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Moratorium Tamako (2013)


사카이 다마코는 대학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혼자서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아빠네 집에 얹혀 지내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라곤 만화책 보고, 텔레비전 보고, 게임 하고, 늘어져 자고, 자고, 자고, 자는 게 전부... 그러는 동안 가을, 겨울, 봄, 여름이 흘러갑니다.

아니요. 다른 일도 하긴 합니다. 왜 취직 안 하느냐고 보채는 아빠의 잔소리 듣기, 아빠가 해주는 밥 먹기, 면접서에 넣을 사진 찍기, 친척들이 아빠에게 소개시켜준 여자 염탐하기...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마코는 다시 익숙한 백수질로 돌아갑니다.

제목의 '모라토리움'에 대해서 검색을 좀 했습니다. 원래 의미도 비유로 이해할 수 있긴한데, 일본에서는 게이오 대학의 오코노키 교수가 [모라토리움 인간의 시대]라는 책을 쓴 뒤로 이 의미로 유행어가 된 모양이더군요. 보통 취업과 같은 사회적 책무를 유예하고 학교에 눌러앉거나 빈둥거리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전에 프리터 관련 자료를 찾다가 본 것 같기도 하고요.

분명한 메시지 같은 게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애정을 갖고 다마코의 느릿느릿한 일상을 따라가긴 하지만 다마코에게 어떤 요구를 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는 않아요. 어쩌다가 다마코가 저런 상태로 주저앉았는지 분석하거나 설명할 생각도 없고요. 대신 1년 동안 계속되는 게으름질을 관찰하며 그 밑에 숨어있는 불안과 초조함을 슬쩍슬쩍 드러내는 편을 택하죠. 싱겁고 맹한 코미디이긴 한데 그 밑에 살짝 어두움이 숨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주연배우 마에다 아츠코는 AKB48 출신 아이돌이더군요. 영화는 그 팀을 '졸업'한 뒤 찍었다고 하는데, 이 정보를 갖고 본 팬들은 다마코의 게으름질을 조금 다른 면에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뒤에 촬영과정을 담은 짧은 쿠키가 나오는데 그 장면에선 자연인 마에다 아츠코와 캐릭터 사카이 다마코가 은근슬쩍 연결되기도 해요. (14/09/07)

★★★

기타등등
원래는 음악 채널의 30분짜리 스테이션 ID로 계획되었다가 가을과 겨울 장면을 찍은 두 편의 단편으로 만들어졌고 그 뒤에 봄, 여름 장면을 찍어 지금의 장편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감독: Nobuhiro Yamashita, 배우: Atsuko Maeda, Shôko Fujimura, Rie Hagiwara

IMDb http://www.imdb.com/title/tt31340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5230

    • 모라토리엄은 외채상환유예를 의미하죠. 천재지변으로 채무 못갚으니 변제기간 늘려달라는것인데 사실상 파산선언이나 마찬가지죠.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멘탈리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로 적합해 보여 사용되는 것같네요. 일본출장다녀오며 느낀건 사람들한테서 생기가 없다는 것. 미래도 꿈도 없이하루하루 별일없이 그걸로 족한거죠. 지지고 볶고 사는거는 다 부질없어지죠. 알튀세가 계급투쟁의 역사는 주체도 목적도 없는 과정일뿐이라고 했을때 한국의 많은 맑스주의의 젊은이들은 도대체 뭔소리여 했지요. 당시 이미 서구사회는 한국과달리 자본주의가 안정기에 접어들어 더이상 목적의식적 계몽주의가 먹히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맥락에서 유목민도 나오고 해체주의도 나오고 했던거죠. 일본도 비슷한길을 걷지만 여긴 자연재해때문에 좀 더 심하게 위축되어 있죠. 그런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분명 다이나믹한거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한국도 머지않아 생기없는 일본의 길을 따라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거죠. 새누리 정권이 차기에 한번 더하면 그 길이 기정사실이 되는거죠.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이 가장큰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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