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1985)


2015년이면 로버트 제메키스의 [백 투 더 퓨처]는 30살이 됩니다. 1985년의 틴에이저 소년이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영화가 그 동안 벌써 거의 30살이 되었어요. 이 영화가 나왔을 때 1950년대가 겨우 30년전이었다는 게 전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당시의 50년대가 요새의 80년대정도밖에 안 되었단 말인가요? 어떻게?

당연히 다시 보면 기분이 다릅니다.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엔 80년대가 현재였지만 지금은 한참 과거. 당연히 현대 파트도 시대극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2편의 2015년의 '미래'가 현재와 가까운 것도 아니니, 이 시리즈는 다루고 있는 모든 시대에서 벗어나 있지요.

스케일만 보면 영화는 작고 아담합니다. 미치광이 동네 발명가 브라운 박사의 조수인 고등학생 마티 맥플라이는 박사가 들로리언 스포츠카를 개조해서 만든 타임머신의 실험을 기록하다가 박사에게 속은 리비아 테러리스트에게 쫓기게 됩니다. 실수로 박사가 타임머신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던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마티는 그만 아빠와 엄마가 처음 만났던 순간을 훼방놓게 되죠. 마티는 30년 전 브라운 박사가 타임머신을 다시 작동시키는 방법을 알아내는 동안 그만 자기에게 반한 엄마를 떼어내 아빠와 맺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존재 자체가 소멸되어 버려요.

과학적으로 따진다면 그렇게 이치에 맞는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백 투 더 퓨처]의 각본은 영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것도 대놓고 영리한 티를 팍팍 내는 영화예요. 소위 '웰메이드 각본'의 대표적인 모델로 밥 게일과 로버트 제메키스가 쓴 이 영화의 각본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중간중간에 흘린 노골적인 복선들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시계장치처럼 딱딱 맞아 떨어질 때의 흥분은 상당합니다. 인위적이고 억지지만 그래도 너무나 능글맞고 유려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재미는 상당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들의 소망성취의 판타지를 적절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나 주제는 던지지 않아요. 딱 보통 미국 사람 수준의 세속적인 욕망을 꼭 필요한 만큼만 건드리죠.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지점으로 돌아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면. 그를 통해 보통 미국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딱 그 정도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면. 지금 관객들에게 [백 투 더 퓨처]가 시대극처럼 보이는 것은 영화가 그리는 레이건 시대의 이런 욕망이 지금 와서 보면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관객들이 보았던 50년대의 세계만큼이나 천진난만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J. 폭스의 영원한 대표작입니다. 물론 시트콤 [사랑의 가족]도 팬들이 많겠지만 [백 투 더 퓨처]만큼 많을 수는 없죠. 그 이후 그는 수많은 영화들에 출연했지만 그 어느 것도 [백 투 더 퓨처]의 완벽하게 즐거운 코미디 연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슬프게도 그는 지병으로 이전만큼의 활동이 어려우니 이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브라운 박사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로이드라는 멋진 성격파 배우를 소개한 작품이기도 하죠.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를 모델로 했다는 그의 에멧 브라운 박사는 할리우드의 미친 과학자 전당의 탑에 오를만 합니다. (14/11/12)

★★★☆

기타등등
속편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사실 정말로 속편을 계획하고 결말을 쓴 영화는 아닙니다. 나중에 제메키스는 정말로 두 편의 속편을 만들지만 1편에서 정해놓은 결말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느라 애를 좀 먹어야 했지요.


감독: Robert Zemeckis, 배우: Michael J. Fox, Christopher Lloyd, Lea Thompson, Crispin Glover, Thomas F. Wilson, Claudia Wells, Mr. Strickland, Harry Waters Jr., 다른 제목: 백 투 더 퓨쳐, 빽 투 더 퓨처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876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02

    • 80년대 당시 미국사람들 참 지네들이 쎄련되었고 뭔가를 좀 안다고 착각하고 살던 시절이죠 ^ ^ 50년대 당시는 그나마 2차대전의 무서운 기억이라도 있었지... 911 사태때문이 아니라도 지금처럼 글로벌라이징된 시대에서는 저런 감성이 나올 수 없겠죠. [백 투 더 퓨처] 를 지금 다시 보면 그런 "잘 나가던" 80년대에 대한 그리움이 저 자신 안에 조금이라도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저는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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