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파오 돌려입기 (2018)


[치파오 돌려입기]는 형편없는 두 예술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모두 같은 학교 영화과 학생이에요. 시나리오 시간에 대하 판타지 로맨스를 써서 비웃음을 당한 신입생 수미와 혼자서 열심히 왕가위 짝퉁 영화를 찍고 있는 선배인 의건요. 어쩌다보니 수미는 달아난 스태프와 배우들을 대신해서 의건을 도와주게 됩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전에는 만들 수 없었던 뭔가 더 나은 작품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안 일어납니다. 무능이 합쳐지면 대부분 더 큰 무능을 낳을 뿐이니까요.

이 둘은 비웃음 당하기 쉬운 사람들입니다. 뭔가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굴지만 상상력도 빈약하고 이를 보완할만한 대단한 재주도 없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엄청나게 나이브해요. 바로 그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비웃음과 조롱의 단계를 넘어 연민의 눈으로 이들을 보게 됩니다. 맘 편하게 놀려대기엔 너무 쉬운 표적이란 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연민을 자극하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를 넘어서면서 [치파오 돌려입기]라는 영화의 특별한 개성이 나타납니다. 수미와 의건은 그렇게까지 동정을 호소하지 않아요. 이들은 빈약하고 유치하고 짝퉁이지만 그래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전을 갖고 있고 이를 당당하게 현실화합니다. 초반에 울먹이고 위축되었던 수미 역시 의건과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갖게 되지요. 의건의 작품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장점을 보거나 자기 작품에 대한 지적을 무시하게 되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길을 가는 겁니다.

하긴 그렇잖아요. 가치있는 작품을 남기는 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목표겠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행위란 그냥 할 수밖에 없어서 하는 겁니다. 아무리 괴상하고 유치해보인다고 해도 그게 자신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길이라면 우리가 굳이 뭐라고 따질 이유는 없지요. 물론 남의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더 신경을 쓰긴 해야겠죠.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거기까지 갈 일이 있을까요. (18/07/04)

★★★

기타등등
올해 미쟝센 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섹션 상영작입니다.


감독: 노풀잎, 배우: 김솔아, 손용범, 권진한, 심안나, 김진구, 다른 제목: In the Mood for Traveling Qipao

IMDb https://www.imdb.com/title/tt530499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6644

    • Imdb 가 '셋 잇 업'이네요.
    •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거기까지 갈 일이 있을까요. 이 부분에서 많이 웃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요즘의 듀나님다운 사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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