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2026)

살목지는 충남 예산군에 있는 저수지 이름입니다. 몇 년 전 [심야괴담회]에서 물귀신과 관련된 사연이 소개되어 유명해졌죠.
그 괴담 자체는 흔한 도시전설의 틀을 따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는데, 여기에 계속 사연을 소개한 사람의 후일담이
붙으면서 더 재미있어졌지요. 알고 봤더니 그 전부터 귀신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나 그렇다고 합니다.
[곤지암]의 성공 이후, 요새 한국 영화계에서는 귀신 들린 곳으로 유명한 실제 지역이나 건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는데, [살목지]도 그렇게 만들어진 기성품입니다. 감독인 이상민은 이전에 [함진아비]와 [돌림총]이란 단편들로
좋은 평을 받았는데, 두 영화 모두 제 레이더에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얼마 전에 본 [귀신 부르는 앱: 영]에 수록된 [고성행] 에피소드는 좋았습니다.
예고편을 보았을 때 영화의 주인공들은 방송국 다큐멘터리 제작진이나 유투버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온라인 지도의 로드뷰 사진을 찍는 회사 직원들이었습니다. 살목지에서 찍은 사진 중 하나에 귀신처럼 보이는 것이 나와서
그걸 수습한다면서 주말에 억지로 살목지로 기어들어간 거였죠. 그것 자체가 직장인들에겐 호러인데.
직원 중 공포 유튜버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장다아 캐릭터가
부업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주로 지도 제작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그와 관련된 작업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고 관련된 장비들도 유용한 도구로 등장해요. 전 이런 직종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를 처음 보아서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엔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길을 잃는다'란 아이러니가 깔려 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새롭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다 어디서 전에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건 출처를 말할 수 있을
정도이고, 어떤 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근합니다. 많은 호러영화들이 그렇듯 확장된 도시전설의 분위기가
나요. 단지 영화는 이것들을 노련하게 잘 붙였어요.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게 영화의 재미를 손상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영화는 가진 재료가 결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깡으로 밀어붙이는 뻔뻔스러움이 있는데, 그 에너지가 영화 전체를
끌어갑니다.
캐릭터들을 깊이 묘사하는 영화는 아닌데, 그게 큰 단점은 아닙니다. 관객들에게 충분한 이야기는 주어지지 않지만
그 토막난 재료들이 나름 일관성이 있게 연결되어 관객들은 그 빈틈을 채울 수 있지요. 그리고 배우들을 잘 썼어요.
김혜윤을 제외하면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지만 모두 각자의 기능성이 잘 살아있달까. 특별히 사람이 비어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장르의 새 지평을 연 작품은 아니에요. 종종 비교되는 [곤지암]과 나란히 놓고 봐도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길을 갑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기성품이고 그런 영화들이 가진 힘이 있어요.
(26/04/28)
★★★
기타등등
영화의 성공으로 관광객들이 살목지에 모여들고 있다는데, 정말 한국적인 풍경이라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감독: 이상민, 출연: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 윤재찬, 장다아, 다른 제목: Salmokji: Whispering Wat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39833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