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 (2025)


[지느러미]를 보았습니다. [다섯 번째 흉추]를 만든 박세영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다섯 번째 흉추]는 제가 최근들어 가장 자주 틀어놓는 한국영화인데, 주로 수면용과 배경음악용으로 씁니다. 이 영화에는 특유의 졸음을 유발하는 나른함이 있는데 그걸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다섯 번째 흉추]처럼 이 영화도 SF입니다. 단지 조금 더 정상적인 모양이죠. 중간에 꽤 긴 설정 설명이 필요한 근미래 배경 디스토피아물입니다. 아니, 이게 과연 미래인지는 모르겠어요. 우리가 사는 지금의 한국이 [지느러미]의 세계가 될 가능성은 그냥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세계는 남북이 통일한 한반도입니다. 파시스트 정부가 나라를 지배하고 있고 해안은 모두 콘크리트 절벽으로 둘러싸였어요. 사람들은 얼굴도 씻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바다는 끔찍하게 오염되었습니다. 오염된 바다를 치우는 건 오메가라는 돌연변이 종족들의 몫인데, 긴발과 지느러미를 가진 이들은 심각한 차별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일부는 지느러미와 발끝을 자르고 인간들 사이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이들을 사냥하는 전문 공무원들이 있어요.

조금만 생각해도 전혀 말이 안 되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것과는 별도로 이 세계의 존재감은 놀라울 정도로 강렬합니다. 박세영이 대단한 제작비 지원을 받았을 리가 없고, 저예산 영화라는 티가 안 나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이 영화 속 세계는 진짜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흉물스러움과 탈출 불가능의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남한과 북한의 최악의 부분만을 가져와 흉악스럽게 엮은 곳이에요.

영화는 오메가 관리자인 공무원 수진(그러니까 이 세계의 블레이드 런너죠)와 실내 낚시터 직원인 미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수진은 미아가 오메가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그건 사실입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어떤 삶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번갈아가며 묘사하고 결국 둘이 제대로 만나면서 끝이 납니다.

써놓고 보니 완벽하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편영화라면 같은 결말로 가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 더 발전시키면서 설정이 가진 가능성을 조금 더 탐구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거죠. 지금은 설정을 초반에 제시된 딱 그 정도만 쓴 거 같은 느낌이어서요. 두 주연배우 김푸름과 연예지의 존재감이 상당해서 더 그 안 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26/02/02)

★★★

기타등등
올해 중순에 개봉 예정이고 재편집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감독: 박세영, 출연: 연예지, 김푸름, 고우, 정영두, 맹주원, 다른 제목: The Fi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7538626/

    • 오타네요 감독 박세용->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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