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Địa Đạo: Mặt Trời Trong Bóng Tối (2025)

언제나 베트남 입장에서 만든 베트남전 영화가 궁금했죠. 지금까지 제가 본 베트남전 영화나 드라마는
모두 미국이나 한국 입장을 반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열심히 뒤졌는데, 소설은 좀 있어도
영화는 제 안테나에 안 걸리더라고요. 그러다가 추옌 뷰이 탁의 [터널]이 수입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베트남 통일 50주년 기념작이고 작년엔 국내에 들어온 여러 베트남 영화들 중 하나였는데, 상영시간이
극악이라 전 놓쳤습니다. 그러다 결국 웨이브로 봤어요.
베트남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터널]이라는 제목만으로 내용을 추측하실
수 있을 거예요. 꾸찌 땅굴이 배경입니다. 인도차이나 전쟁 때 프랑스군을 상대하기 위해 처음
건설되었는데, 이게 베트남전이 시작되면서 점점 더 거대해지고 복잡해졌죠. 거대한
지하도시 수준인 이 땅굴은 베트남전이 끝나고 중국-베트남전이 일어났을 때도 쓰였어요.
지금은 관광명소입니다. 많이들 가보셨겠죠.
영화의 주인공들은 당연히 여기서 싸우는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게릴라들이고요.
이들에겐 리더를 포함한 소수만 알고 있는 임무가 있습니다. 송신기를 지키는 것이죠.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이 임무를 아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이전처럼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싸우고 살아남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선을 끄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입부에 등장하면서 영화를 여는 경비공
뚜 답 같은 사람들. 개인적으론 이 사람들의 캐릭터 가능성을 조금 더 살렸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묘사는 이 영화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꾸찌 터널이 어떻게 돌아갔고 어떻게 전투가 벌어졌는지,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최대한 많은 정보를 쏟아부으며
보여주는 게 목표였던 거 같아요. 밀덕들은 다양한 부비 트랩과 같은 전투의 디테일에 관심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영웅주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웅주의는 보통 사람의 영웅주의에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고만고만합니다. 종종 겁쟁이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고. 특별히 군인으로서 튀는 사람들은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조촐하기
짝이 없는 무기를 갖고 미국과 같은 거대한 나라와 싸워서 이겼다는 게 이
영화의 주제인 거죠. 영화는 조금 위험한 부분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게릴라들 사이에서 벌어진 성폭행과 같은 것요. 영화가 이 소재를
이상적으로 마무리지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후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미국의 묘사에 별다른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영화는 이 사람들도 전쟁의 피해자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죠.
프로파간다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이고, 그런 영화들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애국주의적인 전쟁 영화들은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로 수렴하고 쓰임새도 비슷하지요. 언젠가 베트남에서도 이
단계를 넘어서는 전쟁영화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전
지금 이 영화를 본 것에 만족했습니다. 궁금했던 게 조금 풀렸어요.
(26/04/28)
★★★
기타등등
작년 베트남에서 나온 베트남전 영화는 이것 말고 또 있습니다. 꽝트리 전투를 다룬 [붉은 비]라는
영화이고 베트남에서는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후보로 이 작품을 밀었습니다.
감독:
Bùi Thac Chuyên, 출연:
Thai Hoa, Quang Tuan, Thu Anh Ho
IMDb https://www.imdb.com/title/tt34268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