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고스트 (2010)

 

주인공 상만은 귀신을 봅니다. 자살을 시도했다 병원에서 깨어나자, 먹보초딩귀신, 변태영감귀신, 뚱보골초귀신, 울보여자귀신이 쫓아다니면서 그를 귀찮게 하는 거예요. 빨리 한을 풀어주어 저승에 보내지 않으면, 이들은 영원히 상만 옆에 붙어서 그의 몸을 공중화장실처럼 쓸 것입니다. 물론 자살도 못하죠. 


[헬로우 고스트]의 감독/각본가인 김영탁이 론 언더우드의 [사랑의 동반자 Heart and Souls]를 보았는지 모르겠군요. 두 영화는 아주 비슷합니다. 네 명의 귀신이 남자주인공을 쫓아다니며 번갈아 몸을 쓴다는 설정. 봤을 수도 있고, 안 봤을 수도 있죠. 트집잡는 게 아닙니다. 단지 이점만은 먼저 말해두고 싶군요. [사랑의 동반자]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얼핏 보면 [헬로우 고스트]는 안전한 기획입니다. 차태현은 이 영화에서 일인오역에 도전하고 또 잘 합니다. 귀신 역을 맡은 네 배우인 이문수, 고창석, 장영남, 천보근의 캐스팅도 좋고요. 귀신에게 쫓겨다니면서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남자 이야기는 재미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영화엔 상당히 좋은 반전도 하나 있습니다. 기본 재료들이 갖추어졌으니 이제 남은 건 몇몇 빈칸들을 채우는 것밖에 없는 것 같죠.


아, 어쩌나요. 그런데 그 빈칸들이 상당히 큽니다.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차태현은 엉겁결에 그 문제점을 폭로해버렸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중간에 '이걸 다 읽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었다나요. 진짜로 자기 영화를 까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결말의 내용을 칭찬하려 했던 거죠. 하지만 그는 그만 정곡을 찔러버렸습니다. 이 영화는 1시간 50분 조금 넘는데, 그 의미있는 결말에 도달하려면 1시간 4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상당수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계속 봐야 하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헬로우 고스트]의 코미디는 심심하고 밋밋합니다. 캐릭터는 덜 잡혔고 성공적인 농담들이 거의 없어요. 배우들은 노력을 하고 있고 또 대부분 잘 하지만 재료가 따라주지 못합니다. 모두 결말 때문입니다. 영화의 내용 전체가 그 결말에 의존하고 있으니, 그 효과를 최대한으로 뽑으려면 거기에 캐릭터를 맞추어야죠.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도 많고, 끝까지 감추어야 할 정보도 많은 겁니다. 이러다 보니 이리저리 함정들을 피해가며 적당한 말만 골라서 해야죠.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갑갑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는 동안 캐릭터들 역시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복선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커서 잘못하다간 그 사이에 빠질 판이죠. 그래도 그들은 조금 낫습니다. 순전히 주인공 상만에게 연애질을 시키기 위해 만든 간호사 캐릭터 연수는 너무나도 생기가 없어서 사람이 아닌 간호사 판타지처럼 보일 정도니까요. 그나마 일관성과 입체성이 있는 사람은 주인공 상만 뿐인데, 그는 너무 우울하고 힘이 없어서 따라가는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결말은 어떠냐고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괜찮습니다. 하지만 단편이라면 모를까, 영화 전체를 지탱할 정도는 아닙니다. 관객들은 이야기의 과정을 즐기기 위해 장편영화를 봅니다. 아무리 결말이 좋아도 그게 그 과정의 재미를 까먹는다면 문제가 있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10/12/06)



기타등등

음악이 안 좋습니다. 너무 많고 너무 '코미디 음악'이에요. 웃음 없는 코미디 영화를 음악 폭격으로 살린 경우를 보신 적 있나요. 전 못 봤습니다. 물귀신처럼 서로를 붙잡고 빠지는 건 많이 봤지만. 


감독: 김영탁, 출연: 차태현, 강예원, 이문수, 고창석, 장영남, 천보근, 다른 제목: Hello Ghos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Hello_Ghos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401

    • 결말이 너무 궁금한데 스포일러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 개봉 전까지는 안 되지요.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종류예요. 주인공의 설정 하나만 고려해보면.
    • 이거 마지막 반전? 때문에 몇몇 게시판에서 추리놀이 많이 하더군요.
      식스센스설, 디아더스설,정신병설 등등.
      각각의 설이 뭔지는 언급 안하겠습니다. 해당영화의 스포가 될 수 있으니...
    • 그런 스릴러, 호러 스타일의 반전은 아니에요.
    • 시사회 보고 왔는데, 전 엄청 울고 왔어요...역시 같은 걸 봐도 느끼는 건 제각각인가봐요..^^;
    • 오~ 호러,스릴러 스타일 아니고 엄청 울고 왔다라...
      뭔가 삘이 오는데...(혹시나 소 뒷다리로 맞출수도 있으니... 입 꾹.)
      꾹 참고 개봉날...듀나님이 스포일러 게시판에 올려주는거 기대해봐야겠네요.
    • 저 역시 이 영화 컨셉을 들었을 때 딱 '사랑의 동반자'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동반자'가 워낙 깔끔한 영화니까 잘 따라만 해도 꽤 괜찮은 상업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란 기대를 했구요.
      그리고 나중에 결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이 영화 안 될 수 없겠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말로만 들어도 그 결말이 확 와닿더라구요.
      레퍼런스 확실하고 한 발 더 나아간 결말이 있는 데다가 캐스팅 역시 나쁘지 않아서 결과물의 오차범위가 그리 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시사회 반응들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네요.
    • 결말이 그렇게 좋으면 끝에 그렇게 반전스럽게 던지는 대신 조금 더 앞당겨 드라마의 일부로 삼거나 구조를 조금 더 치밀하게 깔아야죠. 뭐, 지금 이 결말로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래도 전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54 터널 Địa Đạo: Mặt Trời Trong Bóng Tối (2025) 794 04-28
2453 리 크로닌의 미이라 Lee Cronin’s The Mummy (2026) 1 754 04-28
2452 살목지 (2026) 1 972 04-28
2451 제 98회 아카데미 상에 대해 몇 가지... 5 2,217 03-17
2450 호퍼스 Hoppers (2026) 1,676 03-12
2449 브라이드! The Bride! (2026) 1 1,608 03-06
2448 센티멘탈 밸류 Affeksjonsverdi (2025) 1 1,617 03-05
2447 아르코 Arco (2025) 1,198 03-03
2446 귀신 부르는 앱: 영 (2026) 1 994 03-02
2445 왕과 사는 남자 (2026) 2 2,026 03-01
2444 햄넷 Hamnet (2025) 1,400 02-28
2443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2026) 1,552 02-22
2442 휴민트 (2026) 1 2,456 02-13
2441 지느러미 (2025) 1 1,445 02-02
2440 솔 서바이버 Sole Survivor (1984) 955 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