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파이 I Spy (2002)


베티 토머스의 [아이 스파이]는 옛날 텔레비전 시리즈를 극장용 영화로 리메이크를 하는 게 한참 유행이었던 2002년에 나왔습니다. 토머스는 이미 [브래디 번치 무비]로 이 영역에서 경험이 있었지요.

원작은 로버트 컬프와 빌 코스비 주연의 스파이물이었습니다. 나름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었던 게, 흑인배우가 주연인 최초의 미국 드라마였죠. 그러면서도 시리즈는 단 한 번도 코스비 캐릭터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유능한 첩보원이었던 거죠. 코스비는 반 세기의 역사를 거치면서 대단한 업적을 쌓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업적을 스스로 무너트리다니 참 한심하고.

영화는 이를 에디 머피 주연의 코미디로 옮겼습니다. 에디 머피의 캐릭터 켈리 로빈슨은 프로 복서인데 도난당한 스탤스 전투기를 되찾기 위한 첩보작전에 투입됩니다. 로빈슨을 맡게 된 첩보원은 모든 게 좀 엉성한 알렉스 스콧이란 남자로, 카를로스라는 경쟁자 첩보원에게 비교당하고 레이첼이라는 동료를 짝사랑하고 있죠. 둘은 힘을 합쳐서 헝가리로 날아가 적성국에게 넘어가기 전에 그 전투기를 되찾아야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게 [아이 스파이]의 리메이크가 맞긴 한 건지 의심하게 됩니다. 흑백 콤비가 나오는 스파이물이라는 걸 제외하면 남은 게 별로 없어요. 심자어 역할도 바뀌었죠. 드라마에서는 로버트 컬프가 연기한 바람둥이 첩보원이 켈리 로빈슨이었거든요.

어차피 인종차별이 한창이던 냉전 시대 드라마에 굳이 충실할 필요는 없긴 한데, 그래도 설정이나 캐릭터를 바꾸었으면 뭔가 이득이 있어야죠. 근데 이 영화에는 그게 없습니다. 그냥 안 좋은 만든 코미디예요. 코미디와 액션이 최악의 방식으로 묶였어요. 엉성한 액션 영화 각본의 알리바이로 코미디가 동원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코미디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에디 머피의 호들갑만으로는 내용이 만들어지지 않지요. 잊히는 게 당연한 영화였어요. 넷플릭스에서 킬링 타임용 영화를 찾다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제가 굳이 볼 이유도 없는 영화였지요. (18/08/20)

★★

기타등등
원작은 AFKN에서 방영하는 걸 몇 번 본 적 있어요. 전 컬프를 [The Greatest American Hero]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젊은 얼굴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감독: Betty Thomas, 배우: Eddie Murphy, Owen Wilson, Famke Janssen, Malcolm McDowell, Gary Col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297181/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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