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시간 Deux jours, une nuit (2014)


다르덴 형제는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시작하기 때문에 [내일을 위한 시간]의 주인공 상드라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중간중간에 떨어지는 정보를 차곡차곡 모아야 합니다. 이 정보에 따르면 상드라는 솔라 패널 만드는 공장에서 다니는데, 병을 앓았는지, 사고를 당했는지, 한동안 병가를 내고 직장을 떠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올 때가 되니, 직장직원들이 투표로 상드라의 복귀 대신 천 유로의 보너스를 대신 선택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때문에 월요일날 재투표를 하게 되었죠. 상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들을 한 명씩 설득해야 합니다.

변주곡 같은 영화입니다. '상드라가 동료를 설득한다'라는 설정이 꾸준히 반복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에요. 단지 만나는 동료들이 각자 사정이 있고 의견과 개성도 다르기 때문에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고 이런 반복 자체가 계속 누적되어 드라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보기만큼 반복적이지는 않습니다.

겉보기엔 거의 카드 게임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상황입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개입되면 그 어느 것도 그렇게 단순할 수는 없습니다. 상드라에게 직장은 꼭 필요합니다. 남편의 봉급은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복직은 동료들에게서 천 유로를 빼앗는 일이기도 하죠. 그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천 유로는 큰 돈이고 어떤 사람들에게 그 돈은 꼭 필요합니다.

관객들은 상드라의 편을 들고 싶습니다. 일단 주인공이고, 사정이 딱하고, 마리옹 코티아르가 참으로 아름답게 연기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상드라는 병인지 사고인지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 않아요. 반장이라는 인물이 악역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과연 그 사람이 정말 소문만큼 악당일까요?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지요. 회사 법규를 내세우며 직원에게 복직과 보너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우긴 사장은 암만 노력해도 좋게 생각할 수 없지만요.

여기서 어떤 결말이 나야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영화 보기 전에 여러 가지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다르덴 형제가 영화를 위해 짜넣은 결말만한 것은 없었어요. 상드라의 일차목표는 물론 직장을 되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여정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고 상드라가 얻었던 것도 단순히 투표수 이상이 아니었을까요? 영화가 제시한 결말은 이 여정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는 간결하고 명확한 선언입니다. (14/12/19)

★★★☆

기타등등
마리옹 코티아르는 다르덴 형제가 캐스팅한 최초의 A급 스타배우입니다. 그것도 프랑스인. 벨기에 관객들에게 코티아르의 벨기에 억양이 어떻게 들렸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감독: Jean-Pierre Dardenne, Luc Dardenne, 배우: Marion Cotillard, Fabrizio Rongione, Catherine Salée, Batiste Sornin, Pili Groyne, Simon Caudry, 다른 제목: Two Days, One Night

IMDb http://www.imdb.com/title/tt273705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3298

    • 1.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재보 -> 제보
      2. 막판 반장의 대사는 정말 혼란에 빠지게 만들더군요.
      동료들의 이중성을 암시하는 건가 싶다가도,
      재투표의 기본 전제가 무너지게 만드는 내용인지라,
      곧 이어 이어지는 결론을 받아들이는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 주인공을 하이눈의 그레이스 켈리 캐릭터와 좀 비슷하게 볼 수도 있다고 감독들이 말했다는데 어떤 면을 두고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궁금해져요.
      • 하이눈의 게리 쿠퍼가 더 가깝지 않겠어요?
    • 둘째 단락 마지막 문장.. 끼치지->끼치기.

      넷째 단락 마지막 문장.. 직원이->직원에게.


      정말, 다르덴 형제에게 꼬띠아르라니! 그나저나 한글 제목과 불어 제목의 미묘한 번역 차이에 눈이 가네요ㅎㅎ
      • 한글 제목을 <일박이일>로 붙일 수 없어 수입사가 상당한 고심 끝에 다소 억지스럽게 붙인 번역 제목 같죠...?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 뭐 이럴 수도 없고 말이죠;;
    • 두 번째 문장, '이 정보에 따르면 상드라는 솔라 패널 만드는 공장에서 다니는데'는 '이 정보에 따르면 상드라는 솔라 패널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데' 아니면 '이 정보에 따르면 상드라는 솔라 패널 만드는 공장에 다니는데'로 고쳐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반장이 몇몇 직원들을 회유하거나 압박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불법입니다. 사실이라해도 인정할리가 없죠. 물론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책임전가를 위한 편리한 방패였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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