... 그는 타이어입니다. 초능력이 있는 자동차 타이어요. 그는 갑자기 생명을 얻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홀로 자동차 여행을 하고 있던 젊은 여자에게 반합니다. 여자가 투숙한 모텔에 몰래 따라 들어간 로버트는 방해가 되는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살해해요. 어떻게요?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로버트에게는 초능력이 있다고요. 정신을 집중하면 그는 목표를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 머리도 예외는 아니죠.


이건 썩 그럴싸한 호러 코미디의 소재입니다. 그럴싸하게 익숙한 이야기이면서 주인공과 상황은 엉뚱하기 그지 없지요. 시치미 뚝 떼고 밀어붙이기만 해도 중간은 갑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코미디 중 상당 부분은 "이런 건 처음 봤네!"라는 말이 나올 법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시치미 떼기는 이 영화가 가장 못하는 것입니다. 못하기도 하지만 안하기도 하지요. 영화 도입부부터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 보안관이 관객들에게 하는 일장 연설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왜 이티가 갈색이냐고 묻고 아무 이유 없다고 대답합니다. 비슷한 예를 잔뜩 든 그는 이 영화가 이유 없음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해요. 이렇게 자기 영화의 농담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장면은 처음 봤습니다. 이처럼 꼼꼼하게 자기 영화의 농담을 죽이는 것도 처음 봤고요.


영화는 여기에 다른 농담도 심습니다. 관객들과 영화에 관계에 대한, 허구와 사실에 관한 철학적 고찰용이죠. 보안관이 퇴장하면 자동차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쌍안경을 들고 나와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영화처럼 감상하며 촌평을 늘어놓는 거예요. 영화 속 몇몇 인물들도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어서 여기에 또 코미디가 만들어집니다. 재미있냐고요? 전 별로였습니다. 즐기기엔 말초적인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요.


전 그냥 다른 걸 다 접고 초능력이 있는 미치광이 타이어가 마을을 쑥밭으로 만드는 단편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각자 야심이 있지요. 제가 거기에 동의하건 말건 상관없이. (11/07/21)


★★☆


기타등등

그래도 영화에 나오는 타이어와 세발자전거와 의자들은 아름답더군요. 윌리엄 이글스턴의 사진처럼.

 

감독: Quentin Dupieux, 출연: Stephen Spinella, Jack Plotnick, Wings Hauser, Roxane Mesquida, Ethan Cohn, Charley Koontz, Daniel Quinn, Devin Brochu


IMDb http://www.imdb.com/title/tt161277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901

    • '즐기기엔 말초적인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요' 동의합니다. 긴장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너무 (잘난척하는) 컨셉에 대해 폼 잡고 주절거리는 데 집중하더라구요. 그래도 엔딩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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