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스토리 A Ghost Story (2017)


이야기로만 들으면 [고스트 스토리]의 아이디어는 좀 얄팍한 술수처럼 보입니다. 케이시 애플렉이 연기한 남자주인공이 영화 15분만에 교통사고로 죽어서 유령이 되는데, 그 유령은 동그란 눈 구멍을 두 개 낸 시트를 뒤집어 쓴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유치하고 단순한 유령 분장인 거죠. 미키 마우스 만화영화의 코미디 재료로나 어울릴 법한. 아, 튀려고 그러는 거군요. 하긴 CG 범벅의 요새 영화들 속에서 튀려면 이러는 것도 방법이죠.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냉소는 조금씩 사라집니다. 저 유령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튀려고 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고스트 스토리]는 결코 가볍게 튀려고 발악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고스트 스토리]는 최대한 유령 이야기의 원형에 충실하려 합니다. 지나치게 일찍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죽었지만 아직 의식과 감각의 일부가 남아있고 사랑하는 사람 옆에 남아있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나고 유령은 빈 집에 남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옵니다. 유령은 그들의 존재가 거북합니다. 집은 귀신 들렸다고 소문이 납니다...

영화는 이 정통적인 이야기를 마치 묵상하는 것처럼 조용하고 신중하게 그립니다. 남들이 다 갔던 길이지만 꼼꼼하게 되씹으며 다시 가는 거죠. 영화는 시간과 죽음과 삶과 우주의 무한성과 유한성에 대해 고민하고,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과 극복을 보여주며, 잊히고 사라져 가는 죽은 사람의 슬픔을 가슴 아리게 그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진짜로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시트를 뒤집어 쓴 유령이 그럴 수 있느냐고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시트 뒤집어 쓴 유령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효과적입니다. 진지하고 감동적이며 무엇보다 아름답지요. 아닌 거 같지만 그게 가능했다니까요. 시트를 뒤집어 쓴 얼굴을 배우의 불필요한 연기로부터 관객들을 보호하고, 근사한 쿨레쇼프 효과를 일으킵니다. 무표정을 통해 연기 이상을 보여주는 거죠. 게다가 이 유령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삶으로부터 격리되어 조금씩 소멸해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얼굴 표정과 같은 연기는 이야기 전개나 주제에 방해가 되었을 겁니다. 물론 저에게 가장 큰 장점은 케이시 애플렉의 얼굴을 자주 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었지만. (17/12/15)

★★★☆

기타등등
모서리가 동그란 4:3 화면 비율의 영화입니다.


감독: David Lowery, 배우: Casey Affleck, Rooney Mara, McColm Cephas Jr., Kenneisha Thompson, Grover Coul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626582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8256

    • 보고 싶어지는데 케이시 애플렉이 묻어서 안타깝네요. 남자배우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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