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촌뜨기들 {TV]


[파인: 촌뜨기들]은 윤태호의 동명 웹툰을 각색한 11부작 훌루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범죄도시]와 [카지노]의 강윤성이 연출을 맡았고요. 7월 17일에 시작해서 8월 13일에 마지막회가 풀렸는데, 전 며칠 전에야 완주할 수 있었어요. 정말 너무나도 제 취향이 아니라...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여러 모로 힘들었어요.

시대배경은 1977년이에요. 신안선이 발견된 뒤로 배의 도자기를 노린 수많은 도굴사건들이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받은 이야기죠. 드라마는 도굴꾼들이 모이고 도굴을 계획하고 일이 틀어지는 과정을 수많은 캐릭터들을 동원해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결말은 꽤 교훈적이고. 아무래도 국보를 터는 이야기를 대리만족의 성공담으로만 그릴 수는 없으니까요.

일단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1970년대라는 시대를 상당히 잘 살렸어요. 세트나 의상 같은 것도 그렇지만,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언어 같은 것들의 재현이 상당한 수준이죠. (욕설은 예외지만. 왜 한국 사람들은 엣 욕설의 재현에 관심이 없는 걸까요.) 드라마는 이 범죄의 이야기를 그냥 개인적인 탐욕의 드라마로 제한하는 대신 1970년대라는 시대의 시스템이 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꼼꼼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에 케이퍼물의 매력이 꽤 더해진 편이고. 그러니까 일단 틀어놓으면 시간이 잘 가긴 해요.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욕설과 폭력을 뒤섞은 비슷비슷한 부류라는 심각한 단점이 있습니다. 개성 분명한 배우들이 선명하게 설정된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는데, 이 부류들이 다 비슷한 사고방식의 비슷한 70년대 한국 남자들이고 거기서 벗어난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그냐 뒤섞인 똥통을 들여다보는 것 같죠. 나름 도덕성을 대표하는 희동은 또 재미없이 밋밋하고. 오로지 양정숙 캐릭터 하나만 이들로부터 분리되는 공감 가능한 이야기와 서스펜스를 갖고 있는데 이 캐릭터의 가능성을 최대한 이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로서는 폭력적인 한국 남자들의 기싸움 구경을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보지 않는 저 같은 시청자들이 있다는 걸 말해두고 싶을 뿐입니다. 솔직히 이들은 그냥 드라마의 재료로서 과대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조금만 왼쪽으로 옮겨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훨씬 다채로워지겠죠, (25/12/31)

기타등등
김종수 캐릭터는 군대에서 운전병이었다고 으스대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였던 겁니까? 한국전이 27년전인데.


감독: 강윤성, 출연: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김종수, 이동휘, 정윤호, 김민, 다른 제목: Low Life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12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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