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 Hoppers (2026)



[호퍼스]는 픽사의 30번째 극장용 장편이고 오래간만에 픽사의 이전 기운을 되찾았다는 말을 듣는 히트작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 그런 말을 듣는 건 이해가 되는데, 최근 픽사 영화들이 그렇게 나빴나? 그건 아니지 않나요? 좋은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단지 코로나 때문에 극장 개봉을 못하고 곧장 디즈니 플러스에 풀렸죠. 한국 관객들은 그래도 운이 조금 좋아서 그 몇 편을 극장에서 보긴 했습니다만. 이건 영화들 자체의 잘못은 아니에요. 배급 문제지.

영화의 감독은 다니엘 총입니다. 픽사 출신이지만 회사 바깥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사람이죠. 카툰 네트워크의 히트 시리즈 [위 베어 베어스: 곰 브라더스]를 이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전 코로나 시기에 이 시리즈의 극장판도 보러갔었는데요. 하여간 다니엘 총이 픽사로 돌아와 감독한 첫 번째 영화가 [호퍼스] 되겠습니다. 전에도 감독 개성이 이렇게 두드러진 픽사 영화가... 있었군요. 브래드 버드의 [인크레더블] 시리즈.

픽사 버전 [아바타]로 불리는 영화입니다. 이런 말을 들을 줄 알았는지, 예고편에서는 대놓고 두 영화의 연관성을 밝히고 있지요("This is nothing like Avatar!").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호퍼스는 인간의 정신을 동물 모양의 로봇에 옮기는 장치입니다. 이 영화의 미치광이 과학자 샘 박사의 발명품인데, 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연못이 다리 공사로 없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애쓰던 주인공 메이블이 그 장치를 멋대로 이용해 버립니다. 로봇 비버의 몸에 들어가 인근 동물 왕국의 조지 왕을 꼬드긴 메이블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제리 시장을 막기 위해 동물들을 선동하는데, 이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릅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위 베어 베어스: 곰 브라더스]와의 연결성입니다. 이 영화도 동아시아계 여자아이(메이벨은 일본계 혼혈인 대학생입니다)와 말하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지요. 그 관계의 이상함을 이용한 농담들도 많고. 하지만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위 베어 베어스: 곰 브라더스]와는 달리 [호퍼스]는 엄청 빠르고 난폭합니다. 그리고 그 난폭함은 종종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릅니다. 중간엔 정말 많은 관객들이 "왁!"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있지요. 여기저기 익숙한 재료들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진부하다는 생각은 안 들고 그 익숙한 재료도 정말 예고 없이 엉뚱하게 쓰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가 '최상급 포식자'를 어떻게 쓰는지 보세요.

의외로 영화는 성숙합니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픽사스럽다고 할 수 있지요. 주인공은 난폭한 일련의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100퍼센트 옮다고 여기는 환경주의에 기반해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하지만, 여러 놀랄만한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의 복잡함을 깨닫지요. 그러니까 얘가 정치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예측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게 되고,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대상과 대화를 하게 되고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뻣뻣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메이블이 그 성장 과정 중 마주치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자체가 재미있거든요. 여전히 속도감은 엄청나고. 전 종종 8,90년대 조 단테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렘린] 시리즈나 [이너 스페이스] 같은 영화들 말이죠. 후자 쪽이 더 많이 생각이 났어요. 아, 그리고 제가 최근에 본 영화 중 동물의 의인화를 가장 잘 한 작품이기도 해요. 그 중 일부는 위에 언급한 "왁!" 장면과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만. (26/03/12)

★★★☆

기타등등
주연배우 파이퍼 커다의 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사람입니다. 스티븐 커다 준장요. 한국계 최초 미 육군 장성 위치에 올랐지요.


감독: Daniel Chong, 출연: Piper Curda, Bobby Moynihan, Jon Hamm, Kathy Najimy, Dave Franco,

IMDb https://www.imdb.com/title/tt2644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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