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얌섬 (2023)


[바얌섬]은 2023년에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인데 뒤늦게 개봉되었습니다. 당시 영화제를 위해 찍은 감독 김영민의 영화 소개 영상을 보면 조금 당황하게 되는데, 이 사람은 혼혈이거든요. 아버지가 미국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 생활을 오래했고. 그런데 이 영화는 최근 제가 본 시대물 중 가장 한국적인 작품입니다.

임진왜란이 배경입니다. 왜군과 싸우려고 거북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선원들이 배가 침몰해 외딴 무인도에 쓸려 옵니다. 세 사람은 모두 충청도 출신이고요. (감독 어머니가 충남 출신입니다.) 섬은 물도 있고 찾으면 가까스로 살아남을 정도의 식량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깥 세상으로 나가느니 섬에 머물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섬 주변을 흐르는 조류 때문에 탈출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느 정도 진짜일까요? 확실하게 판타지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이 그렇죠. 손톱 먹고 사람이 된 분신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섬에서 일어나는 일 전체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두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모두 12살 터울로 나이를 먹은 세 남자는 혹시 한 남자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이야기에서 객관적인 사실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굉장히 한국적인 작품입니다. 그리고 현대 한국의 느낌도 그리 많이 들지 않아요. 요새 사극보면 엣날 옷을 입은 현대인이 요새 말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지 않습니까. 이 영화엔 그런 게 아주 적습니다. 물론 임진왜란 당시의 언어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충청도 사투리로 그 현대성을 어느 정도 피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이 굉장히 예스러워요. 그걸 아카데미 비율의 디지털 티가 팍팍 나는 화면으로 찍어놨으니 종종 시간여행의 기록처럼 보입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호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죽어가는 남자의 환영이건, 섬을 지배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대면을 그린 것이건, 호러의 장치와 재료에 의존하고 있지요. 하지만 공포의 감정과 자극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유머가 풍부하고 여유롭고 매우 충청도스럽게 능청스럽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느냐.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가 남자 자위행위하는 걸 이렇게 자주 볼 필요가 있을까요) 자주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영화를 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25/12/08)

★★★

기타등등
바얌도는 뱀섬이란 뜻입니다. 크레딧에서 아는 아래아로 표기됩니다.


    • 오타 신고: 경화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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