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본 Winter's Bone (2010)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주리 주 오작 산악 지역에 대해 조금 조사를 했습니다. 이안 감독의 서부영화 [라이드 위드 더 데블]의 무대더군요. 알고 봤더니 [라이드 위드 더 데블]과 [윈터스 본]은 모두 다니엘 우드렐의 소설이 원작으로, 그는 오작 지역을 배경으로 한 '컨트리 느와르'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전 그냥 우드렐과 감독 데브라 그라닉의 설명을 믿기로 했습니다. 믿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의 사실성을 부인하기는 힘들어요.


왜 이런 조사를 했냐고요. 상식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세 명의 미성년자 남매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놓여있는 입장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참담합니다. 아버지는 마약제조혐의로 감옥에 갔다가 가출옥한 상태이고, 병에 걸린 어머니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이웃사람들의 동정으로 간신히 살아가고 있고, 다람쥐 고기는 당연한 메뉴입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이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연히 걱정이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영화가 시작되면 이야기는 더 암담해집니다. 가출옥한 아버지가 실종되었는데, 글쎄 보석금을 내려고 집을 저당잡혔답니다. 실질적 가장인 맏이 리가 어떻게든 아버지를 찾지 못하면 가족은 집을 빼앗깁니다. 아니, 리가 찾아야 할 건 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시체지요. 아버지가 마약 제조를 하는 동네 이웃들에게 배신자로 몰려 살해당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뜻밖의 진상 따위는 없습니다. 그런 건 나올 수도 없어요. 마을의 누가 범인이더라도 여러분은 놀라지 않을 거고, 사실 관심도 없을 겁니다. 


리는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의 주인공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범죄의 미로 속을 홀로 맴돌다 툭하면 목숨을 위협당하는 위험에 빠지지요.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도시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중년남자가 아니라 시골마을에 사는 17살 소녀라는 것입니다. 필립 말로우와는 달리 리는 부양가족이 있고, 임무를 포기할 수도 없으며, 사건을 끝내고 타이프라이터에 붙어 앉아 자신의 모험담을 쓸 여유도 없습니다. 그녀가 해결해야 할 사건은 그녀와 가족의 생존과 연결된 삶의 일부분입니다. 


관객들은 이 아가씨에게(아니면 그녀를 아름답고 강렬하게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에게) 조금 반하게 됩니다. 주변의 형편없는 환경을 고려해보면, 리는 놀라울 정도로 잘 자랐습니다. 그녀는 영리하고 책임감 있고 용감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아가씨의 어린 두 동생들도 생각보다는 잘 자랐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험악한 환경에 대해 걱정했지만 오작 산악 지역의 시골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보다는 여유롭게 자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리와 아이들의 이야기는 억하고 올라오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들은 보다 따뜻한 환경 속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갈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암매장 당했을 게 뻔한 이 상황에서 이들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그들에게 일상화된 컴컴한 현실 속에서 그런 것은 사치입니다. 겨울 호수 위에서 벌어지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그 때문에 더욱 차갑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한가닥 희망의 끝자락을 찾아낸 건 오히려 놀라울 정도입니다. (11/01/25)


★★★☆


기타등등

막 아카데미 후보자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윈터스 본]은 작품상, 각색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군요. 


감독: Debra Granik, 출연: Jennifer Lawrence, Isaiah Stone, Ashlee Thompson, Valerie Richards, Shelley Waggener, Garret Dillahunt, John Hawkes, Sheryl Lee


IMDb http://www.imdb.com/title/tt139968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601

    • 엇, 전 그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리가 학교에 어슬렁거리는 건 등교한다는 의미로 생각했고, 리의 성격상 자기는 학교에 다니면서 동생들만 방치하지는 않겠죠. 요일이 정확히 묘사되지 않으니 리가 몇번이나 땡땡이를 치 건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극중 시간대가 겨울방학 무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 리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거 같아요. 학교 주변을 얼쩡거린 건 입대를 고려했기 때문인 것 같고. 겨울방학 때였을 것 같긴 한데, 또 모르죠. 그 쪽 겨울방학은 짧잖아요. 하여간 불안한 정보는 뺍니다.
    • 리가 아버지의 옷과 부츠를 보며 죽음을 느끼는 장면이 무척 가슴에 와닿더군요~
      지극히 리 답지만 듀나님 말씀대로 억하고 올라오는 구석이 있는 장면이었어요~
      오타 신고합니다!!
      이들은 보다 따뜻한 환경 솟에서 → 이들은 보다 따뜻한 환경 속에서
    • 오타 신고: 타이프라이터에 붙어 앉자-> 붙어 앉아
    • 오타 모두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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