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사 Anomalisa (2015)


강연을 위해 신시내티를 방문한 고객 서비스 전문가인 마이클 스톤은 호텔에서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인 리사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초라하기까지 한 리사에게 마이클이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마이클은 언젠가부터 주변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데, 리사만이 유일하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소리냐.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귀엔 단 세 명의 목소리만 들립니다. 마이클 스톤을 연기한 데이빗 튤리스의 목소리, 리사를 연기한 제니퍼 제이슨 리의 목소리 그리고 그 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영혼없는 덤덤한 어조로 연기한 톰 누넌의 목소리.

찰리 카우프먼과 듀크 존슨의 [아노말리사]는 찰리 카우프먼이 프랜시스 프레골리라는 필명으로 작업한 연극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세 배우 모두 여기에 출연했던 사람들이고요. 영화의 아이디어는 프레골리 딜루전이라는 병에서 얻었다고 해요.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마이클 스톤은 정말 심각한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죠. 이 모든 것은 마이클의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은유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그가 참 불쾌한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은 건 순전히 그 자신 때문입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독립적인 사람들이죠. 그들에게 관심을 잃고 개성을 구별하지 못하며 모두 한 뭉텅이로 취급하는 건 몽땅 마이클 자신이 그런 놈이기 때문이죠. 유일하게 마이클의 내면에서 벗어나 있는 영화의 씁쓸한 결말 부분을 보면 이를 확신할 수 있습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듀크 존스가 공동감독으로 들어온 건 그 때문이죠. 보통 애니메이션 영화와는 좀 달라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캐릭터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예쁘거나 더 징그럽거나 더 재미있죠. [아노말리사]에서는 반대입니다. 이 영화의 인형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초라하고 어색합니다. 얼굴 같은 부분엔 이음새가 보이고 행동도 서툴러서 종종 사람을 흉내낸 로봇처럼 보이죠. 이런 인형들 위에 배우들, 특히 톰 누넌의 생기없는 목소리가 덧입혀지면 오싹하고 우스꽝스러운 게, 마이클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마이클의 행동이 정당화되느냐? 그건 아니고요. 그는 여전히 나쁜 놈이에요. (16/03/16)

★★★☆

기타등등
영화의 시대배경이 2005년인 것은 이 '사운드 플레이'가 발표된 해이기 때문이죠.


감독: Duke Johnson, Charlie Kaufman, 배우: David Thewlis, Jennifer Jason Leigh, Tom Noonan

IMDb http://www.imdb.com/title/tt240187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541

    • Tom Noonan의 이름표기가 톰 투난과 톰 누넌으로 처음과 끝이 다르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 찾아보니 코엔 형제가 찰리 카우프먼의 '사운드 플레이' 감독은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애초 뉴욕 공연에서 1부는 코엔 형제가, 2부에는 찰리 카우프먼이 쓴 희곡이 올려졌는데 LA 공연에서 스케줄 문제로 코엔 형제가 빠지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찰리 카우프먼이 가명으로 쓴 [아노말리사]가 땜빵으로 들어온 것이더군요.
      버라이어티 지 리뷰에 의하면 1부와 2부 모두 찰리 카우프먼이 직접 감독한 것이 맞습니다.

      http://www.beingcharliekaufman.com/index.php/theater-of-the-new-ear
      http://variety.com/2005/legit/markets-festivals/theater-of-the-new-ear-120052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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