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싱: 미제사건 Vanishing (2022)


[배니싱: 미제사건]은 [페이지 터너]의 감독 드니 데르쿠르의 신작입니다. 원작은 피터 메이라는 영국 작가의 소설 [The Killing Room]이고요. 메이는 1999년부터 중국 배경의 스릴러 소설 시리즈를 썼는데, 이 소설은 그 중 세 번째 작품이에요. 단지 데르쿠르는 원작의 배경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프랑스 법의학자 캐릭터를 만들어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영화는 거의 진상을 밝히면서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밀약하는 장기매매 조직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여주는 거죠. 그러다 한 달쯤 된 시체가 발견되고 박진호 형사가 수사에 착수합니다. 부패가 심각하게 진행되어서 지문을 채취할 수 없는데, 마침 새 지문 채취법을 고안해 낸 알리스 로네가 학회 때문에 한국에 와 있습니다. 알리스의 도움으로 정체가 밝혀진 피해자는 광동 출신으로 RH -B 혈핵형인데, 중국 남부에는 이 혈액형이 많대요.

적어도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단 한국에서 부엌일로 취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동포들이죠. 그 사람들이 북쪽 억양이 섞인 한국어로 말을 하면 더욱 그렇고. 그러니까 중국 남부에 많은 혈액형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밀매 조직이 RH -B 혈액형을 찾아 광동 출신 사람들을 찾는 단계에 오면 뭔가 심하게 논리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터 메이의 원작 소설은 보다 논리적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잘 모르는 나라와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로 가득합니다. 캐스팅 같은 거 보면 멀쩡해요. 예를 들어 유연석이 연기하는 박진호의 선배 형사로 나오는 사람은 성지루, 밀매조직 악당으로 나오는 사람은 최무성. 그럴싸하잖아요. 외국인 시점의 한국 배경도 잘 찍었고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연달아 이어져요. 이 중 일부는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올가 쿠릴렌코 캐릭터 알리스를 위한 배려라고 쳐도, 점점 더 건성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대사 상당부분은 번역체고요. 그 중 가장 어색한 건 박진호와 알리스 로네를 엮으려는 시도지요.

무엇보다 내용이 재미없어요. 그냥 미드 수사물 한 회 분량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이런 추리물에서 평범한 이야기를 보완하는 건 디테일이죠. 하지만 중국 배경의 영국 소설을 프랑스 감독이 한국 배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디테일은 완전히 소멸하고 맙니다. 데르쿠르는 일종의 장르물로서 한국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요. (22/04/01)

★☆

기타등등
예지원이 드디어 프랑스어 대사가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네요.


감독: Denis Dercourt, 배우: Olga Kurylenko,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이승준, 성지루, 박소이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48883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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