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랙션 Extraction (2020)


[익스트랙션]의 이야기는 "덩치 큰 백인 남자가 수많은 방글라데시 남자들을 죽인다."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왜? 방글라데시 마약왕이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납치해 다카로 끌고갔거든요. 덩치 큰 백인 남자는 용병이고요. 백인 남자는 인도 남자아이를 구출했지만 다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임무가 끝난 게 아닙니다.

기계적인 설정이고 이야기입니다. 물론 백인 남자에게도 사연은 있어요. 하지만 이 사연이 캐릭터를 입체적이거나 독창적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모든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비슷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으니까요. 중간중간에 국면전환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도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스토리는 중간중간에 나오는 액션에 모양을 잡아주는 도구에 불과해요.

이 영화의 감독 샘 하그레이브는 마블 영화에서 루소 형제와 함께 일했던 스턴트 전문가이고 (루소 형제는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익스트랙션]은 첫 감독작인데,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완전히 몰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몸을 굴리면서 익힌 감각으로 만든 현란한 액션들의 연속이에요. 그 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건 중반에 나오는 12분짜리 롱테이크죠. 악당 소굴에서 탈출한 두 주인공이 차를 몰고 달아나다 건물에 숨고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달아나는 수많은 액션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이 정도면 이걸 찍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액션인데 메이킹 필름을 보니 감독이 차 앞에 매달려 직접 찍었더군요. 물론 정말 롱 테이크는 아니에요. 그렇게 보일 뿐이지. 정말 롱 테이크였다면 배우가 죽었겠죠. 이 장면을 보면서 어디에 텍사스 스위치가 들어갔고 어디에 CG가 삽입되었고 어느 패닝이 컷을 감추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겠지요.

영화 액션 대부분은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서 벌어지지만 이 장면 대부분은 태국에서 찍었더군요. 당연하죠. 제가 방글라데시 사람이라고 해도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마약상, 부패 경찰, 부패 군인이고 좀비처럼 학살당하는 게 역할의 전부라면 짜증났을 것 같습니다. 방글라데시 사람이 주인공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이 영화에서 학살자는 더 이상 백인이기도 힘든 크리스 헴스워스란 말이죠. (20/04/25)

★★★

기타등등
앤디 팍스라는 코믹북 작가가 쓴 소설이 원작입니다.


감독: Sam Hargrave, 배우: Chris Hemsworth, Rudhraksh Jaiswal, Randeep Hooda, Golshifteh Farahani, Pankaj Tripathi, Priyanshu Painyuli, David Harbour

IMDb https://www.imdb.com/title/tt893664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2481

    • 어째 물량공세를 퍼부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2개가 비슷하네요. 6 언더그라운드랑 이거
      • 베이의 영화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듀나님 언급하신 롱테이크 장면도 괜찮았어요. 애초에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봤는데 그 부분만 티비로 다시 봤죠. 영화관에서 봤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기성품 스토리는 맞는데, 그래도 액션장면들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플롯을 막 만들진 않아서... 비슷한 장르물 팬이면 즐겁게 볼 정도입니다ㅎ
        이 글에 주신 별점이나 지금의 토마토수치(62%)가 딱 적절한 정도의 점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ㅎ
    • 구질구질한 사연은 거의 없이 단순한 스토리에 액션에만 몰빵한 게 저는 좋았어요.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구출대상인 인물이 짜증나거나 멍청한 짓을 해서 일을 망친다던가 하는데 이 영화의 소년은 그런 게 없어서 편하게 봤어요. 물론 너 하나 구하려고 했다가 엄청난 수의 희생자가 나왔지만 말이다..
      골시프테 파라하니가 멋졌는데 분량이 적었던 게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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